▲ 새만금 국가산업단지 ⓒ연합뉴스
새만금 개발의 핵심 인프라인 새만금국제공항 사업이 항소심 소송에 발목이 잡힌 가운데 국가산업단지 기업 유치 역시 계약과 실제 투자 간 괴리가 커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9조원 투자 발표로 새만금이 다시 주목받고 있지만 인프라와 투자 이행 관리에서는 여전히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22일 법조계와 관계기관 등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4-2행정부는 지난달 15일 새만금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 취소소송에 대한 4차 변론기일을 열고 조류 충돌 관련 항공 안전성 입증와 관련한 국토부·전북도·한국공항공사 측의 변론을 들었다. 재판부가 앞선 3차 변론에서 구체적인 안전 입증 자료를 요구한 데 따른 후속 심리로, 아직 결론까지는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9월 11일 국토교통부가 수립한 새만금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사업 부지 인근 주민들의 원고 적격을 인정하고 항공기 소음 등 환경상 이익 침해 가능성을 인정했으며, 비용편익비(B/C)가 0.479에 불과해 경제성이 낮은데도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아 추진된 점과 조류 충돌 위험성 분석이 미흡했던 점을 문제 삼았다. 국토부는 같은 달 22일 "공익성과 균형발전을 상급심에서 다투겠다"며 항소했다.
문제는 소송이 길어질수록 새만금 전체 개발 전략에 미치는 파장이 커진다는 점이다. 올해 2월 현대차그룹은 새만금에 9조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하며 로봇·수소·인공지능(AI) 산업 육성에 나섰다. 새만금청은 이에 맞춰 매립 목표 시점을 2050년에서 2035년으로 15년 앞당기고, 매립 면적을 30% 줄이는 대신 민간 중심이던 매립 방식을 공공 주도로 전환하는 내용의 기본계획(MP) 재수립을 추진 중이다. 
문성요 새만금개발청장은 지난 16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새만금 매립 면적을 30% 정도 줄이고 공공 주도로 내부 개발의 실행력을 높이는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반기에는 중국 투자조사단의 새만금 방문도 예정된 것으로 알려지는 등 대형 투자 유치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런 투자를 뒷받침할 핵심 인프라인 국제공항의 착공 시점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는 기본계획 취소 판결 이후에도 2026년 새만금국제공항 예산 1200억원은 그대로 유지하며 항소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예산만 편성된 채 사업 추진 동력 자체는 사실상 멈춰선 모양새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완전히 새로 개발하는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게 교통 접근성"이라며 "항공이든 육상이든 이게 없으면 개발 이후 여러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계획대로 잘 되려면 불확실성을 하나씩 없애줘야 하는데 또 다른 불확실성이 생긴 셈"이라고 꼬집었다.
▲ 새만금국제공항 조감도 ⓒ연합뉴스
계약은 했지만 착공은 안 해 … 실제 입주율 갈수록 뒷걸음질
인프라 지연만이 문제가 아니다. 본지가 입수한 새만금개발청 내부 자료를 보면 국가산업단지 내 기존 기업 유치 실적 역시 '계약'과 '실제 투자' 사이의 괴리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새만금 국가산단 내 기업 입주협약(계약) 건수는 총 59건이었지만, 실제 착공까지 이어진 건 44건에 그쳤다. 
연도별로 보면 2021년에는 계약 8건 중 8건 모두 착공해 100%의 이행률을 보였지만, 2022년 18건 중 14건(78%), 2023년 16건 중 12건(75%)으로 낮아지더니 2024년에는 10건 중 5건만 착공해 이행률이 50%까지 떨어졌다. 2025년에도 7건 계약 중 5건(71%) 착공에 그쳤다. 계약을 맺고도 실제 투자로 이어지지 않는 '유령 계약'이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난 셈이다.
계약 해지 건수도 심상치 않다. 최근 5년간 계약해지는 총 13건 발생했는데, 2021년 2건, 2022년 4건에서 2023년에는 한 건도 없다가 2024년 3건, 2025년에는 4건으로 다시 늘었다. 특히 2025년 계약해지 4건 가운데 3건은 기업 스스로의 요청이 아니라 새만금청이 직접 나서 계약을 해지하는 '행정처분'이었다. 계약 이행을 제대로 하지 않는 기업이 늘면서 당국이 강제로 계약을 정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새만금청은 그동안 입주협약 건수를 근거로 투자 유치 성과를 홍보해왔지만, 계약 대비 실제 착공률이 최근 3년 새 절반 안팎까지 떨어지고 강제 계약해지까지 늘고 있다는 사실은 이런 홍보와 실제 현장 사이의 간극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전북 지역사회에서는 현대차 투자를 계기로 새만금이 다시 한번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정작 뒷받침해야 할 국제공항 등 핵심 인프라는 소송에 발이 묶이고 있다. 기존 투자유치마저 계약 따로 실행 따로인 상황이 반복되면 이번에도 '장밋빛 전망'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준호 교수는 "이미 기업의 투자 철회와 착공 연장이 만연한 상황에서 공항 인프라 취소 리스크는 다른 기업의 투자 심리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로선 모든 게 연쇄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좋은 분위기를 잡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