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택 강자' 서희건설, 부메랑 돼 돌아온 '3.1조 보증'…연매출 2배
경산 서희스타힐스 1순위 모집에 청약통장 0건 접수인천 더도화 전체 70% 미계약…입주자모집공고 취소포항흥해 공사중단…'시한폭탄 사업장' 모두 지주택 연대보증 지급규모 '1.8조→2.5조→3.1조' 증가세사업다각화 요원…대북방침 따라 지뢰제거사업 좌초
기사입력 2023-04-06 12:26:01 | 성재용 기자 | jay1113@newdailybiz.co.kr


▲ 서울 서초구 소재 서희타워. ⓒ서희건설

서희건설이 구축한 '지역주택조합사업 강자' 이미지가 날이 시퍼런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분양경기 침체로 미분양은 쌓이고 원자재쇼크, 인플레이션 여파로 공사비인상 시비까지 불거지면서 공사가 중단되는 사업장도 생겨나고 있다.

게다가 지역주택조합사업 관련보증 규모는 연매출 2배이상으로 불어나면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됐다. 돌파구 모색을 위해 사업다각화를 선언했지만 이마저도 신뢰를 잃은 상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희건설이 진행한 '경산 서희스타힐스' 청약에서 64가구 모집에 5명만 신청하면서 흥행에 참패했다. 전용 73㎡A타입은 단 1명도 신청하지 않았고 B타입에는 1명 신청에 그쳤다. 특히 1순위에 청약통장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 수모를 겪었다.

경북 경산시 중방동 일원에 들어서는 '경산 서희스타힐스'는 지하 2층~지상 28층, 10개동, 전용 59~84㎡ 총 960가구 규모다. 이중 조합원물량을 제외한 일반분양 가구수는 260가구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9월 분양한 '남전주IC 서희스타힐스'는 257가구 모집에 42명만 청약접수했으며 같은해 11월 선보인 '인천강화 서희스타힐스 1단지'도 30가구 모집에 6명만 신청했다. 대구 '두류 스타힐스' 경우 195가구 모집에 64가구가 미달돼 고전중이다.

게다가 지난해 7월 인천 미추홀구에서 공급한 '인천 서희스타힐스 더도화'에서 전체물량 70%이상이 미계약되면서 결국 12월 입주자모집공고를 취소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서희건설은 기존계약자에게 1.5배 위약금을 주고 분양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원자재쇼크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공사비인상 시비도 불거지고 있다.

서희건설은 8월 준공을 목표로 시공중이던 '포항흥해 서희스타힐스 더캐슬' 공사를 지난달 중단했다. 공사비 증액분을 둘러싸고 조합과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다. 서희건설은 조합에 최소 126억원이상 공사비를 증액하지 않으면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공표했고 조합은 추가분담금에 대한 부담으로 인상분이 과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광양 세미존 서희스타힐스 덕례지역주택조합'과 '화성신남지역주택조합' 등에서도 공사비증액과 관련해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나마 이들 2곳은 공사중단까지는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미분양이 발생하고 있는 사업지와 모집공고 취소단지, 공사비 시비단지 모두 서희건설이 주력으로 삼고 있는 지역주택조합사업이라는 점이다. 앞서 서희건설은 경쟁건설사와 달리 2013년부터 틈새시장인 지역주택조합시장을 공략해왔다.

지역주택조합사업은 주택을 마련하기 위해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춘 조합원들이 청약통장 가입여부와 관계없이 다수에게 분담금을 모아 직접 토지를 매입하고 시공사를 선정해 주택을 공급하는 제도다.

서희건설은 당시 분양시장침체에 부동산경기가 불투명해지자 단순도급사업으로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주택조합사업을 주력사업으로 키웠다. 특히 대형건설사들이 다른 정비사업과 달리 낮은 이익률 때문에 진출을 꺼렸던 점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주택조합사업이 늘면서 서희건설 건축부문 매출도 늘었다. △2018년 7515억원 △2019년 8956억원 △2020년 1조357억원 △2021년 1조1763억원 △2022년 1조2920억원 순으로 증가했다. 전체 매출액도 2018년 1조1388억원에서 지난해 1조4376억원으로 꾸준히 성장했다.

건축부문 매출비중도 2018년 65.9%에서 △2019년 72.0% △2020년 81.0% △2021년 88.4% △2022년 89.8%로 매년 6%p 가까이 늘어났다.

다만 지역주택조합사업에 편중돼 있다 보니 관련 연대보증액이 지속 증가해 우려스러운 점도 있다.

지난해말 기준 지급보증 규모는 모두 3조2039억원으로 연매출 2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2016년 8537억원이후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 3년(2020~2022년) 동안에는 지역주택조합 및 수분양자 등에 대한 보증 규모가 1조8127억원, 2조5016억원, 3조1304억원 순으로 가중되고 있다.

대개 건설사들은 주택을 분양받은 계약자에게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아 공사비를 충당한다. 그러나 지역주택조합사업은 자금력이 충분하지 못해 중도금대출보증이나 연대보증이 불가피한 구조로 해당사업을 주력하는 서희건설 입장에서는 미분양과 계약취소가 지속한다면 이를 메워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때문에 분양시장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서희건설 역시 미분양물량 적체 등으로 자금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유동성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사업장 조합원모집률이 대부분 80%이상으로 우발채무 위험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면서도 "다만 사업지연이나 중단 등으로 인한 우발채무가 재무적 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현장 진행상황과 분양실적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서희건설은 사업다각화 등을 통해 질적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사업다각화는커녕 지역주택조합사업에 편중된 사업구조상 수익을 견인할 새로운 창구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정기주주총회에서 김팔수 서희건설 대표는 "사업구조 다각화, 원가구조 혁신을 통한 수주기반 확대 등 질적 성장기반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올해도 대내외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전임직원이 합심해 원가와 품질관리, 납기, 안전 등 모든면에서 독보적인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 좋은 실적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실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희건설은 자체시행, 공공지원 민간임대, 정비사업, 환경분야 등에도 손을 뻗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앞서 이전정부 남북경제협력 기조에 편승해 새로 추진하려던 지뢰제거사업마저 진척이 없다. 2018년 한국지뢰제거연구소와 협약을 맺는 등 반짝추진에 나섰다가 협약을 해지한 뒤로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게다가 현정부 대북방침에 따라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며 사업이 좌초될 위기다. 내부적으로도 현재 사업을 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재용 기자 (jay1113@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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