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발행어음 부당대출 의혹을 받았던 한국투자증권에 대해 예상보다 낮은 수준의 징계를 내렸다.

한투증권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을 벗어났지만, 금감원은 향후 일부 SPC(특수목적회사)와 기업이 TRS(총수익스와프) 계약을 악용하는 사례에 대해 봉쇄하겠다는 의지가 강력하다.

이에 따라 증권사 발행어음 자금 용도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제재심의위원회는 전날 한국투자증권의 부당대출 혐의에 대해 논의한 결과 기관경고(단기금융업무 운용기준 위반) 조치하고 과징금·과태료 부과를 금융위원회에 건의하기로 했다.

임직원에 대해서는 주의~감봉으로 심의했다.

이는 당초 금감원이 사전 통지한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기관경고, 임원해임 권고, 일부 영업정지 등의 중징계 조치안에 비해 대폭 완화된 수위다.

금감원 측은 "이번 사례가 유례없는 첫 사례라는 점과 시장에 미칠 파장 등을 감안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특사경 문제로 대립각을 세웠던 금융위가 이번 사안과 관련해 '혐의 없음' 의견을 보여온 점과 제재심위원 중 일부가 이번 사례를 문제 삼을 경우 향후 발행어음 신용공여(대출) 범위, SPC와 TRS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 관철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향후 증권사가 발행어음을 통해 모은 자금을 이번과 같이 당국에서 판단하기에 꼼수 또는 편법성 여부가 의심될 수 있는 사례로 논란이 발생할 수 있는 여지는 막힐 가능성이 높다.

금감원이 한투 제재심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번 사례가 발행어음 1호 사업자로부터 벌어진 첫번째 논란인 만큼 제재 근거 역시 부족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질서를 잡겠다는 의지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이번 이슈를 바탕으로 발행어음이 특정 기업이나 개인에 대한 편법 지원을 원천 차단하는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했다.

금감원이 결국 수위를 낮추기는 했지만 한투 발행어음에 대해 수개월 동안 강력하게 중징계를 추진해온 것 역시 자금이 최태원 SK그룹 회장 개인에 들어간 것으로 봤던 만큼 앞으로는 같은 논란을 확실하게 방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도 목소리가 높았던 만큼 당국이 재발 방지를 위한 장치가 서둘러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발행어음 자금 편법 개인대출 여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일부 의원은 한투증권에 면죄부를 줄 경우 좋지 않은 SPC를 활용한 개인대출의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한투증권이 무혐의로 나오면 앞으로 SPC를 활용한 편법 거래로 생산적 금융이 사라지고 제재 실효성도 없어질 것"이라며 "증권사가 발행어음으로 SPC를 활용해 개인에게 대출해 주는 일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역시 SPC의 TRS 거래에 대해서는 통상적이고 긍정적 기능을 갖고 있다고 보면서도 이를 악용할 경우 문제는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행 법상 발행어음 자금은 개인 대출에 쓰일 수 없다는 점 역시 명시돼 있다"며 "SPC가 TRS를 거래하는 업계의 관행을 악용하는 사례가 확산되는 것은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