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수 한컴 대표가 19일 서울 영등포구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한컴:더 쉬프트(HANCOM:The SHIFT)' 발표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곽예지 기자
한글과컴퓨터가 오피스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소버린 에이전틱 OS(Sovereign Agentic OS)’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창사 이후 처음으로 AI 사업 실적을 공개한 한컴은 공공·금융·국방 등 데이터 주권 시장을 겨냥해 AI 에이전트 운영체제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 연식 기반 오피스 정책 종료와 사명 변경까지 함께 발표하며 AI 중심 체질 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AI가 스스로 일하는 시대” … 소버린 에이전틱 OS 선언
한컴은 19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전략 발표회 ‘HANCOM : THE SHIFT’를 열고 AI 사업 성과와 향후 전략을 공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AI 매출 비중과 시장 침투율, 오픈소스 전략, 유럽 진출 계획, 에이전트 OS 로드맵 등이 처음 공개됐다.
김연수 한컴 대표는 이날 발표에서 “사람이 묻고 AI가 답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AI가 스스로 일을 끝내는 시대”라며 “그다음은 다수의 에이전트를 조율하고 통제하는 에이전트 OS의 시대”라고 밝혔다.
이어 “두 흐름이 만나는 지점, 그곳에 소버린 에이전틱 OS 시장이 열린다”며 “빅테크의 클라우드에 모든 것을 위임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에이전트 OS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컴은 공공·국방·금융·헬스케어 분야를 핵심 시장으로 제시했다. 유럽연합(EU)의 AI Act 등 데이터 주권 규제가 강화되면서 온프레미스 기반 AI 운영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김 대표는 “공공과 정부, 국방과 금융, 헬스케어 모두 데이터 주권이 절실한 영역”이라며 “빅테크가 가장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이지만 한컴은 이 시장에 진입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한컴은 이날 처음으로 AI 사업 실적도 공개했다. 회사에 따르면 2025년 별도 기준 매출은 1753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2% 증가했다. 이 가운데 AI 패키지 매출은 약 89억 원으로 전체 매출 증가분의 54.6%를 차지했다.
올해 들어 AI 매출 비중은 더욱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2026년 1분기 별도 기준 매출은 465억 원으로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며, 이 가운데 AI 매출은 52억 원으로 전체의 11.21%를 차지했다. 1년 전 같은 기간 AI 매출 비중이 0.04% 수준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급격한 증가세다.
김 대표는 “한컴은 준비 중인 AI 회사가 아니다. 이미 AI로 돈을 버는 회사”라며 “지난해 매출 증가분의 절반 이상이 AI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AI 패키지 도입률도 공개했다.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B2B 고객 가운데 AI 패키지를 도입한 비율은 4.2%다.
김 대표는 “AI 패키지를 시장에 출시한 지 1년도 안 돼 나온 수치”라며 “글로벌 빅테크의 AI 제품 전환율 약 5%와 동등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SaaS 방식으로 솔루션을 사용하던 기업 중 54%가 AI 패키지를 선택해 계약을 갱신했다”며 “고객이 스스로 한컴을 선택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수익성에 대해서는 기존 설치형 오피스 사업보다 구조적으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한컴 관계자는 “AI 솔루션 매출 총이익률은 기존 설치형 오피스 매출 구조보다 구조적으로 유리한 게 맞다”며 “API 호출량과 데이터 처리 볼륨 기반 구독 과금 방식이기 때문에 원가 부담이 가볍다”고 말했다.
이어 “신규 고객 확보보다 기존 고객 업셀링 전략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AI 매출이 늘어날수록 수익 구조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 ⓒ한컴
◇ODL 오픈소스·유럽 공략 본격화 … “한글과컴퓨터 넘어 한컴으로”
한컴은 이날 자사의 오픈소스 전략도 강조했다. 대표 사례로는 PDF 비정형 데이터 추출 기술인 ‘오픈데이터로더(ODL)’가 제시됐다.
김 대표는 “AI가 일을 하려면 결국 PDF를 읽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한컴은 PDF 비정형 데이터를 추출하고 정보화하는 핵심 기술을 오픈소스로 제공했다”고 말했다.
회사에 따르면 올해 3월 공개된 ODL 2.0은 문서 읽기 순서, 표 추출, 헤딩 인식 등 주요 벤치마크에서 글로벌 경쟁 오픈소스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출시 두 달 만에 깃허브 트렌딩 1위 리포지토리에도 올랐다.
한컴은 이를 기반으로 PDF 접근성 시장 공략에도 나선다. 미국과 유럽의 접근성 규제 강화에 대응해 하반기 PDF-UA 기반 유료 애드온을 출시할 예정이다.
정주환 한컴 CTO는 “유럽과 미국에서 많은 질의가 들어오고 있는 상태”라며 “하반기에는 접근성 시장을 타깃으로 PDF-UA 포맷을 유료 애드온으로 배포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수익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컴은 에이전트 OS 출시 일정도 공개했다. 현재 관련 조직에는 전사 인력의 약 30%가 투입된 상태다.
회사 측은 오는 6월 베타 버전을 공개하고, 하반기에는 실제 도입 환경 기반 검증 버전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후 PoC를 거쳐 2027년 상반기 정식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컴 관계자는 “사실상 한컴의 대부분 인력이 에이전트 OS 생태계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컴은 글로벌 시장 첫 타깃으로 유럽을 지목했다. 현재 유럽 현지 기업 3곳과 MOU를 체결했거나 체결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유럽 파트너들은 한컴의 기술 완성도와 온프레미스 아키텍처를 금융·공공 기업에 즉시 적용 가능한 검증된 자산으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한컴은 기업 정체성 변화에 맞춘 사명 변경과 제품 정책 개편도 함께 발표했다. 기존 ‘한글과컴퓨터’ 사명은 ‘한컴(HANCOM)’으로 변경되며 ‘한컴오피스 2024’를 마지막으로 연식 기반 패키지 출시 정책도 종료한다.
앞으로 한컴오피스는 AI 기능이 실시간 업데이트되는 플랫폼 형태로 운영된다.
김 대표는 “문서를 데이터로, 컴퓨터를 넘어 AI 에이전트로, 그리고 한국을 넘어 글로벌을 타깃으로 다룬다”며 “이제 한컴은 이 새로운 정체성을 담는 그릇이 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한컴은 36년간 자랑스럽게 지켜온 사명과 성공 문법을 우리 손으로 파괴한다”며 “소버린 에이전트 OS 기업이 앞으로 36년을 이끌 비전”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