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5월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8회 연속 동결했지만 사실상 금리 인상 국면 진입을 공식화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강한 긴축 신호를 보낸 데다 금융통화위원 2명이 즉각적인 금리 인상 소수의견을 내면서 시장에서는 이르면 7월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분위기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8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지난해 5월 이후 기준금리가 1년간 유지된 것이다.
다만 회의 분위기와 점도표, 총재 발언 등을 종합하면 시장에서는 사실상 ‘매파적 동결’을 넘어 금리 인상 예고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결했지만 이미 긴축모드 … 인상 소수의견 2명 등장
이번 결정은 고환율·고물가와 경기 부담이 동시에 작용한 ‘진퇴양난’ 환경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중동 지정학 리스크와 국제유가 상승 압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최근 장중 1518원까지 치솟으며 1500원대에 안착한 모습이다.
물가도 다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6%로 한국은행 목표치인 2%를 두 달 연속 웃돌았다.
글로벌 채권금리 급등도 부담이다.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는 최근 연 5.18%를 돌파하며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 역시 지난 22일 기준 연 3.736%로 올해 초보다 0.8%포인트 급등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고금리를 장기화하거나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둔 상황에서 한국이 반대로 금리를 내리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미국채 금리 상승은 원화 약세와 자본 유출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기준금리를 동결하더라도 시장금리 상승을 통해 실질적인 긴축 효과가 나타나는 점도 부담이다. 조달 비용과 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가계부채와 내수 경기에 부담이 커지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금통위원 2명이 즉각적인 금리 인상 필요성을 주장했다는 점은 시장에 강한 신호를 줬다.
당연직 금통위원인 유상대 부총재와 장용성 위원은 기준금리를 2.75%로 인상해야 한다며 동결 결정에 반대 의견을 냈다. 2000년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 소수의견 표시가 도입된 이후 총재 취임 후 첫 금통위 회의에서 인상 소수의견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 총재는 이에 대해 "상당히 의견을 모으기 쉬운 회의였다"며 "소수의견은 전략적 차이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 필요성 자체에는 금통위 내부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점도표도 '3.00%' 쏠림 … "언제 올릴지가 중요"
이날 금통위에서 시장의 관심은 향후 금리 인상 신호가 얼마나 강하게 나타날지에 집중됐다.
지난 2월에 이어 두 번째로 공개된 점도표는 매파적 성격을 확연하게 드러냈다. 금통위원 7명(신 총재 포함)이 제시한 21개 점 가운데 10개가 기준금리 3.00%에 찍혔다.
지난 2월 첫 공개 당시에는 16개가 2.50%(동결), 4개가 2.25%(인하), 1개만 2.75%(인상)에 찍혔던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평가다.
현재 기준금리보다 낮은 2.25%를 가리킨 점은 단 한 개도 없었다. 동결인 2.50%에는 2개, 2.75%에는 7개, 현재 기준금리보다 0.75%포인트 높은 3.25%에도 2개가 찍혔다.
신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금리를 언제 올리느냐, 얼마나 빨리 올리느냐, 어디까지 올리느냐가 중요한데 점도표를 보면 세 가지 질문의 해답이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도 상당히 견조한 성장세를 전망하고 있는데 그 함의도 같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전망 상향도 이런 매파적 점도표를 뒷받침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2.6%로 0.6%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1.8%에서 2.1%로 높였다.
물가 전망 역시 상향됐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2.2%에서 2.7%로 높아졌고, 내년 전망도 2.0%에서 2.3%로 올라갔다.
신 총재는 “이번에 금리를 올리는 것도 충분히 설득력 있게 케이스를 만들 수 있었다”면서도 “근원물가 상승률 통계가 4월 2.2%로 마지막이었는데 다음 통계가 없어서 불확실성에 조금 더 무게를 뒀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사실상 7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본격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연속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실제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날 오전 한때 전일 대비 6bp(1bp=0.01%포인트) 넘게 급등하며 연 3.784%까지 치솟았다. 통화정책 영향을 가장 민감하게 반영하는 3년물 금리가 급등한 것은 시장이 한국은행의 매파적 메시지를 사실상 금리 인상 신호로 받아들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