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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미국 유전체 분석 장비 기업 '엘리먼트 바이오사이언스(Element Biosciences, 이하 엘리먼트)'의 1대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반도체와 스마트폰을 넘어 의료기기, 디지털헬스, AI(인공지능)를 유전체 분석 기술과 연결해 차세대 정밀의료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10일 엘리먼트의 시리즈E 투자에 참여해 1억7500만달러 규모의 추가 지분 투자를 집행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앞서 2024년 7월 엘리먼트의 시리즈D 투자에도 참여했다. 이번 추가 투자로 지분율을 높이며 1대 주주에 올랐지만, 엘리먼트의 경영권 변동은 없을 전망이다.
이번 투자는 삼성전자의 미래 성장축이 AI 반도체와 모바일 기기를 넘어 헬스케어 데이터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에서 축적되는 생활 데이터, 의료기기 사업, AI 분석 역량에 유전체 데이터가 결합되면 질병 예측과 조기진단, 개인 맞춤형 치료까지 사업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
◇정밀의료로 넓히는 삼성의 AI 전략
삼성전자가 주목한 분야는 DNA 시퀀싱과 멀티오믹스다. DNA 시퀀싱은 DNA 염기서열을 읽어 유전적 변이와 질병 관련 정보를 확인하는 기술이다. 개인의 유전 특성, 질병 발생 가능성, 약물 반응 차이 등을 파악하는 데 활용된다.
엘리먼트는 2017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설립된 유전체 분석 전문기업이다. 회사는 99.99% 수준의 유전체 분석 정확도와 분석 비용 절감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고가 장비와 높은 분석 비용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해온 유전체 분석 시장에서 비용 효율성과 접근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삼성전자가 이 회사에 추가 투자한 것은 정밀의료 시장의 성장성을 겨냥한 행보다. 정밀의료는 환자의 유전정보와 임상정보, 생활습관 데이터를 종합해 질병을 예측하고 치료법을 맞춤형으로 설계하는 방식이다. 의료 패러다임이 사후 치료에서 사전 예측과 개인별 관리로 이동하면서 유전체 데이터의 전략적 가치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기존 사업과의 연결고리도 뚜렷하다. 삼성은 의료기기, 모바일, 웨어러블, 디지털헬스, AI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엘리먼트의 유전체 분석 기술이 더해지면 건강 데이터 수집부터 분석, 진단 보조, 맞춤형 관리까지 이어지는 헬스케어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DNA만 보는 시대 끝났다 … 멀티오믹스가 새 승부처
엘리먼트의 경쟁력은 단순 DNA 분석에 그치지 않는다. 삼성전자가 특히 주목하는 영역은 멀티오믹스다. 멀티오믹스는 DNA뿐 아니라 RNA, 단백질, 세포 변화 등 여러 생체정보를 함께 분석하는 기술이다.
DNA가 생명체의 설계도라면 RNA와 단백질은 그 설계도가 실제 몸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같은 유전자를 갖고 있어도 어떤 유전자가 언제, 얼마나 발현되는지에 따라 질병 발생과 치료 반응은 달라질 수 있다. 멀티오믹스가 차세대 정밀의료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이유다.
기존에는 DNA, RNA, 단백질을 각각 다른 장비로 분석한 뒤 데이터를 다시 통합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이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늘고 분석 정확도에도 한계가 생겼다. 엘리먼트는 하나의 장비에서 다양한 생체정보를 동시에 분석하는 기술을 앞세워 이 같은 비효율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엘리먼트는 2022년 중형 DNA 시퀀싱 장비 아비티를 출시한 뒤 글로벌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2024년에는 유전체 정보와 세포 변화를 시간 흐름에 따라 분석하는 아비티24를 선보였다. 기존 제품보다 분석량을 5배 늘리고 분석 비용을 절반 이하로 낮춘 비타리, 병원 검사실에서 맞춤형 항암제 처방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아비티Dx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엘리먼트의 시퀀싱 장비는 현재 생명공학 연구소, 연구기관, 병원 연구용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 향후 멀티오믹스 기술이 고도화되면 제약사의 신약 개발, 임상시험, 진단 분야로 활용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의 추가 투자는 이 같은 기술 상용화와 제품 로드맵 확대를 뒷받침하는 자금으로 쓰일 전망이다.
◇삼성의 헬스케어 확장, 맞춤형 의료 기대 
이번 투자는 단순 재무적 투자가 아니라 삼성전자의 헬스케어 전략을 넓히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AI 시대 헬스케어 경쟁은 의료기기 판매를 넘어 데이터 확보와 분석, 맞춤형 의료 플랫폼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유전체 데이터는 그중에서도 질병 예측과 치료 전략 설계의 핵심 자산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강점은 하드웨어 제조 역량과 AI 데이터 처리 기술이다. 유전체 분석은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읽고 해석해야 하는 분야다. 삼성의 반도체, AI, 모바일, 웨어러블 기술이 엘리먼트의 분석 장비와 결합할 경우 분석 속도와 비용 경쟁력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엘리먼트 몰리 히 CEO는 “삼성전자가 엘리먼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 것은 우리의 비전과 기술력, 구성원에 대한 깊은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번 투자를 통해 과학적 발견을 촉진하고 인류의 건강을 증진하는 혁신 기술을 지속해서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은 “삼성전자의 AI, 의료기기, 디지털헬스 전문성과 엘리먼트의 혁신적인 유전체 분석 기술이 결합돼 맞춤형 의료의 미래를 위한 시너지가 창출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삼성전자는 사람들의 건강 증진이라는 목표 아래 정밀 의료기기부터 디지털헬스까지 폭넓은 분야에서 투자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