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차세대 먹거리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 언급 싱가포르 테마섹·노르웨이 정부연기금 벤치마킹 국부펀드 조성·미래기금 신설 등 부처간 엇박자도 지방교부세 자동 연동 등 현행법 한계 극복도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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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 '대체불가 대한민국'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정부가 반도체 호황으로 걷히는 초과세수를 국부펀드와 미래대응기금에 나눠 담는 구상을 공식화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조만간 성장 전략의 대전환을 이뤄낼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국민 앞에 공개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정책 논의에 속도가 붙었다. 그러나 주무 부처인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각자 다른 안을 밀면서 초과세수 주도권 경쟁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이 대통령은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초과세수를 일반 세수로 취급해 재정지출하는 건 재정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라며 "국채 상환에 활용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빚이 없는 것이 절대 진리는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미래세대를 위한 대한민국의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방향에 투자해야 한다"며 반도체와 같은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대표적인 투자처로 꼽았다.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지난달 "경제가 좋을 때 나타나는 초과세수는 국부펀드 재원으로 두고, 그걸로 투자해서 다시 돈을 버는 선순환 구조를 가져가겠다"고 밝혔다.올해 초과세수 규모는 상당하다. 정부는 올해 국세수입 전망을 당초 390조2000억원에서 415조4000억원으로 상향했고, 실제 징수액은 이를 크게 웃돌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57조2000억원, 37조6000억원에 달한 데다 연간 합산 영업이익이 5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증권가는 전망하고 있다.단순 계산으로 세율 20%를 적용하면 두 기업의 법인세만 100조원을 넘는다. 일각에선 올해 초과세수가 최대 100조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초과세수 활용을 둘러싼 부처 간 온도차가 뚜렷하다. 재경부는 '한국형 국부펀드' 설계를 주도하며 상반기 내 설립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싱가포르 테마섹과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를 벤치마킹해 인공지능(AI) 등 미래 전략산업에 투자하는 구조다. 테마섹은 AI·바이오 지분 투자로 연 10% 안팎의 수익을 내고 있고, GPFG는 지난해 2470억달러의 수익을 올렸다.기획예산처는 이와 별개로 가칭 '미래대응기금'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초과세수를 별도 기금에 적립해 미래 투자 수요에 전략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다.미국 대부분의 주정부가 경기 호황기에 여유 재원을 쌓아뒀다가 침체기에 활용하는 '불황대비기금(Rainy Day Funds)'과 유사한 모델이다. 관가 안팎에선 "재경부가 국부펀드로, 기획처가 기금으로 초과세수 주도권을 각자 선점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다만 기획처는 "미래대응기금 신설, 국부펀드 투자 등 초과세수의 구체적 활용 방안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구상이 현실이 되려면 현행법 개정이 선결 과제다. 국가재정법상 초과세수가 발생하면 지방교부세(19.24%)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20.79%) 등 약 40%를 지자체에 우선 내려보내야 한다.남은 재원의 30% 이상은 공적자금상환기금에 출연하고, 나머지를 국채 상환 등에 써야 한다. 사실상 기금이나 국부펀드로 돌릴 수 있는 재원은 전체의 30% 안팎에 불과하다.정부는 지방교부세·교육재정교부금의 세수 자동 연동 방식 개편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지만, 지방재정과의 충돌이 불가피해 입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구체적인 초과세수 규모는 오는 8월 주요 기업의 법인세 중간예납 결과가 나와야 윤곽이 잡힌다.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은 지난해부터 중간예납 가결산이 의무화됐다.전문가들은 방향성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거버넌스 설계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지난 30년간 연평균 6.6%의 수익률로 자산을 3000조원 규모로 불렸고, 정부 예산이 부족할 때 완충판 역할도 한다.반면 2021~2022년 한국에서 합계 110조원대 초과세수가 발생했을 때 재난지원금 등 현금성 지출로 소진했다가 이후 2년간 90조원 가까운 세수 결손이 발생한 전례는 반면교사로 꼽힌다.일각에선 국민성장펀드와의 투자 중복, 특정 업종 쏠림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도권 대학의 한 경제학과 교수는 "미래 투자 방향은 긍정적이지만, 국가채무를 줄이는 것 역시 미래 세대를 위한 것"이라며 "두 목표 사이의 접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