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병준 벤처기업협회장이 기자 간담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이보현 기자
송병준 벤처기업협회장이 AI(인공지능) 대전환과 글로벌 산업 질서 재편 속에서 벤처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근로시간 규제 완화와 벤처 생태계 현실을 반영한 관련 정책 보완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송병준 회장은 10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벤처기업협회 2026 상반기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글로벌 벤처 4대 강국 도약을 위한 주요 정책들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현장 특성을 반영한 정교한 제도 설계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송 회장은 ▲주52시간제 개선 ▲벤처 투자 쏠림 현상 해소 ▲코스닥 시장 활성화 정책 보완 등 세 가지 과제를 중심으로 정부에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특히 주52시간제와 관련해 벤처 경쟁력의 원천인 연구개발 인력만이라도 현행 제도의 예외 적용 필요성을 강조했다.
송 회장은 "벤처기업의 핵심 경쟁력은 속도와 유연성, 혁신"이라며 "AI·소프트웨어·바이오 분야는 특정 시기에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현재의 획일적인 주52시간제는 산업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활력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R&D 핵심 인력에 대해서는 별도 보상 체계를 전제로 주52시간제 적용 예외를 인정하는 특례 규정을 도입해야 한다"며 "기술 혁신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현장에서 연구개발과 해외 사업은 정해진 시간표대로만 움직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벤처기업협회가 지난해 벤처기업 567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벤처기업의 42.5%는 주52시간제로 인한 생산성 저하와 운영 차질을 경험했다고 답한 바 있다.
또한 핵심 인력 대상 근로시간 예외 규정 도입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82.4%에 달했으며, 벤처기업 재직자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70.4%가 '초과근무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송 회장은 "노사가 모두 원하고 기업의 생존이 걸린 유연근로제가 제도적으로 안착될 수 있도록 조속한 법 개정과 보완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권성택 벤처기업협회 부회장은 "대기업은 인력과 자금 여력이 있어 근로시간 규제에 대응할 수 있지만 스타트업과 중소벤처기업은 대체 인력과 자금을 확보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며 "정당한 보상을 전제로 유연한 근로제도를 촉구하는 것이 협회의 올바른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벤처 생태계 내 투자 양극화 문제도 제기됐다.
송 회장은 "최근 정책자금과 민간 투자가 AI와 일부 딥테크 분야에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제조업, 바이오, 소부장 등 전통 혁신 산업이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전체 벤처투자의 상당 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돼 지방 혁신기업들은 자금과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 산업 편중을 완화할 수 있도록 정부는 섹터 중립적 심사 체계로 전환하고 지방 혁신벤처 전용 매칭펀드와 지역 벤처캐피털(VC) 육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코스닥 시장 활성화 정책에 대해서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일부 제도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송 회장은 "세그먼트 분리와 승강제, 획일적인 중복상장 규제, 상장폐지 기준 강화 등이 성장 단계 벤처기업에 불확실성을 줄 수 있다"며 "코스닥은 코스피와 다른 성장지향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민형 벤처기업협회 혁신정책본부장은 "우리 혁신기업들은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도 전에 낡은 규제 장벽과 먼저 싸워야 하는 상황"이라며 "규제를 사후에 끼워 맞추는 방식이 아니라 혁신을 먼저 촉진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