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 노조가 10일 오후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 광장에서 창사 이래 첫 부분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번 파업에 참여하는 법인은 카카오 본사를 비롯해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이다. ⓒ정상윤 기자
카카오가 창사 이후 처음으로 본사 노조 파업을 겪었다. 하반기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노사 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정신아 대표가 추진 중인 AI 전환 전략도 시험대에 올랐다.
10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카카오 본사를 비롯해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5개 법인 노조가 참여했다.
이번 파업은 지난달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조정이 최종 결렬된 이후 이뤄진 첫 집단행동이다. 카카오 노조는 파업 참여 인원이 1000명을 넘겼으며, 전체 법인 기준 참여 규모는 약 1500명 수준이라고 밝혔다.
부분파업과 함께 열린 결의대회에는 경찰 추산 500명, 노조 추산 700~800명의 조합원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카카오 판교아지트 인근 약 1㎞ 구간을 30여 분간 행진하며 고용 안정과 책임 경영, 공동교섭을 촉구했다.
노사 갈등의 출발점은 성과 보상 체계다. 카카오 노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방안과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의 성과급 산입 여부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다만 최근 들어 노조는 성과급 문제를 넘어 사업 비전과 조직 운영 문제까지 쟁점을 확대하고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클라우드 사업 전략 부재, 검색 조직 고용 불안, 전환배치 계획 등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으며 공동체 경영진의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조정 결렬 이후에도 노사 간 대화가 사실상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조정 중단 이후 카카오 본사와 한 차례 교섭이 진행됐지만, 추가 교섭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다. 노조는 현재의 보상 체계와 고용 안정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 카카오 노조(크루유니언)가 10일 카카오 본사인 카카오 아지트 앞 판교역 광장에서 유스퀘어 광장 방향으로 행진을 진행하고 있다. ⓒ곽예지 기자
◇AI 전환 속 커지는 내부 갈등
업계에서는 이번 갈등이 카카오의 AI 전환 전략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정신아 대표는 올해를 'AI 카카오톡 원년'으로 선언하고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한 AI 에이전트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용자가 대화에서 검색, 예약, 쇼핑, 결제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서비스를 구현해 카카오 생태계 체류 시간을 늘리고 새로운 수익 모델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정 대표는 지난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에는 이용자들이 대화에서 시작해 결제까지 완료되는 AI 에이전트를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이 될 것"이라며 AI 서비스 확대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AI 전환 과정에서 내부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카카오톡 개편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홍민택 전 최고제품책임자(CPO)가 회사를 떠났고, 노조는 조직 운영과 근무 환경을 둘러싼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특히 카카오가 AI 중심 조직 재편과 사업 구조 개편을 추진하는 시점에서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조직 안정성과 실행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조 역시 최근 성명을 통해 사업 비전과 조직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경영진을 압박하고 있다.
▲ 카카오 노조(크루유니언)가 10일 오후 판교 유스퀘어 광장에서 부분파업 집회를 열고 경영진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곽예지 기자
◇첫 파업 끝이 아니다 … 29일 '로그오프 데이' 예고
노조는 이날 부분파업에 이어 오는 29일 추가 단체행동도 예고했다.
노조가 추진 중인 '로그오프 데이'는 직원들이 업무 시스템에서 일제히 로그아웃하는 방식이다. 카카오지회는 카카오 공동체 계열사를 포함해 약 5000명의 조합원이 소속돼 있으며, 노조는 전 조합원 참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노조는 서비스에 대규모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다만 개발 일정이나 사업 추진 일정에는 일정 부분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려와 달리 이날 카카오톡 등 주요 서비스 운영에는 별다른 차질이 발생하지 않았다. 회사는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며 서비스 안정성 유지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사측은 서비스 안정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과 고객 영향 최소화를 위해 실시간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며 "조속한 합의를 위해 노조와 지속적으로 대화하며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노조 측도 현재 실무선에서 회사와 대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추가 교섭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반면 경쟁사인 네이버는 AI 탭 확대와 창작자 생태계 투자 등을 앞세워 AI 서비스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향후 5년간 콘텐츠 생태계에 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하며 AI 시대 핵심 경쟁력으로 데이터와 콘텐츠를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이번 파업이 카카오톡 등 주요 서비스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AI 경쟁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고 추가 쟁의행위까지 이어질 경우 전략 실행 속도와 조직 결속력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