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파운드리사업부장 한진만 사장ⓒ연합뉴스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장기 체질개선에 들어갔다. AI 반도체 수요 확대로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사상 최대 규모로 커졌지만, 성장의 과실은 대만 TSMC에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단기 흑자 전환이 어렵다고 보고 2028년을 반등 시점으로 제시했다.
한진만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은 12일 임직원 대상 경영현황 설명회에서 “내년에도 흑자 전환은 쉽지 않다”며 “2028년에는 흑자 달성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파운드리 수장이 흑자 시점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사업 정상화가 예상보다 더디다는 현실 인식이 반영됐다.
배경은 냉혹하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상위 10개 파운드리 기업 매출은 479억53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0.7% 늘었다. TSMC는 매출 358억5500만달러, 점유율 72.3%를 기록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매출 32억100만달러, 점유율 6.5%에 그쳤다. 양사 격차는 65.8%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더 부담스러운 대목은 중국 SMIC의 추격이다. SMIC는 점유율 5.1%를 기록하며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1.4%포인트로 좁혔다. 삼성 입장에서는 TSMC 추격뿐 아니라 2위 방어도 과제가 됐다.
삼성의 해법은 선택과 집중이다. 한 사장은 현재 흑자를 내는 8인치 파운드리 사업에 대해 레드오션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단계적 정리 방침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이익이 나는 사업보다 미래 성장성이 큰 선단공정에 자원을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8인치 공정은 전력반도체와 센서, 디스플레이구동칩 등에 쓰인다. 안정적 수요는 있지만 가격 경쟁이 심하고 중국 업체 추격도 거세다. 삼성전자가 이를 줄이겠다는 것은 레거시 공정 대신 2나노 등 첨단 공정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선언이다.
수주 전략도 바뀐다. 코로나19 시기 확보한 일부 물량은 낮은 단가로 수주돼 수익성 개선에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는 물량보다 수익성, 점유율보다 고객 신뢰를 앞세우겠다는 방향이다.
반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 2나노 첨단 공정을 구축 중이다. 지난해 테슬라와 165억달러 규모 AI6 반도체 생산 계약을 맺었고, 엔비디아 플랫폼에 탑재되는 그록의 언어처리장치 생산도 맡고 있다. 구글 차세대 TPU 관련 수주 가능성도 시장에서 거론된다.
문제는 양산 안정성이다. 대형 고객을 확보해도 수율과 원가 경쟁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흑자 전환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테일러 공장 초기 가동과 2나노 수율 확보가 삼성 파운드리 반등의 핵심 분수령이다.
한 사장은 적자 책임이 경영진에 있다고 언급하며 경쟁력 회복을 강조했다. 최근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신설로 내부 보상 기대가 커진 상황에서, 파운드리 사업부의 현실을 직접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