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병준 벤처기업협회 회장(왼쪽)이 자본시장 개편 관련 벤처업계 정책 제안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보현 기자
벤처업계가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코스닥 시장 개편안에 대해 세그먼트 도입과 상장폐지 요건 강화 방안의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정책 발표 당시와 비교해 코스닥 시장 내 양극화와 자금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벤처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15일 벤처기업협회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자본시장 개편 관련 벤처업계 정책 제안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융당국의 자본시장 체질 개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벤처업계는 당국에 ▲코스닥 세그먼트 도입 재검토 ▲중복상장 규제 예외 적용 ▲상장폐지 요건 시행 유예 ▲정책협의체 구성 ▲기술특례 상장제도 보완 등 5대 정책 과제를 제안했다.
송병준 벤처기업협회장은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정책 발표 당시와 현재 시장 상황은 달라졌다"며 "최근 반도체 등 특정 종목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시장 양극화가 더욱 커진 만큼 제도 시행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와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상장폐지 요건 강화에 대해서도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송 회장은 "부실기업 퇴출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단순히 시가총액이나 주가 등 정량적 기준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기술 개발 단계와 성장성, 지식재산권, 글로벌 파트너십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벤처기업 전용 평가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2월 정책 발표 당시 시가총액 200억원 미만 기업은 약 50개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125개로 늘었다"며 "내년부터 시가총액 300억원 기준이 적용되면 300개가 넘는, 전체 코스닥의 20%가 넘는 기업이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좋은 정책이라도 시장 상황이 급변했다면 속도 조절이 필요할 수 있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정책협의체를 통해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벤처업계는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코스닥 세그먼트 도입에 우려를 나타냈다.
송 회장은 "코스닥 시장의 문제는 시장을 나누지 않아서 생긴 것이 아니라 혁신기업이 제대로 평가받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구조적 기반이 약해졌기 때문"이라며 "시장을 인위적으로 프리미엄과 스탠다드로 구분하는 것은 또 다른 서열을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올해 3월 이재명 대통령은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시가총액과 영업실적, 지배구조 등을 기준으로 코스닥 시장을 프리미엄·스탠다드 등으로 구분하는 세그먼트 제도 도입 방침을 공식화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송 회장은 "프리미엄·스탠다드 등으로 나누는 구조는 마치 학교의 우등반과 열등반을 연상시키는 구조"라며 "스탠다드 시장에 속한 기업들이 비우량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히고 기관투자자 자금과 유동성으로부터 외면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벤처업계는 세그먼트 도입이 일본의 시장 재편 사례와 같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송 회장은 "일본 도쿄증권거래소가 시장을 프라임·스탠다드·그로스로 재편한 이후 하위 시장 기업들에 대한 낙인 효과와 자금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며 "코스닥에 필요한 것은 시장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저평가된 혁신기업의 특성과 성장 가능성을 제대로 평가하고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그먼트 제도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프리미엄이든 스탠다드든 해당 기업에 기관투자자를 유입시키고 성장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라며 "기관투자자 유입과 자금 공급 구조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코스닥이 혁신기업 중심 시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벤처업계는 금융당국과 업계가 참여하는 공식 정책협의체를 조속히 구성해 코스닥 활성화 방안과 상장폐지 제도 개편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