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오전 판교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진행된 넥슨코리아 강대현 공동 대표 기조강연 모습. ⓒ곽예지 기자
인공지능(AI)으로 게임 개발의 문턱이 낮아지는 시대일수록 경쟁력의 핵심은 기술 구현이 아닌 '맥락'에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강대현 넥슨코리아 대표는 16일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NDC) 기조연설에서 "AI 모델은 누구나 가져다 쓸 수 있어도 시간이 쌓아올린 맥락은 돈만으로 살 수 없고 오직 시간으로만 살 수 있다"며 이를 '맥락 자본(Context Capital)'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이용자와 함께 쌓아온 경험과 관계, 문화가 만들어내는 '맥락의 복리'가 AI 시대에도 쉽게 복제할 수 없는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8년 전 같은 무대에서 발표했던 '즐거움을 향한 항해'를 언급하며 "당시에는 게임의 재미를 가르는 것이 그래픽과 사운드, 룰 같은 정적 요소만이 아니라 누구를 만나고 어떤 사건을 겪느냐 하는 동적 요소라는 점을 이야기했다"며 "그때의 결론은 '재미의 본질은 구현의 바깥에도 있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2018년에는 게임의 본질이 구현 바깥에도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다"며 "하지만 2026년에는 구현이라는 장벽 자체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그렇다면 본질은 이제 어디로 가는가, 이것이 오늘의 질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게임 시장 환경 변화도 언급했다. 강 대표는 "2015년 스팀에 출시된 게임은 약 2800개였지만 2025년에는 약 2만개"라며 "공급은 폭발하는데 유저의 하루는 여전히 24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유저는 확실히 믿을 수 있는 곳에 머문다"며 "실제로 2024년 PC와 콘솔 플레이타임의 57%가 출시 후 6년이 지난 게임에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플레이어들의 시간 절반 이상이 신작이 아니라 기존 게임으로 흘러가고 있고 신작에게 돌아가는 시간은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며 "시장은 커지는데 성공의 문은 좁아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AI에 대해서는 "코드를 더 빨리 짜고 이미지를 더 빨리 그리고 프로토타입을 더 빨리 뽑아준다"며 "정말 좋은 일이지만 우리만 쉬워지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쉬워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구현이 쉬워지는 시대에 무게 중심은 맥락으로 이동한다"며 "이제 게임은 구현의 수준이 아니라 맥락의 깊이로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16일 오전 판교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진행된 넥슨코리아 강대현 공동 대표 기조강연 모습. ⓒ곽예지 기자
강 대표는 메이플스토리 사례를 들며 "범용 AI에게 메이플 캐릭터가 쓸 귀여운 모자를 만들어 달라고 하면 그럴듯한 결과물이 나온다"며 "하지만 20년 동안 쌓아온 스타일 가이드와 유저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이해 위에서 만들어진 결과물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타일 가이드처럼 데이터를 옮길 수 있는 맥락은 AI가 앞으로 점점 더 잘 다루게 될 것"이라면서도 "유저와 주고받아온 살아있는 관계, 지켜온 시간이 만들어준 신뢰 같은 것들은 데이터만으로 옮겨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자산을 '맥락 자본(Context Capital)'이라고 정의하며 "AI 모델은 누구나 가져다 쓸 수 있어도 시간이 쌓아올린 맥락은 돈만으로 살 수 없고 오직 시간으로만 살 수 있다"며 "이것이 AI 시대의 진짜 자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맥락의 연결은 복리처럼 작동한다"며 "경험이 연결돼 복리로 불어난 맥락은 하나의 세계를 이루고 그 세계 안에서 맥락 하나하나는 다시 더 큰 의미와 힘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게임을 "출력물이 아니라 약속"이라고 표현했다. 강 대표는 "라이브 게임에서는 이 세계가 계속될 것이라는 약속이고, 패키지 게임에서는 완성된 세계가 언제까지나 당신을 기다린다는 약속"이라며 "당신이 쌓은 시간을 헛되게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라고 말했다.
이어 "AI는 출력물을 점점 더 잘 만들겠지만 약속은 출력하지 못한다"며 "약속은 지켜질 때만 쌓이고 어긋나는 순간 가장 빨리 무너진다"고 말했다.
발표 말미에는 AI를 두 가지로 구분했다. 그는 "하나는 우리가 매일 입에 올리는 Artificial Intelligence이고 다른 하나는 Accumulated Intelligence"라며 "유저와 함께 보낸 시간, 운영하며 쌓은 판단, 커뮤니티와 만든 문화,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복리로 이어진 맥락 자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첫 번째 AI는 모두의 무기지만 두 번째 AI는 맥락의 진가를 알아본 이들의 것"이라며 "구현이 쉬워지는 시대에 필요한 것은 첫 번째 AI를 누구보다 잘 쓰면서 그 위에 두 번째 AI를 누구보다 두텁게 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I가 만드는 모자는 세상에 수백만 개가 있지만 여러분의 게임에서만 의미가 있는 모자는 오직 여러분만 만들 수 있다"며 "경기는 그대로여도 맥락은 세계를 만든다"고 발표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