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이스X. 출처=APⓒ연합뉴스
일론 머스크가 2002년 창업한 스페이스X가 미국 나스닥시장에 안착했다. 750억달러를 끌어모은 기업공개(IPO)와 2조달러 기업가치는 우주산업이 국가 주도의 기술 경쟁을 뛰어 넘어 민간이 주도하는 거대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페이스X의 기술력은 단연 독보적이다. 자본과 인재를 바탕으로 부품·소재·장비부터 위성, 발사체까지 수직 계열화해 뉴스페이스 시대의 새 장을 열고 있다.
한국도 누리호 성공과 우주항공청 출범을 계기로 뉴 스페이스 시대의 문턱에 섰다. 다만 기술을 확보한 것과 이를 돈 버는 산업으로 키우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뉴데일리>는 3회에 걸쳐 국내 우주·방산 기업들의 현주소와 경쟁력, K-우주가 발사체를 넘어 위성서비스와 우주방산 분야에서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K-방산이 기존 지상무기 위주에서 항공·우주까지 영역을 넓히면서 K-스페이스로의 진화를 추진하고 있다. 주요 방산업체들은 새로운 전장으로 떠오른 우주 분야에서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며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방산 분야에서 우주 영역의 중요성은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가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전장의 핵심이 무기뿐 아니라 항공, 우주를 통한 감시위성 등 다양화되고 있다는 점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방산업체들이 기존 방산만으로는 성장의 한계를 절감하고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는 우주 분야 공략에 본격 나서고 있다. 경영진이 직접 항공 분야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진두지휘하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은 우주 분야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특히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올해 1월 제주도에 위치한 한화시스템 제주우주센터 현장을 찾고 신년사에서 우주 분야를 언급한 것을 계기로 K-우주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제주우주센터는 단순한 사업장이 아니라 한화의 우주를 향한 원대한 꿈의 현재이자 미래”라며 “우주는 도전을 멈추지 않는 자에게만 길을 내어준다”고 말했다.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제주우주센터를 방문하는 등 우주 분야를 강조하고 있다. ⓒ한화그룹
한화에어로는 전라남도 순천에 발사체 제조 시설인 ‘스페이스허브 발사체 제작센터’를 건립 중에 있다. 2027년 발사 예정인 누리호 6호기는 물론 후속 신규 발사체들도 이곳에서 제작하면서 우주 전략을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한화시스템은 소형 SAR(합성개구레이다)를 중심으로 우주 영토를 넓혀나가고 있다. 소형 SAR 위성은 하루에 지구를 15바퀴를 돌며 지상 기지국과 양방향 통신을 수행한다. 
2023년 12월에는 국내 최초로 1m급 해상도 소형 SAR 위성을 발사한 이후 지난해에는 0.5m급 해상도의 소형 SAR 위성을 개발한 상태다. 점점 지능화되고 있는 요격체계와 우주감시정찰 역량이 융합되면 활용도가 높아진다는 점에서 한화시스템은 0.15m급 해상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KAI(한국항공우주산업)는 차세대중형위성 및 정찰위성 등 다양한 위성 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차세대중형위성 사업에서는 2015년 1호 개발부터 항우연과 공동설계 기관으로 참여했으며, 2018년부터는 총괄 주관기관으로 2호부터 5호까지 위성 제작과 발사를 아우르면서 K-스페이스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차세대중형위성 3호(CCAS500-3)의 초기 운영 임부를 성공적으로 완료한 후 운영 권한을 우주항공청 국가위성운영센터로 이관했다. 
LIG D&A는 지난 3월 LIG넥스원에서 사명을 변경했다. Defense(방위산업)와 Aerospace(항공우주)를 결합해 그동안 축적한 방산 역량에 첨단 우주기술력을 더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현재는 한국형 위성항법 시스템(KPS) 사업, 천리안위성 5호, 초소형 정찰위성 사업 등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천리안위성 5호 사업에서는 시스템과 본체, 탑재체 등을 모두 개발하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현대로템은 경쟁 업체 대비 항공, 우주 분야의 성과는 적은 편이다. 하지만 2028년까지 3년간 1조8000억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우주 분야에서 영역을 넓혀나간다는 목표다. 
▲ 이노스페이스가 다목적 준궤도 로켓 '세빛'을 공개했다. ⓒ이노스페이스
이용배 대표는 신년사에서 “항공, 우주, 무인화 등 미래 산업 경쟁구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면서 “기술 주권을 확보하고 이를 신속하게 사업화로 연결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현대로템은 2034년까지 전북 무주에 ‘항공우주 종합 생산기지’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차세대 유도무기 추진기관으로 주목받는 초음속 덕티드 램제트 엔진, 우주발사체용 메탄 엔진 등의 연구개발(R&D)과 생산이 이뤄질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여객, 화물 사업에 머물지 않고 항공, 우주에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공중발사체, 지상발사체, 궤도 수송선, 달 착륙선 등 다양한 우주수송 플랫폼에 활용 가능한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주발사체의 핵심 구성품인 ▲3톤급 메탄 액체로켓엔진 ▲공통격벽 추진체 탱크 ▲통합 에비오닉스 등 핵심 구성품을 개발하고 있다. 올해 4월에는 금속 3D 프린팅 방식을 활용해 제작한 3톤급 메탄 액체로켓엔진 연소기의 연소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한편, 방산 업체 외에 방산 스타트업도 가세하면서 우주 분야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노스페이스다. 
이노스페이스는 지난 2023년 3월, 소형위성 발사체의 핵심 부품인 추력 15톤급 하이브리드 로켓 엔진의 비행성능 검증을 위한 시범발사에 성공하면서 상업 발사 분야에 본격 뛰어들었다. 
민간 우주기업으로 글로벌 우주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 호주 웨일러스 웨이, 포르투갈 말부스카 발사장 등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발사장을 확보했다. 
이노스페이스는 오는 3분기 자체 발사체인 ‘한빛-나노’ 발사를 앞두고 있다. 이번 발사에 성공한다면 트랙 레코드가 축적되면서 우주 발사 분야를 포함한 우주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주요 방산업체들이 우주 분야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민간보다는 정부 주도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강성은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미래를 여는 우주항공산업, 주요국 전략과 한국의 수출과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우주 산업의 후발주자이지만 정부 주도로 산업 기반을 구축하며 중상위권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했다”면서 “실증 인프라 부족, 엄격한 수출통제와 국제 인증 부담, 글로벌 레퍼런스 부족 등은 구조적 제약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 생존을 위해서 우주 분야 진출은 필수적"이라며 "미래 성장성을 보면서 경쟁력 강화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