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 사 로고 ⓒ 뉴데일리
반도체 호황이 한국 경제의 새로운 물가 변수로 떠올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IT 대기업의 대규모 성과급이 소비와 임금 상승을 자극하면서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반도체 특수가 일부 업종에 집중된 소득 증가로 끝나지 않고 생활물가와 금리 부담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은은 17일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최근 일부 IT 대기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큰 금액의 성과급 지급은 전반적인 임금 상승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에는 물가의 상방압력도 커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 1분기 IT 성과급 60%↑ … "내년엔 쏠림 더 심화될 것"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IT 업종의 성과급은 전년 동기 대비 60.6% 급증해 전체 명목임금 상승률(3.4%)에 1.3%포인트(p) 기여했다. 이 처럼 높은 기여도는 지난 10여 년간 상위 3%에 들 정도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반면 나머지 임금 상승률은 2.1%에 그쳤다. 실적이 좋은 일부 IT기업들이 성과급 규모를 대폭 확대하면서, 임금 격차 등이 이례적으로 심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이러한 '성과급 쏠림' 현상이 내년에는 더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주요 IT부문 대기업의 영업이익 전망이 매우 높은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내년초 IT 특별급여의 기여도는 상위 1%를 상회하는 전례없는 수준에 이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분석이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물가설명회에서 "국내 경기 개선세에 따른 수요 압력도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임금 상승 또한 비용과 수요 양 측면에서 물가 상방 압력을 더 높일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 IT부문 특별급여 상승이 여타 부문 임금상승을 통해 물가로 파급되는 경로 그래프 ⓒ 한국은행
◆ 비IT 임금 눈높이까지 높여 … '인력 이탈' 막으려 연쇄 인상
통상적으로 특별급여 증가는 일회성으로 여겨져 수요 측면의 물가 압력을 크게 자극하지 않는다. 하지만 고액 성과급이 특정 업종 등에 집중될 경우,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한 임금 협상 등으로 이어져 타 업종의 전반적인 임금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일부 IT기업들을 중심으로 고액의 성과급이 화두가 된 이후, 비IT부문에서도 유사한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전반적인 준거임금의 상향 조정도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더 나아가 대학 입시에서도 반도체 등 첨단산업 관련 학과에 대한 선호도가 뚜렷하게 높아지는 등 특정 산업의 고임금 기조가 노동 시장 전반의 기대 심리를 끌어올리고 있어, 당분간 반도체 대기업발 임금 상승의 파급 효과는 지속될 전망이다.
한은 분석 결과, IT 성과급 상승폭이 상위 10% 이상으로 커질 경우, 타 업종의 정액급여를 0.02~0.03%p 추가로 상승시키고 그 확산 범위도 급격히 넓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 총재는 "중동전쟁이 끝나고 유가가 하락하더라도 소비개선, 임금상승 등이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며 "내년에도 소득여건이 개선되고 임금상승세도 확산되면서 물가압력이 점차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