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국민은행 매일걷기 화면 캡처 ⓒ KB국민은행 앱
"어차피 매일 출근길에 걸어야 하는데 보상을 주니까 자연스럽게 은행 앱을 켜게 되죠" 
서울 종로구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A씨는 매일 출퇴근길 생활 걸음 수가 많은 편이다. 그는 은행 앱과 스마트폰 건강 앱을 연동해 매일 목표 걸음 수를 채우고 리워드를 챙긴다고 설명했다.
은행 앱이 진화하고 있다. 송금이나 결제 등 기본적인 금융 업무를 넘어 앱 내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 서비스가 갈수록 다양해지는 추세다. 온라인상에서 애완동물을 키우거나 목표 걸음 수를 채우는 미션 등 재미 요소가 더해지면서  뱅킹 앱을 마치 모바일 게임처럼 일상적으로 즐기는 사용자가 증가하고 있다.
◆ 고물가·고금리에 '앱테크' 열풍 … 행동과 시간 요구하는 게임으로 진화
이처럼 은행들이 앱 내 이벤트와 게임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배경에는 고물가·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소비자들의 절약 심리가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세금 환급 플랫폼 삼쩜삼이 공개한 앱테크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024년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26개월간 삼쩜삼 앱을 통해 한 번 이상 포인트를 적립한 이용자는 304만명에 달했다. 이들이 적립한 누적 포인트는 155억 포인트를 넘어섰으며, 누적 적립 건수는 총 11억건 이상을 기록했다. 1인당 평균 적립 횟수는 366회로 이용자들이 거의 매일 한 번 이상 앱테크에 참여한 셈이다.
이러한 재테크 심리와 모바일 게임 특유의 성취감이 맞물리면서 뱅킹 앱 내 콘텐츠도 정교해지고 있다. 과거의 단순한 '출석 체크' 수준에서 벗어나, 이제는 이용자의 구체적인 행동과 일정 수준의 시간 투자를 요구하는 '게임화' 형태로 진화했다. 특히 리워드로 포인트뿐만 아니라 계좌에 즉시 현금이 지급되는 방식이 도입되면서 사용자들의 참여도가 더욱 높아졌다.
▲ 케이뱅크 돈나무 키우기 화면 캡처 ⓒ 케이뱅크
◆ 돈나무 키우고 저금통 채우고 … 인뱅이 시작하고 시중은행이 받았다
이러한 변화를 주도한 것은 플랫폼 경쟁력을 앞세운 인터넷은행들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케이뱅크의 '돈나무 키우기'다. 앱 내 광고 등을 시청하고 얻은 영양제로 식물을 키우면 최종 수확 단계에서 계좌로 직접 현금을 보상받는 구조다. 포인트가 아닌 실제 현금을 지급받는다는 장점 덕분에 출시 1년 만에 누적 이용자 100만명을 돌파했다.
토스뱅크 역시 지난해부터 '게임 저금통'을 선보이며 자산 형성과 게임을 결합했다. 누구나 쉽게 시도할 수 있는 '젤리 찾기' 게임을 저축 기능과 연동했고, 출시 하루 만에 10만 계좌를 돌파하는 성과를 냈다. 최근에는 CJ더마켓과 제휴를 맺고 게임 내에서 이벤트 젤리를 찾은 고객에게 CJ더마켓의 적립금과 할인권을 지급하는 등 보상 혜택을 넓혔다.
인터넷은행들이 게임을 통해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빠르게 늘려가자, 시중은행들 역시 자사 앱에 잇따라 게임 요소를 확대하며 경쟁에 돌입했다. KB국민은행은 구간별 걸음 수 달성 시 보상을 주는 'KB매일걷기'를 운영 중이다. 여기서 쌓인 포인트는 금 모으기나 외화 환전 등 실제 금융 서비스와 연계해 사용할 수 있다. 신한은행 또한 최근 '신한 슈퍼 SOL' 앱을 전면 개편하면서 온 가족이 동참해 가상의 집을 짓는 '집 짓기 게임' 콘텐츠를 추가했다. 
◆ 창구 자리 채우는 모바일 앱 … '락인 효과'가 마케팅 비용보다 중요하다
은행들이 치열하게 '앱 내 게임 경쟁'을 벌이는 본질적인 이유는 모바일 플랫폼 경쟁력이 곧 금융 영토 확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현재 플랫폼을 기반으로 영업 경쟁력을 확대 중인 인터넷은행들의 MAU는 시중은행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지난 5월 기준 카카오뱅크의 MAU는 1888만명, 토스뱅크는 1100만명을 기록했다.
오프라인 창구가 빠르게 줄어들고 모바일 앱으로 대체되는 환경에서 고객들을 자사 앱에 묶어두는 락인(Lock-In) 효과는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는 것보다 중요해졌다. 고객의 앱 체류 시간이 늘어날수록 자사의 예·적금이나 대출, 카드 상품 등 핵심 금융 상품에 노출되고 가입으로 이어질 확률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결국 뱅킹 앱의 '게임장' 변신은 치열한 디지털 금융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시중은행과 신생 인뱅 모두의 생존 전략이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