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김성현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의 극심한 회전율과 과도한 매매수수료 현상을 비판하며 관련 규제를 시사했다.
이 원장은 22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5월 삼성전자 하이닉스를 대상으로 한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 누적 판매액이 14조원을 돌파하는 등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며 “개인투자자 보유 비중은 92% 정도로 하락장 때 마이너스 37%까지 가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레버리지 구조 상품의 극심한 회전율과 과도한 매매수수료를 ‘도박장에서 판돈 떼이는 형국’에 빗대어 표현했다. 플레이어인 개인 투자자들은 실익이 없고 판을 개설해 관리하고 운영하는 증권사들만 이익을 보는 구조라는 점에서다.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가 실물 주식을 추종하는 자산이 아님에도 거래 규모와 회전율이 극심해 실물 증시 변동성을 끌고가며 시장을 흔드는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는 “레버리지 ETF의 극심한 변동성을 두 가치 측면에서 보고있다”며 “하나는 증권사만 배불리는 결과만 초래한다는 점이고 실물주식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변동성이 심할때는 일일 회전율이 200%까지 치솟았고, 다소 완화된 최근에도 13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매매수수료만 최소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추산되면서 투자자들이 시총의 40~70%를 수수료로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원장은 “투자자가 스스로 API를 이용해 자동 매매 프로그램을 돌리지 않는 한 하루 종일 이 상품 매매에만 매달려야 하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 원장은 “모니터링 강화뿐만 아니라 리스크관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투자자들 대부분이 중산층 서민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급격한 변동성에 따른 가계 충격에 대비해 별도 안전장치를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금감원이 고민하는 단계별 안정 조치로는 미수거래 통제와 시행령 개정이 거론됐다. 자본시장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거래 시 미수와 신용을 합산한 통합 가이드라인을 금융위와 협의해 정리하고 대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환율 방어라는 정부 도입 취지 실패도 인정했다. 정부가 상품 도입을 검토했을 당시에는 홍콩 등 역외 레버리지 ETF로 유출되는 투자자금을 환류시키려는 목적이었다는 점에서다. 이 원장은 “실제 도입해보니 환율측면 효과는 별로 없었고 부작용만 커졌다”며 “과거 증권신고서를 수리할 당시 더 철저히 테스트하고 막았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개인적인 반성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지배구조 개선안 보고 완료 … “기존 안 대비 소폭 강화”
이 원장은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안에 대해 정책 부서와 정부 라인에서 자체적으로 검토한 최종 지배구조 개선안이 보고 완료됐다고 말했다. 7월 초로 예정된 KB금융지주 회장 선임 숏리스트 작업에 앞서 지배구조 개선안이 발표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지배구조 개선안에는 CEO 승계절차와 사외이사 구성의 적정성, 성과보수 체계 등이 포함된다. 현재 지주회장뿐만 아니라 은행장 등 선임 절차가 다수 예정돼있는데, 이들에게 모두 적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원장은 “지난 3월 금융위에서 설명했던 기준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 일부 내용은 기존 안보다 조금 더 강화된 형태로 보완했다”며 “지배구조 개편 관련 기준뿐만 아니라 관련 법률 개정안까지 모두 차질없이 적용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 주식 선행매매·민생금융 범죄에 AI 대응 본격화
기자 주식 선행매매 수사 현황도 공유됐다. 금감원 특사경이 추적 중인 기자의 특정 종목 보도 전 선행매매 사안은 크게 4개 사건으로 분류되나, 현재 공식적으로 다루는 사안 외에도 의심 사건들이 추가로 존재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선행매매 적발을 위한 인력 한계 극복을 위해 ‘AI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도입했다고 강조했다. 수백개 종목의 매매 데이터와 기사 표출 시점을 정밀 분석해 보도 직전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의심계좌를 손쉽게 잡아낼 수 있다는 것.
이 원장은 “시스템이 고도화되면 사전 예방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이나 적발 범위 등을 언론계와 공유할 수는 있다”며 “구체적인 AI 탐지 기법과 알고리즘은 '영업 비밀'에 해당하기 때문에 외부에 모두 오픈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민생 보험 사기와 대포통장에 대한 대응을 중심으로 AI 개발과 플랫폼 기획을 진행 중이다.
보험사기는 요양병원의 페이백 사례 외에도 광범위하게 퍼져있으며, 허위로 진료 기록을 조작하는 데에도 활용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금감원은 건보공단과 심평원 등 일주일 단위로 데이터를 조회하고 검증하는 공조체계를 구축한 상태다. 기존에 구축한 보이스피싱 기반 플랫폼을 확장해 부처별로 업무를 공유하는 범정부 대응체계를 3분기부터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금감원은 대포통장을 근절하기위해 업권별로 이상거래를 실시간 탐지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를 개발 중이다. 선제적으로 대포통장을 잡기 위한 공통 룰을 개발해 금융권에 공유하고 FDS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다. 빠르면 은행권부터 사전 시뮬레이션을 마치고, 연말에는 대포통장이 확연히 줄어드는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한편, 공공기관 지방 이전 논의에 대해 이 원장은 “공사를 하는 현장 감독이 현장을 떠나서 어디로 가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문제의식은 지금도 유효하다”며 “금감원 관리자로서 반대하는 것만 아니라 일반 시민 관점에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