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연합뉴스
중앙노동위원회가 현대자동차 노사 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 대해 조정 중지를 결정하면서 현대차 노동조합이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했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 사용자성 인정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완성차업계를 시작으로 산업계 전반에 하계 노동쟁의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중앙노동위원회는 전날 열린 현대차 노동쟁의 조정회의에서 노사 간 입장 차이가 커 추가 조정이 어렵다고 판단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지난 24일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찬성률 86.65%로 파업안을 가결한 현대차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하게 됐다. 노조는 오는 30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열고 향후 투쟁 방향과 파업 일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대차 노조가 실제 파업에 돌입할 경우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파업에 나서게 된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임단협 과정에서도 세 차례 부분 파업을 벌인 바 있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고용 및 노동조건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완전 월급제 시행, 상여금 800% 인상, 노동 강도 강화 없는 노동시간 단축, 정년 연장, 신규 인력 충원 등도 요구안에 포함됐다.
현대차 노사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완성차업계 전반으로 노동계의 공세가 확대되고 있다.
기아 노조는 최근 사측의 버스 사업 철수 방침에 반발하며 노사 협의 중단을 선언했고, 신차 개발과 해외 투자 과정에서 노조 동의를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가 이 같은 요구를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노란봉투법이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합법적 쟁의행위 범위가 '근로조건 유지 및 개선'에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으로 넓어졌기 때문이다. 
한국GM 노조 역시 지난 19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가결했으며 이날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할 예정이다. 한국GM 노조는 조합원 1인당 약 3000만원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가 이처럼 하투 수위를 높이는 데에는 삼성전자 노사의 성과급 갈등이 계기가 되었다. 삼성전자 노사가 '영업이익 N% 성과급'에 합의하면서, 현대차를 비롯해 HD현대중공업 등 다른 산업군의 노조들까지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요구하며 투쟁 강도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하청노조의 원청 직접 교섭 요구와 쟁의행위가 본격화하면서 산업 현장의 긴장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현대제철 사내하청 노동자 2000여 명은 지난 24일 하루 파업에 돌입한 데 이어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원청 교섭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금속노조는 현대제철이 원청 사용자로서 교섭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 측은 지난해와 올해 수차례에 걸쳐 원청 교섭을 요구했지만 회사가 응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현대제철은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포스코 역시 사내하청 노조의 원청 교섭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지난 22일 포스코사내하청광양지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에 원청 교섭에 즉각 응할 것을 촉구했다. 
이 같은 갈등의 배경에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노동위원회가 잇따라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현대차가 하청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판단하며 완성차업계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원청의 하청노동자 교섭 의무를 인정했다. 중앙노동위원회 역시 한화오션이 급식·시설관리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며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노동계는 원청의 실질적인 영향력이 확인된 만큼 직접 교섭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재계는 원청 사용자성 인정 범위가 확대될 경우 원·하청 구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제조업 전반에서 교섭 요구와 쟁의행위가 늘어나 노사관계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청 사용자성 인정 범위를 둘러싼 법적 판단이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하투가 자동차와 조선업계를 중심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