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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권 핵심 주택 공급 사업인 서초구 서리풀 공공주택지구에서 기존 마을을 보존해 달라는 주민들의 요구가 이어지면서 사업 추진 과정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수도권 공급 부족이 심화되는 가운데 정부가 속도감 있는 주택 공급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주민 의견을 어느 선까지 반영할지 관심이 쏠린다.
28일 정부에 따르면 서리풀 지구는 원지동·신원동·염곡동·내곡동 일대의 1지구와 우면동 일대의 2지구로 구성된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하고 이 일대에 공공주택 2만 가구를 공급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서리풀지구는 지난해 발표된 '9·7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서도 수도권 공공택지 사업의 대표 사업지로 제시됐다.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핵심 사업으로 꼽히는 만큼 정부도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체 면적 약 201만8000㎡인 1지구에는 1만8000가구, 19만3259㎡ 규모의 2지구에는 2000가구가 각각 들어설 예정이다. 1지구는 올해 2월, 2지구는 지난 6월 공공주택지구 지정이 완료됐다.
경부고속도로와 신분당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광역 교통망 이용이 편리하고 양재·강남 첨단산업지구와도 인접해 서울 도심 내 희소성이 높은 공급 부지로 평가받는다.
다만 사업 초기부터 일부 취락 지구 주민들은 자신들이 거주하는 마을을 개발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며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에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1지구 신원동 새정이 마을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에 집단 고충 민원을 제기했다. 지구계획 확정 이전 관계 기관 조정을 통해 마을 존치 여부를 검토해 달라는 내용이다. 주민들은 환경 영향 평가와 주민 의견 수렴 절차 등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이미 행정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첫 변론도 조만간 열릴 예정이다.
새정이 마을은 전체 주택 56채 가운데 약 80%의 소유주가 마을 존치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위는 마을 면적이 서리풀1지구 전체의 1.3~1.4% 수준에 불과해 사업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서울 도심에서 보기 드문 녹지 환경과 전원주택 단지가 형성된 지역인 만큼 최근 새로 주택을 마련해 입주한 주민들도 적지 않아 수용과 이주에 대한 반발이 큰 상황이다.
2지구에서도 송동 마을과 식유촌 주민들이 우면동 성당과 함께 대책위를 꾸려 마을과 성당 존치를 요구하고 있다. 대책위는 주민 76가구 가운데 약 90%의 반대 서명과 우면동성당 신자 4000명의 서명을 받아 이달 중 정부에 존치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개발 계획이 종교의 자유와 재산권, 주거권 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행정 소송도 준비 중이다.
주민들은 사업 대상지에서 법정보호종 7종 이상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고, 조선 단종의 장인인 송현수 등의 묘역으로 추정되는 문화유산도 있어 정밀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현재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할 경우 오히려 사업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는 지구 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공급 확대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수도권 주택 공급 부족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공사비 상승과 금리 인상,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전세 사기 등의 영향으로 착공 물량이 급감하면서 공급 부족이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수도권 주택 착공 물량은 2021년 26만6000 가구에서 2022년 18만3000가구, 2023년에는 12만7000 가구까지 감소했다.
올해 역시 4월까지 착공 물량은 3만7000 가구로 연간 목표치인 26만9000 가구에 크게 못 미친다. 다만 정부는 하반기 공공주택과 신축 매입 임대 공급이 본격화되면서 착공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