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합뉴스. 로이터
스페이스X를 편입한 국내 우주항공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 이후 부진한 성과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상장 전부터 스페이스X 편입을 앞세워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섰지만, 상장 이후 주가가 고점 대비 급락하면서 ETF 수익률도 크게 악화됐다. 스페이스X 공모가가 고평가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던 만큼 운용사들의 투자 판단과 편입 전략, 마케팅 방식까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간밤 7.15% 상승한 164.19달러로 마감했다. 지난 16일 225.64달러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현재 27% 넘게 급락한 상태다. 다만 공모가 135달러와 비교하면 30달러 이상 높은 수준이다.
스페이스X 비중이 높은 국내 우주항공 ETF들의 성과는 더 부진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는 이달 26% 넘게 하락했다. 같은 기간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우주항공은 -24%, 신한자산운용의 SOL 미국우주항공TOP10은 -28%,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우주테크는 -40%를 기록했다. 이들 ETF는 모두 스페이스X를 최소 25%에서 31%까지 편입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지난 22일 스페이스X가 채무 상환을 위해 200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 발행 계획을 공시한 점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며 주가 부진의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장 이전부터 제기된 고평가 논란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모닝스타는 지난 9일 외신을 통해 스페이스X의 적정주가를 63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IPO 목표 가격인 135달러보다 53% 낮은 수준이다. 특히 스페이스X가 최근 3년간 적자와 흑자를 오갔고, 지난해에는 49억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는 점도 밸류에이션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이에 따라 상장 직후 스페이스X를 대규모로 편입한 ETF 전략이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에게 부담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테마성과 수급 기대가 큰 종목일수록 편입 시점과 비중 관리가 중요하지만, 일부 ETF가 상장 초기 과열 구간에서 스페이스X 비중을 빠르게 높인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다.
다만 오는 7일 예정된 나스닥100 편입을 앞두고 단기 수급이 다시 주가를 흔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통 물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지수 편입 수요가 몰릴 경우 주가가 반등할 수 있지만, 편입 전후로 차익실현 물량이 쏟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스페이스X 비중이 높은 국내 우주항공 ETF 역시 이러한 주가 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스페이스X는 밸류에이션이 높다는 평가가 충분히 있지만, 유통 물량은 제한적이고 ETF·패시브·지수 편입 수요는 강하다"며 "상장 초기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나스닥100 편입 전까지는 공급 부족으로 우상향 흐름을 보일 수 있지만, 편입 당일 전후로는 헤지펀드와 액티브 자금의 차익실현이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페이스X 편입을 둘러싼 자산운용사들의 마케팅 방식도 논란이 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사기 혐의와 관련해 지난 19일부터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스페이스X 공모주 배정이 확정된 것처럼 지속적으로 홍보해 투자자들이 ETF를 매수했지만, 실제로는 공모주를 배정받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이 고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도 관련 광고와 운용 과정에 대한 점검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스페이스X 공모주 편입을 홍보한 운용사들의 광고가 과장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아울러 삼성자산운용에 대해서는 패시브 ETF임에도 상장 당일 스페이스X를 편입한 과정에서 지수 방법론을 준수했는지 여부도 함께 점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우주항공 산업의 장기 성장성에는 이견이 없지만, 테마에만 기대 상장 직후 고평가 종목을 대거 편입하는 전략은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변동성 리스크를 안길 수 있다"며 "운용사는 단순히 화제성 종목을 담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밸류에이션과 유동성, 편입 시점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운용 역량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