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플러스 매장 전경 ⓒ뉴시스
기업회생 절차가 폐지된 홈플러스가 운영자금 고갈로 13일부터 마트 영업을 전면 중단한다. 당초 일부 점포의 순차적인 영업 중단이 거론됐지만 자금 사정이 한계에 이르면서 홈플러스 본사와 대형마트 매장 전체를 임시 휴업하기로 했다. 긴급 운영자금 확보도 사실상 무산되면서 파산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회사는 이날부터 상황이 달라질 때까지 본사와 대형마트 매장의 운영을 중단한다. 다만 몰 부문에 입점한 임대매장은 입점업체가 희망할 경우 영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했다.
홈플러스는 상품 대금뿐 아니라 전기·수도료와 시설 유지비 등 매장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비용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설관리 인력 이탈까지 이어지면서 정상 영업을 계속할 경우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휴업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3일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홈플러스가 회생계획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최소 2000억원의 운영자금을 확보하지 못했고 남은 사업 부문의 매각이나 투자 유치도 확정하지 못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폐지 결정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홈플러스는 오는 20일까지 즉시항고할 수 있다. 이 기간 2000억원 규모의 운영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하면 법원이 폐지 결정을 다시 판단하고 회생절차를 재개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홈플러스는 점포와 인력 구조조정 등 1년여간 진행한 자구 노력으로 사업성이 개선됐다며 메리츠 측에 2000억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 대출을 재차 요청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메리츠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가 대형마트 영업을 전면 중단하면서 자금 조달에 성공하더라도 영업 기반을 정상화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상품 공급과 시설관리 인력이 이미 이탈한 데다 휴업이 길어질수록 소비자와 협력업체의 신뢰를 회복하기도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몰 입점업체는 영업을 이어갈 수 있지만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 고객 유입이 급격히 줄어 정상적인 영업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설관리와 보안 인력이 축소될 경우 안전관리 부담도 입점업체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홈플러스는 몰 부문 영업이 이어지는 점을 고려해 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관리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20일까지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홈플러스 사태의 초점은 회생보다 파산 절차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회생절차 폐지 전 회사가 파산을 신청하거나 법원이 직권으로 파산을 선고하면 회생절차와 연계된 견련파산이 진행될 수 있다.
견련파산이 이뤄지면 회생절차 중 발생한 협력업체 납품대금과 임직원 체불임금 등 공익채권의 우선적 지위가 유지된다. 현재 홈플러스의 공익채권은 1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반면 회생절차 폐지가 확정된 뒤 별도로 일반 파산을 신청하면 공익채권의 법적 지위와 변제 과정이 달라질 수 있다. 홈플러스에 현금성 자산이 거의 남지 않은 데다 채권단이 주요 부동산에 담보권을 설정한 만큼 한정된 자산을 둘러싸고 협력업체와 임직원, 입점업체 등 이해관계자의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홈플러스는 오는 20일까지 자금 확보 상황과 법원의 최종 판단을 지켜본 뒤 영업 재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