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성장펀드를 200조원으로 확대하면서 K-방산 지원의 무게중심도 완제품에서 핵심 기술로 옮겨가고 있다. K9 자주포와 FA-50, 천무처럼 이미 수출 경쟁력을 입증한 무기의 생산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국방용 반도체와 우주항공 등 해외 의존도가 높은 기술에 장기 자본을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빠르게 몸집을 키운 K-방산의 다음 과제는 더 많은 무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무기 안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을 얼마나 국내에서 확보하느냐가 될 전망이다.
16일 정부와 방산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국민성장펀드의 향후 5년 공급 규모를 기존 150조원에서 200조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연간 공급액을 30조원에서 40조원 수준으로 늘리고, 직접 지분투자도 연간 3조원에서 5조원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기존 첨단산업에 더해 우주항공도 투자 대상에 새로 포함됐다.
정부는 이와 함께 가칭 ‘한국전략기술파트너스(KSTP)’를 설립해 향후 5년간 최대 10조원의 장기 자본을 공급하기로 했다. 국방용 무선주파수(RF) 반도체와 희토류 자석·정련 기술, 초대형 해상풍력 터빈 등 외국 의존도가 높은 핵심 기술이 주요 투자 대상으로 거론된다. 최대 10조원은 국방반도체에만 투입되는 전용 자금이 아니라 여러 전략기술에 나눠 투자되는 규모다.
이번 대책에서 눈에 띄는 것은 정부가 국방용 RF반도체를 별도의 투자 사례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RF반도체는 레이더와 유도무기 탐색기, 전자전 장비, 위성통신 단말 등에서 전파를 송수신하고 증폭하는 역할을 한다. 무기체계의 탐지 거리와 정밀도, 통신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K-방산은 최근 유럽과 중동, 동남아시아에서 잇따라 대형 수주를 따냈지만 국방반도체를 비롯한 핵심 부품은 대부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무기체계에 사용되는 국방반도체의 해외 의존도는 98.9%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부품의 해외 의존은 단순히 수입 비용이 늘어나는 문제가 아니다. 특정 국가가 반도체 수출을 제한하거나 국제 분쟁으로 공급망이 흔들리면 국내 무기 생산과 정비 일정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외국 기술이나 부품이 적용된 무기를 제3국에 다시 수출하거나 현지 생산·기술 이전을 추진할 때 원산국 정부의 규제가 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방산 정책금융은 완제품 수출을 뒷받침하는 데 주로 쓰였다. 구매국에 금융을 제공하거나 방산업체의 생산시설 증설을 지원해 수주한 무기를 제때 만들어 내는 것이 우선이었다. 하지만 K-방산의 수출 규모가 커질수록 반도체와 엔진, 소재 등 핵심 기술의 해외 의존이 새로운 병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장기 자본을 앞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국방용 반도체는 스마트폰이나 자동차용 반도체처럼 동일한 제품을 대량 생산하기 어렵다. 무기체계마다 필요한 성능과 규격이 달라 품목은 많지만 제품별 주문량은 적다. 고온과 저온, 충격과 진동, 전자파 등 극한 환경에서도 작동해야 해 개발 이후 별도의 신뢰성 시험과 무기체계 적용 평가도 거쳐야 한다.
민간 자본 입장에서는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실제 군수품에 채택되지 않으면 판매처가 없고, 양산에 성공하더라도 생산량이 적어 수익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정부가 단기 대출보다 지분투자 형태의 장기 자본을 확대하려는 배경이다.
KSTP는 기술 개발과 국산화에 오랜 시간이 필요한 분야에 이른바 ‘인내자본’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다만 구체적인 투자 대상 기업과 기술별 배정 규모, 양산시설과 인수·합병에 대한 지원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국민성장펀드의 확대가 실제 국방반도체 생산과 무기체계 적용으로 이어질지는 세부 투자 기준이 나와야 판단할 수 있다.
방산업계에서는 자금이 대형 체계업체에만 집중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방반도체를 국산화하려면 칩을 설계하는 팹리스부터 생산을 맡는 파운드리, 패키징과 시험·검증 업체까지 공급망 전체가 함께 성장해야 한다. 개발한 반도체를 실제 무기체계에 적용할 초기 구매시장도 필요하다.
오는 12월 시행되는 국방반도체 육성법에는 국내에서 개발·생산된 국방반도체의 사용을 촉진하고, 연구개발 결과를 무기체계에 적용할 때 우선 고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장기 자금 공급과 생산 기반, 군의 초기 구매가 연결돼야 국산화가 실제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대책은 K방산 지원 정책이 수출 물량 확대에서 기술 자립으로 옮겨가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경쟁력은 레이더와 통신장비 안에 들어가는 반도체와 소재를 얼마나 자체적으로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빠르게 몸집을 키운 K-방산의 다음 과제는 더 많은 무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무기 안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을 얼마나 국내에서 확보하느냐가 될 전망이다.
16일 정부와 방산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국민성장펀드의 향후 5년 공급 규모를 기존 150조원에서 200조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연간 공급액을 30조원에서 40조원 수준으로 늘리고, 직접 지분투자도 연간 3조원에서 5조원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기존 첨단산업에 더해 우주항공도 투자 대상에 새로 포함됐다.
정부는 이와 함께 가칭 ‘한국전략기술파트너스(KSTP)’를 설립해 향후 5년간 최대 10조원의 장기 자본을 공급하기로 했다. 국방용 무선주파수(RF) 반도체와 희토류 자석·정련 기술, 초대형 해상풍력 터빈 등 외국 의존도가 높은 핵심 기술이 주요 투자 대상으로 거론된다. 최대 10조원은 국방반도체에만 투입되는 전용 자금이 아니라 여러 전략기술에 나눠 투자되는 규모다.
이번 대책에서 눈에 띄는 것은 정부가 국방용 RF반도체를 별도의 투자 사례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RF반도체는 레이더와 유도무기 탐색기, 전자전 장비, 위성통신 단말 등에서 전파를 송수신하고 증폭하는 역할을 한다. 무기체계의 탐지 거리와 정밀도, 통신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K-방산은 최근 유럽과 중동, 동남아시아에서 잇따라 대형 수주를 따냈지만 국방반도체를 비롯한 핵심 부품은 대부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무기체계에 사용되는 국방반도체의 해외 의존도는 98.9%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부품의 해외 의존은 단순히 수입 비용이 늘어나는 문제가 아니다. 특정 국가가 반도체 수출을 제한하거나 국제 분쟁으로 공급망이 흔들리면 국내 무기 생산과 정비 일정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외국 기술이나 부품이 적용된 무기를 제3국에 다시 수출하거나 현지 생산·기술 이전을 추진할 때 원산국 정부의 규제가 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방산 정책금융은 완제품 수출을 뒷받침하는 데 주로 쓰였다. 구매국에 금융을 제공하거나 방산업체의 생산시설 증설을 지원해 수주한 무기를 제때 만들어 내는 것이 우선이었다. 하지만 K-방산의 수출 규모가 커질수록 반도체와 엔진, 소재 등 핵심 기술의 해외 의존이 새로운 병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장기 자본을 앞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국방용 반도체는 스마트폰이나 자동차용 반도체처럼 동일한 제품을 대량 생산하기 어렵다. 무기체계마다 필요한 성능과 규격이 달라 품목은 많지만 제품별 주문량은 적다. 고온과 저온, 충격과 진동, 전자파 등 극한 환경에서도 작동해야 해 개발 이후 별도의 신뢰성 시험과 무기체계 적용 평가도 거쳐야 한다.
민간 자본 입장에서는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실제 군수품에 채택되지 않으면 판매처가 없고, 양산에 성공하더라도 생산량이 적어 수익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정부가 단기 대출보다 지분투자 형태의 장기 자본을 확대하려는 배경이다.
KSTP는 기술 개발과 국산화에 오랜 시간이 필요한 분야에 이른바 ‘인내자본’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다만 구체적인 투자 대상 기업과 기술별 배정 규모, 양산시설과 인수·합병에 대한 지원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국민성장펀드의 확대가 실제 국방반도체 생산과 무기체계 적용으로 이어질지는 세부 투자 기준이 나와야 판단할 수 있다.
방산업계에서는 자금이 대형 체계업체에만 집중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방반도체를 국산화하려면 칩을 설계하는 팹리스부터 생산을 맡는 파운드리, 패키징과 시험·검증 업체까지 공급망 전체가 함께 성장해야 한다. 개발한 반도체를 실제 무기체계에 적용할 초기 구매시장도 필요하다.
오는 12월 시행되는 국방반도체 육성법에는 국내에서 개발·생산된 국방반도체의 사용을 촉진하고, 연구개발 결과를 무기체계에 적용할 때 우선 고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장기 자금 공급과 생산 기반, 군의 초기 구매가 연결돼야 국산화가 실제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대책은 K방산 지원 정책이 수출 물량 확대에서 기술 자립으로 옮겨가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경쟁력은 레이더와 통신장비 안에 들어가는 반도체와 소재를 얼마나 자체적으로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