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75%로 올리며 긴축 기조로 전환했지만, 채권시장은 되레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신현송 한은 총재가 ‘유조선론’을 통해 급격한 긴축보다 데이터에 따른 신중한 정책 운용을 강조하면서 다음 달 연속 금리 인상 우려를 누그러뜨렸기 때문이다.
16일 서울 채권시장은 한은의 긴축 재개에도 금리 인상 자체보다 향후 긴축 속도에 대한 메시지를 더 크게 반영했다.
채권시장 주요 지표인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날 오전 최종호가수익률 기준 전일 대비 0.004% 내린 3.862%를 기록했다.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이후 이뤄진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주재 간담회 직후인 낮 12시10분 기준으로는 전거래일 대비 4.4bp(1bp=0.01%p) 내린 3.823%를 나타냈다. 모든 만기에서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하락(채권 가격 상승)하는 양상이다.
통상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시중 채권 금리의 상승(채권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날 채권시장은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악재보다 한은이 심어준 ‘예측 가능한 긴축’ 스탠스에 주목하며 오히려 안도 랠리로 화답했다. 신 총재의 발언 수위가 시장에서 우려했던 것만큼 매파적이지 않다는 신호로 읽혔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간담회에서는 결정문에 언급한 단어로 ‘시기와 속도’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특히 ‘속도’는 과거 빅스텝(기준금리 0.5% 인상) 단행 당시 사용한 단어라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8월까지 연속 인상 페달을 밟으려는 것 아니냐는 긴장감이 팽배했다.
하지만 신 총재는 속도라는 단어의 의미에 대해 통화정책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모두 감안해 신중히 운용한다는 뜻이라며 시장의 과도한 공포를 경계했다. 신 총재는 “앞으로 발표될 중요한 데이터가 많다”며 “사전에 결정된 경로는 없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데이터를 보며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신 총재는 “통화정책은 자전거를 타는 것이 아니라 큰 유조선을 운항하는 것과 같다”며 “하루이틀이나 며칠 사이에 급격히 방향을 바꾸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경제에 미치는 여러 영향을 감안해 정책을 펴겠다”고 강조했다.
통화정책을 유조선에 비유한 것은 통화 긴축으로 방향을 전환하더라도 경제에 미칠 충격과 파급 효과를 보면서 서서히 움직이겠다는 의미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이 발언을 통해 한은이 기습적이거나 일방적인 속도로 금리 인상을 밀어붙이지 않을것이라는 확신을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금통위에서 신 총재의 입에 시장의 시선이 집중된 것은 별도의 경제전망이나 위원들의 추가 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 발표가 없는 회의였기 때문이다. 결국 총재가 직접 던진 '속도조절론'이 향후 통화 긴축 경로의 불확실성을 걷어내며 채권시장의 강력한 매수세를 이끌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데이터에 기반한 통화정책 결정을 강조한 만큼 다음 주 발표 예정인 2분기 국민소득통계(GDP·GDI)와 8월 초 7월 물가 지표가 향후 금리 경로를 결정할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은이 8월 연속 인상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면서 당분간 채권시장은 안도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다만 다음 주 소득통계 지표에서 강한 내수 회복 신호가 확인되거나 7월 근원물가가 다시 불안해질 경우 추가 인상 경계감이 언제든 다시 유입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