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PI 3.8% 충격 … 환율 장중 1499.7원까지 치솟아WTI 102달러·브렌트유 107달러, 고유가 공포 재점화국고채 30년물 4% 돌파 … 외국인 자금 이탈 압력 확대씨티 “한은 기준금리 내년 3.5% 가능” … 긴축 장기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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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발 물가 충격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다시 흔들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00원 턱밑까지 치솟았고, 장기 국채금리는 4%선을 돌파했다.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마저 사실상 사라지면서 외환·채권·증시 전반에 긴장감이 급속히 번지는 모습이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9원 오른 1493.8원에 출발한 뒤 장중 1499.7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상승 폭을 일부 반납했지만 1490.6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장중 1500원 직전까지 오른 것은 약 두 달 만이다.

    시장 불안을 자극한 것은 미국의 물가 지표였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8% 상승했다. 2023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월 대비 상승률도 0.6%를 기록했다.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 역시 전월 대비 0.4% 올라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특히 에너지 가격 상승이 전체 물가 상승분의 40% 이상을 차지했다는 점이 시장에 충격을 줬다.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장기화하면서 국제유가는 다시 급등세를 타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102달러를 넘어섰고 브렌트유는 107달러선까지 치솟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전략비축유 방출에 나섰지만 공급 불안 심리를 잠재우지 못하는 분위기다.

    ◆ 고유가·강달러·고금리 '삼중 압박'

    고유가가 촉발한 인플레이션 우려는 다시 강달러를 자극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8선을 웃돌며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시장에서는 연내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가 사실상 사라졌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기준 연말까지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은 60%를 웃돌고 있다. 월가에서는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인플레이션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환율 상승 압력은 국내 금융시장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국고채 금리도 급등세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4.06% 수준까지 올랐고, 30년물 금리는 장중 4%를 돌파했다. 국고채 30년물이 4%를 넘어선 것은 2023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 자금 흐름도 심상치 않다. 외국인은 연초 이후 국내 증시에서 70조원 가까이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된다. 강달러와 환율 상승이 이어질 경우 추가 자금 이탈 가능성도 거론된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유가 100달러 수준은 달러-원 환율 1489원 수준과 맞물린다"며 "국제유가가 110달러를 넘어설 경우 환율도 1500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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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은 딜레마 더 깊어진다

    한국은행의 고민은 더 복잡해지고 있다. 환율과 물가를 잡으려면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하지만, 경기 둔화와 부동산 PF 부실 부담 속에서 추가 금리 인상까지 검토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금리 인하 종료'가 아니라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반영하기 시작했다. 씨티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이 올해 하반기와 내년 초까지 총 네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해 현행 연 2.50% 수준인 기준금리가 내년 3.50%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2.9%에서 3.0%로 상향 조정했다.

    특히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도 부담이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올해 하반기 약 20조원, 내년 90조원 규모 추가 재정지출에 나설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경기 방어를 위한 재정 확대가 시중 유동성을 다시 자극할 경우 한은 입장에서는 물가와 환율 방어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최근 서울 주택시장과 증시 회복 흐름까지 겹치면서 금융 여건이 다시 완화되는 조짐도 나타난다. 여기에 국제유가 상승이 수입물가를 자극하면 소비자물가 압력은 예상보다 오래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오는 28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사실상 향후 통화정책 방향성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지금 시장은 단순히 환율 숫자보다 '고유가·강달러·고금리 장기화' 조합 자체를 더 위험하게 보고 있다"며 "한은도 경기만 보고 움직이기 어려운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