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은행은 오는 16일부터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관련대출의 영업점별 월 신규 취급 한도를 기존 30억원에서 10억원으로 제한한다고 14일 밝혔다. ⓒ 우리은행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올해 가계대출 증가 한도를 대부분 소진한 데 이어 한국은행까지 기준금리를 연 2.75%로 올리면서 '대출절벽'이 현실화하고 있다.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줄이고 대출 창구를 닫기 시작했고 여윳돈이 부족한 실수요자는 잔금을 마련하지 못해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고금리 제2금융권으로 밀려날 처지다. 대출문은 갈수록 좁아지고 이자까지 오르면서 현금 동원력이 부족한 차주들의 부담이 한층 커지는 모양새다.
19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15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정책성 대출을 제외하고 649조661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보다 4조6912억원 늘었다.
5대 은행이 올해 초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는 약 4조3400억원이다. 올해가 절반을 조금 넘긴 시점에 목표를 약 3500억원 초과한 것이다. 은행들이 연말까지 관리 목표를 맞추려면 남은 기간 신규 대출을 억제할 수밖에 없다.
대출 증가세도 꺾이지 않고 있다. 5대 은행의 지난 15일 기준 주담대 잔액은 615조9064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7608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개인 신용대출은 108조6704억원에서 110조468억원으로 1조3764억원 늘었다. 증가 폭이 주담대의 두 배에 가까웠다. 현재 추세가 월말까지 이어질 경우 7월 신용대출 증가액은 2021년 4월 이후 5년 3개월 만에 가장 클 전망이다.
신용대출이 빠르게 늘어난 배경에는 증시 투자 자금과 대출 규제가 더 강화되기 전에 돈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함께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은 지난 5월과 6월에도 각각 2조원 넘게 증가했다.
문제는 신용대출과 주거 목적 대출이 은행별 가계대출 총량 안에서 함께 관리된다는 점이다. 
신용대출이 급증하면 은행이 잔금대출이나 전세대출 등 다른 가계대출을 취급할 여력도 줄어든다. 이미 주택 매매나 전세계약을 체결한 실수요자에게는 대출 시기를 미루는 것도 쉽지 않다.
은행들은 대출 공급을 줄이는 조치에 잇달아 나섰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0일부터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주택 구입 목적 주담대 최대한도를 6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췄다. 신한은행은 대출모집인을 통한 신규 접수를 중단하고 모기지신용보험 가입을 제한했다. 하나은행도 대출모집인을 통한 8월 실행분에 이어 9월 실행 예정인 주담대와 전세대출 접수를 중단했다.
영업점의 모든 대출이 중단된 것은 아니지만 대출모집인 채널이 닫히고 모기지보험 가입이 제한되면 차주가 이용할 수 있는 창구와 실제 대출 가능 금액이 줄어든다. 
한 은행이 대출을 조일 경우 수요가 다른 은행으로 몰리고, 해당 은행도 다시 한도 축소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은행권 관계자도 은행별 규제에 따른 수요 쏠림과 추가적인 고강도 조치 가능성을 예상했다.
충격은 대출 없이 잔금을 치를 수 없는 차주에게 크게 작용할 전망이다. 대출 한도가 줄거나 실행이 늦어지면 부족한 자금을 따로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금을 구하지 못하면 매매계약을 포기해 계약금을 잃을 수 있고 보험사나 저축은행 대출로 빈자리를 메우면 더 높은 이자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제2금융권도 충분한 안전판이 되기는 어렵다. 금융당국이 은행뿐 아니라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율을 관리하고 있어 은행에서 밀려난 수요가 몰리면 보험사와 저축은행도 대출 심사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관리 대상 가계대출 증가율을 지난해 실적 1.7%보다 낮은 1.5%로 정했다.
돈을 빌리는 데 성공하더라도 이자 부담은 커졌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올렸다.
지난 16일 기준 5대 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4.77~7.49%였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도 연 4.14~6.58%까지 올랐다. 한은이 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릴 경우 상단이 연 8% 돌파할 가능성도 상당하다. 
금융당국은 연말마다 반복되는 대출절벽을 막기 위해 올해부터 금융회사별로 월별·분기별 관리 목표를 세우도록 했다. 대출 공급을 연중 고르게 나누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7월 중순에 이미 연간 목표를 넘어섰다. 상반기 대출 증가를 억제하지 못한 채 연말에 나타나던 대출 조이기가 하반기 초로 앞당겨진 것이다.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한 총량 관리는 불가피하다. 다만 투자 목적 대출과 잔금·전세대출을 구분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조이면 피해는 현금 여력이 부족한 실수요자에게 먼저 돌아간다.
자산가는 매입 시기를 미루거나 투자 규모를 줄일 수 있지만 이미 계약을 맺은 서민은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더 비싼 제2금융권 대출을 찾아야 한다. 가계부채를 잡으려는 정책이 정작 가장 돈이 필요한 사람부터 제도권 금융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