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올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9164달러로 추산됐다. ⓒ뉴데일리
한국의 올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9164달러로 추산됐다. 지난해보다 7.6% 늘어 2021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반도체 호황으로 원화 기준 경제 규모는 사상 처음 3000조 원을 넘어설 전망이지만 달러로 환산한 1인당 GDP는 고환율에 막혀 4만달러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반도체가 경제의 외형을 키웠지만 원화 약세가 달러 기준 성적표를 깎은 셈이다.
19일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 국가데이터처 자료를 토대로 계산한 올해 한국의 1인당 GDP는 3만9164달러로 예상됐다. 전년보다 2750달러, 7.6% 늘어난 수준이다. 2021년 11.5% 증가한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정부는 지난 14일 발표한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올해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3.0%로 높였다. 물가와 수출입 가격 변동까지 반영한 경상 GDP 성장률 전망치는 4.9%에서 12.3%로 대폭 상향했다. 1996년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수출 호조와 수출 가격 상승, 교역조건 개선 등이 반영됐다.
지난해 명목 GDP 2676조6748억원에 정부 전망치인 12.3%를 적용하면 올해 GDP는 3005조9058억원으로 계산된다. 정부 전망대로라면 한국의 경제 규모가 원화 기준으로 처음 3000조원을 넘게 된다. 국가데이터처가 추계한 올해 인구는 5160만9121명이다.
달러 기준 1인당 GDP가 4만달러를 넘을지는 환율에 달렸다. 올해 들어 지난 16일까지 평균 원·달러 환율인 1487.19원을 적용하면 1인당 GDP는 3만9164달러다. 같은 GDP와 인구를 전제로 연평균 환율이 달러당 1456.1원 아래로 내려가야 4만달러를 넘어선다.
현재까지의 평균 환율과 비교하면 약 31원 차이다. 다만 1487.19원은 올해 전체의 연평균 환율이 아니라 7월 16일까지의 평균이다. 하반기 원화 가치와 경제성장률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최종 수치는 달라질 수 있다. 올해 안에 4만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한국의 1인당 GDP는 2016년 처음 3만달러를 넘어선 뒤 3만달러대에서 등락해왔다. 2018년 3만5359달러까지 올랐지만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2020년에는 3만3652달러로 줄었다. 2021년 3만7534달러로 반등했으나 이후 저성장과 원화 약세가 겹치며 다시 정체됐다.
정부 전망대로 내년 경상 GDP가 4.6% 성장하고 환율이 현재까지의 평균 수준을 유지하면 내년 1인당 GDP는 약 4만1024달러로 계산된다. 이 경우 2016년 3만달러를 넘어선 지 11년 만에 4만달러대에 진입하게 된다. 그러나 경상성장률과 환율을 고정해 계산한 시나리오인 만큼 확정적인 전망으로 보기는 어렵다.
문제는 1인당 GDP의 상승 폭이 국민의 실제 소득 증가 폭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올해 실질성장률 전망치는 3.0%지만 경상성장률 전망치는 12.3%다. 생산량이 늘어난 효과뿐 아니라 반도체 등 수출 제품의 가격 상승과 국내 물가 상승이 명목 GDP를 크게 끌어올렸다는 뜻이다.
인구 감소도 1인당 수치를 높이는 요인이다. 전체 GDP가 같더라도 이를 나누는 인구가 줄어들면 1인당 GDP는 올라간다. 1인당 GDP가 7.6% 늘었다고 해서 가계의 실질소득이나 소비 여력이 같은 폭으로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이유다.
반도체 호황의 혜택을 함께 누리는 대만과의 격차는 오히려 벌어질 전망이다. 대만 통계 당국은 올해 실질 GDP가 9.64% 성장하고 1인당 GDP는 4만5610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의 추산치보다 약 6450달러 많다. 대만은 AI용 반도체와 서버 수요 확대에 힘입어 올해 상품·서비스 실질 수출이 19.93%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