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날씨보다
더욱 매서운 칼바람이 금융권에 휘몰아치고 있다.
계속되는 저금리·저성장 탓에 금융권의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자 은행·카드·증권·보험사가 [몸집 줄이기]에 경쟁하듯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에서는
이 상황을
사실상 [대규모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 [지점 다이어트] 돌입한 은행, 인력 감축 신호탄
[저금리 기조]와 [바젤III] 도입이라는 이중고를 겪게 될 은행권에서는 외국계 은행을 중심으로 매서운 한파가 불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 말 전체 직원 약 4천명의 2%에 해당하는
199명이 희망퇴직한 이후 올해 들어 국내 지점 22개를 폐쇄했다. 이로써 한국 내 지점 수는 218개에서 196개로 줄었다.
[HSBC은행]은 한국에서 개인영업시장 철수를 선언한 후. 사실상 한국 본점 역할을 하는 [서울지점]을 제외한 모든 지점을 폐쇄했다.
이로 인해 현재까지 개인금융 부문 직원 230명의 90% 이상이 명예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SC은행]은 2011년 말 전체 직원 6,400명의 13% 규모인 813명이 명예퇴직했으며, 약 350개인 국내 지점을 250여개로 축소할 방침이다.
국내 은행 역시 [다이어트]에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 8월 초 시중은행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적자·저생산 점포 정리계획]에 따르면 이들 은행은 올해 하반기에만 점포 80여개를 폐쇄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지점 통폐합 작업을 현재 한창 진행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적자와 성장 정체에 직면한 점포 25곳의 폐쇄를 진행 중이며, 3개 점포는 지점에서 출장소로 규모를 줄일 계획이다.
[IBK기업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적자를 낸 51개 점포 가운데 최근 3년 내 신설한 곳을 제외하고 11개 점포를 통폐합 또는 재배치한다.
<농협은행>도 연말 결산 결과에 따라 10여 곳 안팎의 점포를 정리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12개 점포를 정리하겠다고 금융감독원에 보고한 상태인데, 주로 [락스타(樂star)] 점포의 재배치를 중심으로 점포 정리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 밖에 <외환은행>과 <우리은행>도 각각 9개, 8개의 점포를 정리할 전망이다.
한 점포당 보통 10명 이상 근무하는 만큼, 점포가 줄어들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은행권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 [전직 지원제] 실시… 대놓고 “나가세요”?
보험업계 역시 금융계의 [겨울 한파]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창업 등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싶어 하는 임직원을 상대로 [전직 지원 프로그램]을 22일부터 나흘간 시행한다고 공지했다.
삼성생명 전속 보험대리점 창업이나 회사의 교육담당 전문 강사, 텔레마케팅(TM) 컨설턴트로 등록해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
삼성생명 측은 인위적인 구조조정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보험업 경험이 풍부한 임직원이 이 계통에서 창업할 경우 회사와 퇴직자가 함께 [윈-윈]을 도모하겠다는 것이지, 희망퇴직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 삼성생명 관계자
그러나 업계에서는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터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이달 초 10년 이상 근속 직원을 상대로 희망퇴직 접수를 받은 <한화손해보험>은 현재까지 임직원 70여명이 퇴직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손해보험은 내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뒤 신청자들과 협상 및 조율과정을 거쳐 연내에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 카드·증권사, 칼바람에 [덜덜]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카드사 역시 구조조정 한파가 불어 닥칠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 1위 <신한카드>는 노동조합 측에 희망퇴직 시행을 지난 20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카드는 2007년 옛 LG카드를 합병한 뒤 2008년에 약 500명, 2010년에 100여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단행한 바 있다.
증권업계도 올해 들어 지점 축소와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 7월 과장·대리급 인력 100여명을 금융과 전자 계열사로 전환 배치했다.
[KTB투자증권]도 지난달 구조조정을 실시, 직원 100여명을 내보냈다.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임금 삭감과 인원 감축 등을 포함한 대규모 구조조정 방안을 정했다.
[SK증권]은 이달 초 조직개편 계획을 발표하면서 임직원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이에 증권사 직원 수는 눈에 띄게 줄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국내에서 영업하는 62개 증권사의 전체 임직원 수는 4만1,223명으로 2년 전(4만3,801명)보다 2,578명 감소했다.
◆ “돈 못 버니, 입이라도 줄일 수밖에”
금융권이 이처럼 앞다투어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실적악화를 분야를 불문하고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경우,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계속되면서 예대(예금-대출) 마진이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은행의 당기순익은 1조7,000억원으로 작년 동기(2조원)에 비해 14.5% 줄었다.
외국계 은행의 실적 낙폭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씨티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7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3.3% 줄어든 수준이다.
한국SC은행은 3분기에 22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분기 33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것에 반해 적자전환한 것이다. 3분기 영업이익도 205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인터넷뱅킹·폰뱅킹이 보편화되면서 인력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이 된 것도 한 요인이다.
은행 외에도 카드·보험·증권사 등 금융계 전반이 심각한 수익 저하로 신음하고 있다.
“금융권이 전반적으로 어렵다보니 금융사들이 전반적으로 수익이 떨어져 고전하고 있다.
경기가 살아나거나 새로운 사업 모델을 개발하지 못하면 당분간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