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중은행 본관 전경 ⓒ 연합뉴스
은행들이 역대급 실적을 이어가고 있지만 희망퇴직 행렬은 오히려 더 길어지고 있다. 증권사·가상자산·인터넷은행의 부상으로 전통 은행의 미래 경쟁력에 대한 불안이 커진 데다, 실적 호조로 퇴직 조건이 가장 좋을 때 회사를 떠나려는 수요가 겹친 영향이다. AI 도입과 점포 축소까지 본격화되면서 은행권 인력 감소세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4일 은행연합회가 공개한 '2025년 은행 경영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희망퇴직 인원은 총 247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1987명을 기록했던 전년 대비 24% 급증한 수치로, 통계 편재 이래 가장 큰 규모다.
최근 5년간 5대 은행의 희망퇴직 규모를 살펴보면 2021년 2093명, 2022년 2157명, 2023년 2392명, 2024년 1987명, 그리고 지난해 2470명으로 2024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희망퇴직 증가의 배경에는 전통 은행업의 입지 축소라는 구조적 요인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자 이익에 의존하는 기존의 구조로는 장기적인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혁신적인 플랫폼을 앞세운 인터넷은행이 큰 성장세를 보일 뿐만 아니라, 증권사와 가상자산 거래소로 자산이 이탈하면서 시중은행의 시장 지배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 시장이 한 치 앞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은행권의 인력 축소는 계속 확대될 것 같아, 퇴직금 규모가 클 때 나가고 다음 스텝을 고민해볼 시점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은행들 역시 선제적인 고정비 감축과 체질 개선을 위해 희망퇴직 대상 연령을 대폭 낮추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희망퇴직 대상자를 1986년생까지 넓히면서 퇴직자가 234명에서 541명으로 급증했다. 하나은행은 만 40세 이상, 근속 1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준정년 특별퇴직'을 실시해 325명에서 410명으로 퇴직자가 늘었고, NH농협은행 역시 만 40~56세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해 391명에서 443명으로 퇴직 규모가 커졌다.
반면 새로 들어오는 직원은 줄고 있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신규 채용 인원은 2022년 1663명에서 2023년 1880명으로 반짝 늘었으나, 모바일 뱅킹 확대 등의 여파로 2024년 1320명, 지난해 1170명으로 뚜렷한 감소세를 나타냈다.
오프라인 영업점 폐쇄도 인력 감축을 부추기는 주요 원인이다. 지난해 말 기준 5대 은행의 국내 영업점은 3749개로 전년 대비 94개가 줄었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43개), 국민은행(29개), 우리은행(28개)이 지점을 줄였고, 농협은행은 전년 수준을 유지했으며 하나은행만 유일하게 6개 늘어났다. 2020년 말 기준 5대 은행 영업점이 4425개였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5년 새 676개의 점포가 사라진 셈이다.
'AI 뱅크'로의 전환 고도화 역시 은행권 인력 축소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 5대 은행은 현재 일제히 AI 에이전트 기반의 인공지능 전환(AX) 시스템 구축에 집중하는 추세다.
신한은행은 서소문과 신림에서 AI 무인 점포인 'AI 브랜치'를 운영 중이며, 올해 안에 AI 창구를 20~30개로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은 직원들이 상품, 규정, 절차 등을 질문하면 즉각 답변을 제공하는 직원 전용 생성형 AI 상담 챗봇을 실무에 투입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하나은행은 고객의 금융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개인 맞춤형 재무 상담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전 영업점에 도입했으며, NH농협은행은 최근 기업용 AI 솔루션 공급 기업인 애자일소다와 투자 계약을 체결하며 기술 확보에 나섰다.
금융권 관계자는 "AI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모바일은 물론 단순 창구 업무는 더욱 줄어들 것이다"라며 "희망퇴직과 신규 채용 축소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