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시내 시중은행 ATM이 줄지어 서있는 모습 ⓒ뉴데일리
원·달러 환율이 1540원대로 치솟으며 외환시장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채권시장에서는 더 강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국고채와 회사채 금리가 나란히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은행권의 조달비용 부담과 하반기 건전성 악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시장 주요 지표인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 오후 최종호가수익률 기준 3.858%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회사채(무보증3년) AA-도 4.480%로 올해 최고점을 찍었다.
◆ 환율·유가에 채권 변동성 최대 … 원화자산 전반 위험 ‘경고’
연초 기록한 연중 최저점과 비교하면 1% 가량 상승하면서 높은 변동성을 나타냈다. 연중 최저점은 지난 1월 8일 국고채 3년물 2.902%, 회사채 3년물 3.418%다. 국고채는 약 95bp(1bp = 0.01%), 회사채는 약 106bp 높아진 것.
채권시장 약세는 고환율과 고유가, 미국 경제지표 호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1529.7원으로 마감한 뒤 야간거래에서 1540.3원까지 상승했다. 상승세는 이날 오전에도 이어지고 있다. 오전 9시55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6.4원 오른 1540.4원에 거래되며 장중 1540원선을 넘어섰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40원대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0일(장중 1561.0원) 이후 처음이다.
미국 민간고용이 연내 최고치를 경신하고,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전월 대비 0.9%포인트 상승하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글로벌 고금리 장기화 우려에 미 국채 금리가 뛰자 국내 국고채 금리도 동반 상승 압박을 받은 것. 아울러 미·이란 간 무력 충돌로 인한 국제 유가 상승 역시 비용 인상형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하며 채권 금리를 밀어 올렸다.
회사채 금리 상승 폭이 국고채와 비슷한 수준에 그치면서 국고채와 회사채 간 금리 차이인 신용스프레드는 60bp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용스프레드가 급격히 벌어지지 않은 점을 들어, 현재의 경고음이 특정 기업의 신용위기라기보다는 고환율·고금리에 따른 원화 자산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에 가깝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 조달 비용·충당금 부담 ‘이중고’ … 하반기 은행 실적 꺾이나
문제는 채권 금리 폭등이 시차를 두고 은행권의 조달 비용 청구서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외환시장이 1500원선을 돌파하더라도 자금 조달 창구인 채권시장이 안정되면 은행이 받는 충격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현재 채권시장은 은행권이 실질적인 조달 압박을 체감하는 임계점(국고채 3년물 4%, 은행채 4.5% 안팎) 턱밑까지 차오른 상태다.
시장금리 상승은 은행채와 수신금리 인상 압력으로 이어지며, 후행지표인 코픽스(COFIX)를 끌어올리게 된다. 코픽스 상승은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으로 연결돼 차주의 이자 부담으로 직결된다.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자산 수익률을 높이는 효과가 있지만, 고금리가 장기화될 경우 차주의 상환 능력을 약화시켜 건전성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특히 환율 상승과 시장금리 급등 국면이 장기화될 경우 기업과 가계의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장금리 인상은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은행이 돈을 더 버는 구조라고 볼 수도 있지만, 고금리 국면이 길어지면 연체율 상승과 부실채권에 따른 충당금 증가 문제가 금리 상승 효과보다 더 크게 작용한다.
채권 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되면 은행채 발행과 수신 경쟁에 따른 조달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게다가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한 은행권 수신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조달금리 상승 속도가 대출금리 반영 속도를 앞지르면서 순이자마진(NIM)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하반기 은행권이 NIM 축소와 충당금 확대라는 양대 악재를 동시에 맞닥뜨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스프레드가 통제 범위 내에 있어 기업 부실 우려가 확대된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원화 약세와 시장금리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은행권은 순이자마진 축소와 충당금 증가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