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장 입지는 정치권의 지역 안배 카드가 아니다. 한 번 정하면 수십년간 투자와 인력, 협력사 생태계가 따라붙는 국가전략산업의 심장부다.
그런데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남 반도체 공장 신설설은 마치 정치권이 나눠 가질 전리품처럼 소비되고 있다. 광주, 전남 장성, 새만금 등 지역명이 오르내리고 수조원대 투자설까지 붙었다.
양사는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의 기대는 이미 투자 발표가 임박한 듯 앞서가고 있다.
호남 투자를 모두 배척할 이유는 없다. 전공정 팹이 아니라 첨단 패키징(후공정)이라면 검토할 수 있다. AI(인공지능) 반도체 수요가 커지면서 HBM(고대역폭메모리)과 2.5D·3D 패키징은 새로운 병목으로 떠올랐다. 여러 개의 칩을 하나의 시스템처럼 묶는 패키징 기술은 AI 가속기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공정이 됐다.
전공정과 후공정은 투자 규모부터 다르다. 최신 반도체 전공정 팹 하나에는 60조~70조원 안팎이 들어가는 것으로 추산된다. 패키징 공장은 10조~20조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전력과 용수 부담도 전공정 팹보다 상대적으로 낮다. 삼성전자가 충남 온양·천안과 중국 쑤저우 등에 패키징 거점을 두고, SK하이닉스가 충북 청주에 약19조원 규모의 첨단 패키징 투자를 진행하는 것도 이런 산업 논리와 맞닿아 있다.
따라서 호남에 패키징 거점을 추가로 두는 방안은 산업적으로 따져볼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삼성 평택이나 SK 이천 같은 핵심 전공정 팹까지 정치 논리로 여러 지역에 나누려는 발상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전공정 팹은 초정밀 생산시설이다. 수백 개 공정과 수많은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분 단위로 맞물린다. 장비 대응이 늦어지고 협력사 접근성이 떨어지면 비용은 오른다. 숙련 인력을 제때 투입하지 못하면 수율 안정성도 흔들린다. 고객사가 요구한 납기를 맞추지 못하면 시장 신뢰까지 잃을 수 있다.
용인·평택·이천·청주 축은 하루아침에 그어진 선이 아니다. 삼성전자의 평택·화성·기흥, SK하이닉스의 이천·청주, 앞으로의 용인 클러스터는 수십년 동안 공정 기술과 인력, 협력사, 물류망이 쌓이며 만들어진 산업 생태계다. 클러스터는 지도 위에 색칠한다고 생기지 않는다.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비용, 이동 가능한 인력, 가까운 협력사, 안정적인 전력과 용수가 맞물릴 때 만들어진다.
숫자를 보면 더 분명하다. 용인 반도체 산단은 2035년 기준 하루 76만4000톤의 공업용수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미 국가산단으로 지정되고 장기간 준비해온 용인도 물과 전기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그런데 기본 인프라 검증이 끝나지 않은 지역을 두고 대형 반도체 공장 유치를 먼저 말하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일이다.
반도체 공장에는 넓은 땅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24시간 끊기지 않는 전기, 안정적인 공업용수, 초순수 처리 체계, 송전망, 숙련 엔지니어, 협력사 대응 체계가 동시에 필요하다. 인력이 이동할 수 있는 주거 환경도 필요하다. 대학과 연구소, 교육 인프라, 정주 여건까지 함께 설계되지 않으면 공장은 지어도 생태계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남 반도체 공장 신설설은 마치 정치권이 나눠 가질 전리품처럼 소비되고 있다. 광주, 전남 장성, 새만금 등 지역명이 오르내리고 수조원대 투자설까지 붙었다.
양사는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의 기대는 이미 투자 발표가 임박한 듯 앞서가고 있다.
호남 투자를 모두 배척할 이유는 없다. 전공정 팹이 아니라 첨단 패키징(후공정)이라면 검토할 수 있다. AI(인공지능) 반도체 수요가 커지면서 HBM(고대역폭메모리)과 2.5D·3D 패키징은 새로운 병목으로 떠올랐다. 여러 개의 칩을 하나의 시스템처럼 묶는 패키징 기술은 AI 가속기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공정이 됐다.
전공정과 후공정은 투자 규모부터 다르다. 최신 반도체 전공정 팹 하나에는 60조~70조원 안팎이 들어가는 것으로 추산된다. 패키징 공장은 10조~20조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전력과 용수 부담도 전공정 팹보다 상대적으로 낮다. 삼성전자가 충남 온양·천안과 중국 쑤저우 등에 패키징 거점을 두고, SK하이닉스가 충북 청주에 약19조원 규모의 첨단 패키징 투자를 진행하는 것도 이런 산업 논리와 맞닿아 있다.
따라서 호남에 패키징 거점을 추가로 두는 방안은 산업적으로 따져볼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삼성 평택이나 SK 이천 같은 핵심 전공정 팹까지 정치 논리로 여러 지역에 나누려는 발상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전공정 팹은 초정밀 생산시설이다. 수백 개 공정과 수많은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분 단위로 맞물린다. 장비 대응이 늦어지고 협력사 접근성이 떨어지면 비용은 오른다. 숙련 인력을 제때 투입하지 못하면 수율 안정성도 흔들린다. 고객사가 요구한 납기를 맞추지 못하면 시장 신뢰까지 잃을 수 있다.
용인·평택·이천·청주 축은 하루아침에 그어진 선이 아니다. 삼성전자의 평택·화성·기흥, SK하이닉스의 이천·청주, 앞으로의 용인 클러스터는 수십년 동안 공정 기술과 인력, 협력사, 물류망이 쌓이며 만들어진 산업 생태계다. 클러스터는 지도 위에 색칠한다고 생기지 않는다.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비용, 이동 가능한 인력, 가까운 협력사, 안정적인 전력과 용수가 맞물릴 때 만들어진다.
숫자를 보면 더 분명하다. 용인 반도체 산단은 2035년 기준 하루 76만4000톤의 공업용수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미 국가산단으로 지정되고 장기간 준비해온 용인도 물과 전기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그런데 기본 인프라 검증이 끝나지 않은 지역을 두고 대형 반도체 공장 유치를 먼저 말하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일이다.
반도체 공장에는 넓은 땅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24시간 끊기지 않는 전기, 안정적인 공업용수, 초순수 처리 체계, 송전망, 숙련 엔지니어, 협력사 대응 체계가 동시에 필요하다. 인력이 이동할 수 있는 주거 환경도 필요하다. 대학과 연구소, 교육 인프라, 정주 여건까지 함께 설계되지 않으면 공장은 지어도 생태계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확인되지 않은 투자설 자체도 위험하다. 기업의 공장 입지는 극도로 민감한 경영 정보다. 특정 지역명이 먼저 흘러나오면 땅값이 오르고 투기가 생긴다. 실제로 기업이 투자를 검토하더라도 부지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유치 경쟁이 기업의 선택지를 넓히기는커녕 오히려 막는 역설이 생길 수 있다.
정부가 할 일은 특정 지역을 찍어 공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투자 조건을 만드는 일이다. 전력망을 깔고, 용수를 확보하고, 인허가를 줄이고, 세제 지원을 설계해야 한다. 대학·연구소·주거·교육·협력사 생태계도 함께 묶어야 한다. 그다음에 기업이 판단하게 해야 한다.
호남 반도체 공장론이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산업 경쟁력에도 도움이 되려면 정치 구호가 아니라 산업 해법이어야 한다. 첨단 패키징이든 AI 데이터센터든 먼저 따질 것은 지역명이 아니다. 어떤 공정인지, 얼마를 투자하는지, 전력과 용수는 어떻게 댈 것인지, 인재와 협력사는 어떻게 모을 것인지가 핵심이다.
용인도 아직 물과 전기를 풀지 못했다. 그런데 광주와 호남부터 띄우는 정치 언어가 앞서고 있다. 반도체는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자 국가전략산업이다. 균형발전도 중요하지만 국가 핵심 산업의 경쟁력을 앞지를 수는 없다. 공장은 표로 짓는 것이 아니다. 반도체 공장은 더더욱 그렇다.
정부가 할 일은 특정 지역을 찍어 공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투자 조건을 만드는 일이다. 전력망을 깔고, 용수를 확보하고, 인허가를 줄이고, 세제 지원을 설계해야 한다. 대학·연구소·주거·교육·협력사 생태계도 함께 묶어야 한다. 그다음에 기업이 판단하게 해야 한다.
호남 반도체 공장론이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산업 경쟁력에도 도움이 되려면 정치 구호가 아니라 산업 해법이어야 한다. 첨단 패키징이든 AI 데이터센터든 먼저 따질 것은 지역명이 아니다. 어떤 공정인지, 얼마를 투자하는지, 전력과 용수는 어떻게 댈 것인지, 인재와 협력사는 어떻게 모을 것인지가 핵심이다.
용인도 아직 물과 전기를 풀지 못했다. 그런데 광주와 호남부터 띄우는 정치 언어가 앞서고 있다. 반도체는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자 국가전략산업이다. 균형발전도 중요하지만 국가 핵심 산업의 경쟁력을 앞지를 수는 없다. 공장은 표로 짓는 것이 아니다. 반도체 공장은 더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