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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의 '전세대출 정상화' 발언 이후 금융당국이 비거주 1주택 전세대출 차주를 대상으로 예외 기준별 영향을 가정한 시뮬레이션 작업에 착수했다. 실수요와 투기 수요를 가르는 기준 마련이 본격화되면서 7월 발표가 예상되는 부동산·금융 종합대책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12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HF(한국주택금융공사)·HUG(주택도시보증공사)·SGI서울보증 등 보증기관 자료를 토대로 비거주 1주택 전세대출 차주를 유형별로 분류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를 바탕으로 예외 인정 범위를 달리 적용했을 때 규제 대상 규모와 시장 영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분석하는 설계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이 앞서 파악한 수도권 및 규제지역 아파트 보유 비거주 1주택자의 전세대출 규모는 약 9조 2000억원, 5만 9000건 수준이다. 단순히 규제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가 아니라 어떤 유형을 실수요로 인정할지에 따라 실제 영향권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점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투기 목적 수요를 차단하면서도 실수요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정책의 핵심"이라며 "비거주 1주택도 사유가 다양해 유형별 영향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예외 기준 시뮬레이션에 나선 배경에는 정부의 전세대출 규제 강화 기조가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전세대출을 많이 해준 것이 집값 상승의 주된 원인"이라며 "남의 돈으로 부동산 투기를 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비거주 1주택 전세대출 규제와 관련해 "현황 파악과 제도 설계를 지속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의 이면에는 급증한 전세대출 규모가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2015년 말 25조 3000억원에서 2025년 말 166조 6000억원으로 6배 이상 늘었다. 전체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4.5%에서 16.5%로 확대됐다.
현재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자녀교육, 지방 발령, 부모 봉양, 재건축·재개발 이주, 질병 치료 등을 대표적인 예외 사유로 놓고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상당수 사례가 실수요와 투자 목적의 경계에 놓여 있어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예컨대 학군 수요가 높은 지역의 자녀교육 목적 이주나 부모 봉양을 위한 주소지 이전, 지방 근무에 따른 일시적 거주 이전 등은 실수요 성격이 강하지만 이를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같은 사유라도 지역과 시기, 거주 형태에 따라 성격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실제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규제 도입 여부보다 예외 기준 설계가 더 어려운 과제라는 평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예외 범위를 넓게 인정하면 실수요자 보호 효과는 커지지만 규제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 반대로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투기 수요 차단 효과는 높아지지만 형평성 논란과 선의의 피해자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금융위는 규제안을 먼저 정하기보다 예외 범위별 영향을 비교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예외 인정 범위 확대·축소에 따라 실제 규제 대상 규모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보증 제한이나 보증비율 조정이 시장에 미칠 영향은 어느 정도인지를 함께 점검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시뮬레이션 결과가 7월 발표가 예상되는 부동산·금융 종합대책에 반영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위가 어떤 기준으로 실수요와 투기 수요의 경계를 설정하느냐에 따라 9조 2000억원 규모 비거주 1주택 전세대출 시장의 향방도 달라질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다주택자 규제와 달리 비거주 1주택은 실수요와 투자 목적이 혼재된 사례가 많다"며 "누구를 규제할지보다 누구를 예외로 인정할지를 정하는 과정이 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