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디폴트·중앙그룹 5개사 회생 신청 … 차환시장 긴장 고조콘텐트리중앙, 연 8% 사모채 475억원 조달 뒤 결국 법원행레고랜드 이후 높아진 신용경계심 … BBB급 투자심리 급랭금융권 익스포저 재점검 … 취약기업 돈줄 더 좁아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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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그룹이 법원 문을 두드리자 시장의 시선은 개별 기업을 넘어 차환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는 시간을 벌 수 있었던 기업들이 이제는 시장의 냉정한 평가와 마주하기 시작했다.16일 금융권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중앙홀딩스와 JTBC, 콘텐트리중앙, 메가박스중앙, 중앙피앤아이 등 중앙그룹 주요 계열사는 지난 15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JTBC가 206억원 규모 유동화 차입금을 상환하지 못하며 디폴트를 선언한 뒤 불과 이틀 만이다.시장 참가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회생 신청 자체보다 그 직전까지 이어진 자금조달 과정이다. 콘텐트리중앙은 지난달 3개월 만기 사모채 475억원을 발행해 기존 채무를 차환했다. 발행 금리는 연 8%에 달했다. 높은 금리를 감수하며 유동성을 확보했지만 결국 법원행을 피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시장이 받는 충격은 적지 않다.◆ 높아진 차환 문턱기업 자금시장을 둘러싼 환경은 지난해와 확연히 달라졌다. 글로벌 금리의 기준이 되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최근 연 4.4%대, 30년물은 4.9%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장중 연 5.2%까지 치솟으며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사실상 무위험 자산인 미국 국채만으로도 연 5% 안팎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BBB급 이하 회사채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넣을 이유는 줄어들었다. 신용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기업 채권은 과거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요구받고 있다.실제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도 조달 비용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KB증권은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일부 만기 구간이 민평금리를 웃도는 오버금리로 결정됐고 NH투자증권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우량 금융회사마저 금리 협상력이 약해지는 상황에서 저신용 기업들의 차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채권시장에서는 레고랜드 사태 이후 형성된 신용경계 심리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2022년 강원중도개발공사 보증 채권 부실 이후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며 우량 기업들까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투자자들의 기억에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최근 제이알글로벌리츠 디폴트에 이어 중앙그룹 회생 신청까지 이어지면서 시장은 개별 기업보다 업종과 신용등급 전반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BBB급 채권 시장을 둘러싼 긴장감이 커지는 배경이다. -
- ▲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이 15일 서울 마포구 중앙일보빌딩에서 열린 JTBC 등 중앙그룹 일부 계열사의 유동성 위기로 인한 회생 절차 개시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이며 사과하고 있다. ⓒ연합
◆ 한계기업 40% 시대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영업이익만으로 금융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 비중은 전체의 40%에 육박했다. 이자보상배율(ICR)이 3년 연속 1을 밑도는 기업들이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다.한계기업 증가는 개별 기업의 생존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한은 분석 결과 특정 산업에서 한계기업 비중이 1%포인트 높아질 경우 같은 업종 정상기업의 투자·고용 증가율은 0.14~0.18%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력을 잃은 기업이 자금과 인력을 점유하면서 산업 전반의 생산성까지 떨어뜨리는 이른바 '혼잡효과'가 확인된 것이다.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 한은은 한계기업의 25%를 정리할 경우 총요소생산성(TFP)은 0.20%, 부가가치는 0.35% 증가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구조조정이 단순한 부실기업 정리를 넘어 성장 잠재력과 직결된 문제라는 의미다.특히 외감 한계기업이 보유한 자산 비중은 전체 기업 자산의 4.7%에 달한다. 비외감 한계기업(2.3%)의 두 배 수준이다. 금융부채 역시 상당 부분이 외감 한계기업에 집중돼 있어 구조조정 지연이 금융시스템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이경태 한은 경제연구원 차장은 "구조조정을 통해 정상화가 어려운 한계기업 퇴출이 적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정상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일 수 있는 보완 정책도 사전에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도 위험노출 줄인다중앙그룹 사태 이후 금융권 내부에서는 취약업종 익스포저를 다시 점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은행들은 기업여신 심사 과정에서 현금흐름과 차환 능력을 이전보다 엄격하게 들여다보고 있으며 증권사와 보험사 역시 BBB급 회사채 투자 위험을 재평가하는 분위기다.콘텐츠·미디어 산업뿐 아니라 석유화학, 건설, 부동산 PF 관련 업종도 주요 점검 대상으로 거론된다. 최근 여천NCC가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받은 데 이어 건설·부동산 관련 기업들의 차환 부담도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채권시장 수급 여건도 녹록지 않다. 국민연금은 최근 '2027~2031년 중기자산배분안'을 통해 국내 채권 목표 비중을 23.1%로 낮추고 2027년에는 21.8%까지 축소하기로 했다. 국내 채권시장의 핵심 투자 주체가 비중을 줄일 경우 비우량 기업들의 자금조달 환경은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미국 금리 상승 압력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한은의 추가 긴축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리가 일부 안정되더라도 투자심리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취약기업들의 차환 부담은 예상보다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한 증권사 크레딧 담당 임원은 "최근 시장은 금리 수준보다 만기 상환 능력과 차환 가능성을 더 민감하게 보고 있다"며 "현금창출력이 약하고 계열 지원 여력이 불확실한 기업들은 앞으로 회사채 발행과 차환 과정에서 훨씬 더 큰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