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시내 백화점 롤렉스 매장 ⓒ뉴시스
면세업계가 비용 효율화와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힘입어 회복을 모색하고 있지만 주요 명품 브랜드는 여전히 시내면세점에서 발을 빼고 있다. 구찌와 까르띠에, 반클리프아펠에 이어 롤렉스까지 매장을 정리하면서 시내면세점의 명품 경쟁력이 더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서 운영되던 롤렉스 매장은 지난 3월31일부로 영업을 종료했다. 월드타워점은 롤렉스가 2021년 국내 면세점 매장을 일부 거점 중심으로 통폐합한 뒤 서울 시내면세점 대표 매장으로 남겨뒀던 곳이다.
당시 롤렉스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신라면세점 제주점 등 일부 매장만 유지했다. 하지만 신라면세점 제주점에서도 2022년 말 롤렉스가 퇴점했고 이번에 월드타워점 매장까지 문을 닫으면서 롤렉스의 국내 면세점 매장은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실제로 현재 롤렉스 공식 홈페이지의 국내 공식 판매점 목록에서도 면세점 매장은 확인되지 않는다. 공식 판매점으로 노출되는 매장도 백화점이 주를 이룬다.
롤렉스만 떠난 것은 아니다. 명품 브랜드의 시내면세점 이탈은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3월 말 구찌는 신라면세점 서울점과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매장을 닫았다. 같은 날 까르띠에도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서 영업을 종료했다.
반클리프아펠도 앞서 신라면세점 서울점과 롯데면세점 본점에서 철수하며 시내면세점 매장을 모두 정리했다. 루이비통과 샤넬 등 주요 브랜드도 시내면세점 운영을 줄이고 공항과 백화점에 무게를 싣고 있다.
간판 명품 브랜드들이 한국 면세점을 떠나는 이유는 명확하다. 매출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시내면세점은 한때 중국 단체 관광객과 다이궁 수요를 등에 업고 빠르게 성장했다. 화장품과 명품을 대량으로 사들이는 수요가 몰리면서 유통업계의 대표 고수익 채널로 꼽혔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코로나19 이후다. 중국 단체 관광객 회복은 기대만큼 빠르지 않았다. 다이궁 중심의 대량 구매 구조도 수익성에 부담이 됐다. 명품 브랜드 입장에서는 면세점 판매 방식 자체도 부담이다. 대량 구매와 재판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희소성과 가격 통제를 중시하는 고급화 전략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수치도 좋지 않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은 전년 대비 11.9% 감소한 12조5340억원에 그쳤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4조8000억원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같은 기간 구매 인원은 4844만명에서 2948만명으로 39.1% 줄었다. 1인당 구매액도 약 51만원에서 약 43만원으로 15.7% 감소했다.
시내면세점 부진은 더 크다. 국내 면세점 전체 매출의 70% 이상이 시내면세점에서 나오지만 매출액은 별도로 공개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시내면세점 매출이 2019년 약 21조원에서 2024년 약 11조원으로 46% 이상 줄어든 것으로 추산한다.
점포 수도 줄었다. 시내면세점은 2019년 22개에서 이날 기준 12개로 감소했다. 지난해 신세계면세점 부산 센텀시티점이 문을 닫았고 현대백화점면세점도 동대문점 폐점을 결정하는 등 구조조정이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고환율도 부담이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넘어서면서 달러로 가격을 표시하는 면세점의 가격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다. 업계는 지난해 말 기준환율을 1350원에서 1400원으로 올린 데 이어 올해 3월 1450원까지 추가 상향했다. 하지만 환율 부담이 길어지면 소비 위축과 원가 압박을 동시에 떠안을 수밖에 없다.
명품 브랜드 이탈까지 겹치면서 시내면세점의 고민은 더 커졌다. 롤렉스와 구찌, 까르띠에 같은 브랜드는 단순 매출 품목을 넘어 점포의 집객력과 상징성을 좌우해왔다. 면세점들이 K뷰티와 패션, 굿즈 등으로 상품 구성을 넓히고 있지만 명품 브랜드의 빈자리를 단기간에 메우기는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 입장에서는 면세점 매출보다 유통망 관리와 브랜드 가치가 더 중요해졌다"며 "고환율까지 겹치면서 시내면세점은 가격 경쟁력과 상품 경쟁력을 동시에 다시 설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