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면세시장, 2019년 24조원 정점 후 올 상반기 14% 감소'에루샤' 이어 구찌·지방시까지 … 글로벌 명품 줄이탈 현실화세계 명품시장 2% 역성장 … 백화점 매출 성장률도 급락
  • 면세점업계가 불황의 늪에 빠진 가운데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던 명품 브랜드들이 잇따라 매장을 철수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명품 유치가 어려워질 경우 이미 수익성이 악화된 면세점의 경쟁력이 한층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루이비통은 지난달 30일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서 영업을 종료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국내 면세 업계가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번 영업 종료 역시 시장 상황을 반영한 브랜드 정책에 따른 것으로 이후 매장 운영 계획은 현재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루이비통의 면세점 철수는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2022년 다이궁(중국 보따리상) 매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시내면세점에서 단계적 철수를 검토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여기에 국내 면세점 시장이 코로나19 이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점과 글로벌 본사의 포트폴리오 조정 기조가 맞물리면서 실제 철수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시장 규모는 2019년 24조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0년 15조5051억원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도 14조2248억원에 그쳤다. 올해 역시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못 미친다. 매출은 6조3623억원으로 전년 동기(7조3969억원) 대비 14% 감소했다.

    이렇다 보니 루이비통 뿐 아니라 샤넬은 2022년 신라면세점 제주점과 롯데면세점 부산점 영업을 중단했고 에르메스도 지난해 신라면세점 제주점에서 철수했다.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로 불리는 초대형 명품 브랜드들이 잇따라 빠져나가면서 업계의 경쟁력 약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구찌도 지난해 신라면세점 서울점과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서 철수했고 롤렉스와 끌로에, 발렌티노 등도 이미 시내면세점에서 발을 뺐다.

    다만 명품 브랜드들의 철수는 면세점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글로벌 시장 자체가 위축된 점도 직접적인 배경으로 꼽힌다.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명품 시장 규모는 3630억 유로(약 597조원)로 전년 대비 약 2% 감소했다.

    국내 백화점 명품 매출 성장률도 동반 둔화됐다. 롯데백화점은 2021년 35%에서 지난해 5%로 급감했고 신세계백화점은 같은 기간 44.2%에서 6.2%로 현대백화점은 38.4%에서 11.4%로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보복소비 효과가 끝나고 고환율·고물가가 겹치면서 명품 수요 전반이 위축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시장 축소 속에 구찌는 백화점 매장의 약 20% 철수를 검토하고 있고 지방시 역시 사실상 한국 시장 철수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명품 브랜드의 이탈은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단순 매출 감소를 넘어 면세점 업계 구조 자체에 변화를 촉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