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전자 AI 홈로봇 'LG 클로이드'ⓒLG전자
미국이 중국산 로봇에 대한 추가 규제를 검토하면서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반도체와 인공지능(AI)을 넘어 로봇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이 중국 의존도를 낮춘 새로운 공급망 구축에 나서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이 대체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6일 외신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최근 비공개 간담회에서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은 중국산 로봇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규제 조치에 나설 가능성도 시사했다.
러트닉 장관은 "다가오는 군비 경쟁은 로봇 팔"이라며 "국가 보조금을 받는 로봇이 미국 시장을 잠식하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는 중국산 로봇이 제조업 현장은 물론 군수·첨단산업 분야까지 확산될 경우 안보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미국 내에서는 중국산 로봇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로봇 생산기지의 미국 복귀(리쇼어링)를 추진하는 동시에 자국 로봇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도 검토 중이다. 미 국방부 산하 전략자본실(OSC)은 미국 로봇 스타트업들에 대한 저리 대출 심사를 진행하며 생산설비 확대를 지원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이 단순한 무역 규제를 넘어 로봇 공급망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AI 소프트웨어는 미국이 주도하더라도 로봇 하드웨어와 핵심 부품을 중국에 의존하는 구조를 바꾸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제조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와 LG, 현대차 등 국내 주요 기업들과 로보틱스 및 피지컬AI 협력 확대를 강조한 점이 주목된다.
황 CEO는 이달 한국을 찾아 국내 기업들과 잇따라 회동하며 로봇과 제조 AI를 차세대 성장 산업으로 지목했다. 그는 한국이 제조업과 AI, 메카트로닉스 분야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며 로보틱스와 피지컬AI 분야의 핵심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로봇 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주주에 오르며 휴머노이드 사업을 본격화했다. AI 반도체와 센서, 메모리 등 핵심 부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향후 피지컬AI 생태계 확대 과정에서 존재감이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LG전자는 이번 공급망 재편의 대표적인 수혜 후보로 꼽힌다. 기존 가전 사업 성장세가 둔화된 상황에서 로봇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LG그룹은 최근 엔비디아와 피지컬AI, 로보틱스, AI 인프라 분야를 아우르는 전략적 협력에 합의했다. 양사는 엔비디아의 휴머노이드 로봇 플랫폼 '아이작 그루트(Isaac GR00T)'를 기반으로 레퍼런스 로봇 공동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LG전자는 엔비디아의 로봇 플랫폼을 활용해 휴머노이드와 물류 로봇 개발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LG이노텍은 센싱 모듈을 공급하는 등 그룹 차원의 로봇 밸류체인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엔비디아 본사에서 후속 협력 논의를 진행하며 사업화 방안을 구체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역시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중심으로 휴머노이드 사업을 확대하고 있어 미국의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주요 파트너로 부상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중국산 로봇 규제를 본격화할 경우 반도체와 배터리, 센서, 액추에이터 등 로봇 핵심 부품 수요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로봇 산업 성장 자체가 국내 제조업 전반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산 로봇에 대한 경계 수위를 높이면서 로봇 공급망 다변화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AI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가진 미국과 제조 역량을 보유한 한국 기업 간 협력이 확대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의 사업 기회도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