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CEO, 기조연설서 피지컬 AI 과제 제시폭스콘·에이수스·에이데이터까지 로봇 전면 배치엔비디아가 찍은 韓 디든로보틱스, 글로벌 협업 러브콜"인력 몇명 대체?" … 외형보다 생산성에 관심 집중
  • ▲ 2~5(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6'에서 에이수스 로봇이 관람객들에게 인사하는 모습ⓒ윤아름 기자
    ▲ 2~5(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6'에서 에이수스 로봇이 관람객들에게 인사하는 모습ⓒ윤아름 기자
    "안녕, 컴퓨텍스에 온 걸 환영해. 나와 인사해줘!".

    PC 제조사로 알려진 대만 에이수스가 만든 서비스 로봇의 인사 문구다. 관람객의 움직임을 인식하고 직접 고개를 돌려 인사를 나누고, 손을 흔들기도 했다. 

    2~5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에서 아시아 최대 IT 전시회인 '컴퓨텍스 2026'이 개최됐다. 행사장 곳곳에는 휴머노이드와 사족보행 로봇, 서비스 로봇이 배치됐다. 관람객을 안내하는 로봇부터 산업 현장용 로봇까지 다양한 로봇이 움직이며 방문객을 맞이했다. 대만 폭스콘과 페가트론은 물론 에이수스, 에이데이터 등 기존 PC 제조사들까지 앞다퉈 로봇을 전면에 내세우는 모습이다.
  • ▲ 2~5(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6'에서 폭스콘 로봇이 반도체 공정에 적용된 모습ⓒ윤아름 기자
    ▲ 2~5(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6'에서 폭스콘 로봇이 반도체 공정에 적용된 모습ⓒ윤아름 기자
    생성형 AI 경쟁이 데이터센터 안에서 벌어졌다면 이제는 AI가 현실 세계에서 움직이고 일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역시 이번 기조연설에서  "The next wave of AI is Physical AI(다음 AI의 물결은 피지컬 AI)"라고 강조하며 피지컬 AI를 AI 산업의 다음 과제로 제시했다.

    실제 산업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로봇에도 관심이 쏠렸다. 중국 억도신식, 대만 시스레이션 등 IT, PC 주변기기 제조사들은 새로운 피지컬 AI 제품을 들고 나왔다. 억도신식은 XR 안경 시제품 라인업을 소개했고, 시스레이션은 산업용 AR 보조 솔루션을 직접 시연할 수 있게 도왔다. 산업 현장 내에서 작업자가 해당 AR 기기를 머리에 착용하고, 시각화 IoT 자료를 확인하거나 외부 인원과 통신을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 탑재됐다.

  • ▲ 2~5(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6'에서 대만 스타트업이 만든 로봇개가 전시장을 배회하는 모습ⓒ윤아름 기자
    ▲ 2~5(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6'에서 대만 스타트업이 만든 로봇개가 전시장을 배회하는 모습ⓒ윤아름 기자
    각 부스 앞에서는 "실제 공장에 언제 투입되느냐", "몇 명의 작업자를 대체할 수 있느냐"는 등의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과거 로봇 전시가 춤을 추거나 장애물을 넘는 단순 기술 시연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분위기가 달랐다. 

    대만 기업들은 휴머노이드보다 제조와 물류 자동화를 위한 산업용 로봇을 대거 선보였고, 일부 기업은 AI가 반도체 회로 설계와 생산 공정을 지원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관람객들의 관심 역시 로봇의 외형보다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 효과에 맞춰져 있었다. 피지컬 AI가 연구 단계를 넘어 실제 산업 현장으로 빠르게 스며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 2~5(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6'에서 김준하 디든로보틱스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윤아름 기자
    ▲ 2~5(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6'에서 김준하 디든로보틱스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윤아름 기자
    이 같은 변화는 한국 기업들의 존재감에서도 확인됐다. 국내 스타트업 디든로보틱스는 이번 컴퓨텍스에서 조선소와 선박 산업 현장을 겨냥한 사족보행 로봇 '디든 스파이더'를 선보였다. 지난해 국내 휴머노이드 기업 엘리스에 이어 올해는 디든로보틱스가 엔비디아 초청을 받아 전시에 참가했다.

    디든 스파이더는 단순 전시용 로봇이 아니다. 철제 선체와 벽면을 이동하며 점검과 유지보수 작업을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현재 HD현대와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에 공급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번 박람회를 통해 중국, 대만 기업과 접점을 확대하는 한편, 이탈리아 조선사 핀칸티에리와도 협력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전시 기간 동안 로봇용 임베디드 PC 업체와 시뮬레이션 기업, 글로벌 투자사 등과 미팅이 이어졌다. 현장을 찾은 김준하 디든로보틱스 대표는 "대만은 칩과 컴퓨터를 잘 만드는 곳이다. 로봇 안에도 임베디드 컴퓨터가 들어가는 만큼 다양한 업체들과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며 "엔비디아가 주최한 스타트업 미팅 프로그램을 통해 글로벌 VC들과도 만났다"고 설명했다.
  • ▲ 2~5(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6'에서 김준하 디든로보틱스 대표가 제품을 설명하는 모습ⓒ윤아름 기자
    ▲ 2~5(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6'에서 김준하 디든로보틱스 대표가 제품을 설명하는 모습ⓒ윤아름 기자
    디든로보틱스는 엔비디아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인셉션' 참여 기업이다. 회사의 로봇은 올해 미국 GTC에 이어 이번 GTC 타이베이 기조연설 영상에도 등장했다. 김 대표는 "이번 주 젠슨 황 CEO를 만나 회사를 소개했다"며 "엔비디아 측도 산업 현장 적용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전했다.

    국내 로봇 스타트업 중 디든로보틱스가 엔비디아의 선택을 받은 이유는 여타 글로벌 휴머노이드와 다른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와 피규어AI, 보스턴다이내믹스 등이 범용 휴머노이드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면 디든로보틱스는 조선·해운 산업이라는 특수 목적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회사는 현재 30㎏의 물체를 들고 작업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도 개발 중이다. 목표 판매 가격은 1억5000만원 수준이다. 김 대표는 "복잡한 가정용 서비스보다 산업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로봇 시장을 먼저 공략할 계획"이라며 "범용 휴머노이드가 아닌 조선, 해운 산업이라는 버티컬 시장을 공략해 블루오션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