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합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예금시장을 흔들고 있다. 가계의 주식·펀드 운용 규모가 61조 4000억원으로 급증하자 은행권은 4%대 예금으로 맞불을 놓고 있지만 자금 흐름은 이미 증시로 기운 모습이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1분기 자금순환'에 따르면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지분증권·투자펀드 운용 규모는 지난해 4분기 34조원에서 올해 1분기 61조 4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금융기관 예치금도 12조 8000억원에서 29조 4000억원으로 늘었지만 상당 부분이 증권예탁금 증가에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돈이 은행 창구가 아니라 증권 계좌로 향한 셈이다.
반도체 경기 호조도 위험자산 선호를 키웠다. 비금융법인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20조 8000억원으로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내부문 전체 순자금운용도 84조 3000억원으로 전분기 51조 9000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기업 이익이 늘고 증시 기대감이 커지자 가계는 예금보다 주식과 펀드로 먼저 움직였다.
돈의 방향이 바뀌자 은행권도 서둘러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날 기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최고 금리는 연 3.82%까지 올라왔고 SC제일은행도 연 3.75% 상품을 내놨다. 5대 은행 역시 연 3% 안팎으로 예금금리를 높였다. 79개 저축은행의 평균 정기예금 금리는 연 3.90%로 올라섰고 일부 상품은 연 4.6%를 제시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4%대 예금만으로 이미 바뀐 자금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금은 안정성을 갖췄지만 증시 기대수익률이 높아진 상황에서는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 증권예탁금이 늘어난 만큼 은행권의 금리 인상도 머니무브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금리 인상 압력도 커지고 있다. 은행채 1년물 금리는 4월 초 3.182%에서 지난달 말 3.724%로 뛰었다.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예금금리 상승 여지도 커졌다. 은행 입장에서는 증시로 빠져나가는 자금을 붙잡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조달비용 상승은 수익성 부담으로 돌아온다. 수신 방어와 마진 관리가 동시에 흔들리는 구조다.
가계부채 비율 하락도 착시를 만들 수 있다. 1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5.3%로 전분기 88.1%보다 낮아졌다. 대출 규제와 명목 GDP 증가 효과로 비율은 내려갔지만, 가계 자금의 위험 선호는 오히려 강해졌다. 시장에서는 예금금리 인상만으로 증시로 향한 자금 흐름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예전에는 금리를 조금만 올려도 자금이 은행으로 돌아왔지만 지금은 투자자들이 증시와 예금을 동시에 비교하는 구조로 바뀌었다"며 "은행권의 금리 경쟁은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돈의 흐름 자체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