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 전차 수출로 ‘방산주’로 주목받는 현대로템이 정작 더 많은 일감을 쌓아둔 곳은 철도 부문이다. 올해 1분기 말 현대로템의 레일솔루션 수주잔고는 18조9365억원으로 디펜스솔루션 수주잔고 10조1021억원을 크게 웃돈다. 다만 수익성은 정반대다. 방산은 높은 이익률로 실적을 이끌고 있지만, 철도는 대규모 수주잔고에도 낮은 마진이 숙제로 남아 있다.
현대로템이 최근 조직개편에서 철도 운영·유지보수(O&M) 조직을 격상한 것은 19조원에 육박한 철도 일감을 정비·부품·기술지원으로 이어지는 장기 수익사업으로 바꾸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8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이달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레일솔루션사업본부를 RS사업본부로 바꿨다. 철도 부문 조직은 기존 8실 체제에서 1사업부 8실 체제로 재편됐다. 국내 공공 발주와 민자사업을 담당하던 국내사업단은 RS고객경험사업부로 격상됐고, 산하 조직도 RS국내사업실, RS민자사업실, RS O&M사업실 체계로 정비됐다. 고객 대응과 운영·유지보수 역량을 철도 사업의 별도 축으로 키우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방산 부문도 함께 손질했다. 기존 디펜스솔루션사업본부는 AD&RH사업본부로 개편됐다. AD는 항공우주·방산, RH는 로봇·수소를 뜻한다. 기존 방산 조직에는 항공우주 사업 기능을 더하고, 방산·철도·에코플랜트 등 각 부문에 흩어져 있던 로봇과 수소 관련 조직은 RH사업부로 묶었다. 조직개편의 겉모습은 방산과 미래사업 강화에 가깝지만, 철도 부문에서는 O&M 조직 격상이 핵심 변화로 꼽힌다.
현대로템이 철도 O&M을 키우는 배경에는 수주잔고와 수익성의 불균형이 있다. 현대로템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4575억원, 영업이익 2242억원을 기록했다. 실적 개선을 이끈 것은 방산이었다. 디펜스솔루션 부문은 1분기 매출 8040억원, 영업이익 2188억원을 올렸다. 영업이익률은 27%대다. 폴란드 K2 전차 물량이 반영되면서 방산 부문이 사실상 이익의 대부분을 책임진 셈이다.
철도는 상황이 다르다. 레일솔루션 부문은 1분기 매출 5432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29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률은 0.5% 수준이다. 매출 규모는 작지 않지만 원가 부담과 프로젝트별 수익성 차이가 이익을 갉아먹는 구조다. 철도 차량 사업은 발주 규모가 크고 장기 프로젝트가 많지만, 원자재 가격과 환율, 현지화 조건, 납기 관리에 따라 마진이 크게 흔들린다. 공공 발주 비중이 높아 가격 경쟁도 피하기 어렵다.
철도는 현대로템의 가장 큰 일감이다. 1분기 말 전체 수주잔고 29조8181억원 가운데 레일솔루션 부문이 18조9365억원으로 60% 이상을 차지했다. 디펜스솔루션 부문 수주잔고보다 9조원 가까이 많다. 시장에서는 현대로템을 방산기업으로 보지만 회사 장부에 쌓인 물량은 여전히 철도가 중심이라는 얘기다. 현대로템 입장에서는 이 큰 철도 일감을 낮은 마진의 납품 사업에 머물게 둘 수 없다.
O&M은 이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사업이다. 철도 차량을 한 번 납품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운행 기간 내내 정기점검, 고장 수리, 부품 교체, 중정비, 기술지원까지 맡으면 매출이 장기간 반복된다. 차량 판매가 일회성 매출이라면 O&M은 차량이 굴러가는 동안 계속 발생하는 애프터마켓이다. 발주처의 운행 데이터를 확보하고 부품 공급망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후속 사업에 유리하다.
글로벌 철도 시장에서도 완성차량 제조사들은 차량 판매만으로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알스톰, 지멘스, 히타치레일 등 주요 업체들은 신차 공급뿐 아니라 장기 유지보수, 디지털 진단, 부품 공급, 성능개량을 묶은 생애주기 사업을 키우고 있다. 철도 차량은 수십 년간 운행되는 자산인 만큼, 초기 판매 이후의 정비와 부품 수요가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로템의 모로코 사업은 이런 전략의 시험대다. 현대로템은 지난달 모로코 철도청과 전동차 440량에 대한 7482억원 규모 유지보수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2월 따낸 2조2027억원 규모 2층 전동차 공급 프로젝트의 후속 계약이다. 유지보수 사업은 현대로템과 모로코 철도청이 설립한 합작법인을 통해 20년간 진행된다.
이번 계약에서 현대로템은 차량 정비와 보수에 필요한 예비부품 공급, 헬프데스크 운영, 중정비 기술 지원을 맡는다. 중정비는 시험검사와 수리, 부품 교체 등을 통해 차량 성능과 운행 안전성을 유지하는 종합 정비 작업이다. 단순히 전동차를 공급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차량 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비와 부품 수요까지 장기간 확보한 구조다.
이는 방산의 후속군수지원과 닮았다. 전차나 장갑차를 수출하면 이후 부품, 정비, 교육, 성능개량 등 후속 매출이 이어진다. 철도에서도 차량 납품 이후 정비와 부품 공급을 묶은 장기 서비스 사업이 커지고 있다. 현대로템이 철도 O&M 조직을 별도 사업실로 격상한 것도 철도 부문에서 방산과 유사한 후속 매출 구조를 만들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모로코 시장의 성장성도 작지 않다. 모로코는 2030년 스페인·포르투갈과 월드컵을 공동 개최한다. 이를 앞두고 고속철과 도시철도, 지역 간 철도망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모로코 국영 철도 운영사 ONCF는 프랑스, 스페인, 한국 업체로부터 총 168편성의 열차를 도입하기로 했다. 현대로템은 이 가운데 2층 전동차 공급을 맡았다. 모로코는 96억디르함 규모의 철도 확장 계획도 추진 중이다. 케니트라~마라케시를 잇는 430㎞ 고속철 노선과 주요 도시 연결망 확충이 핵심이다.
현대로템 입장에서는 모로코가 아프리카·중동 철도 시장 공략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 철도 인프라를 새로 깔거나 확장하는 국가는 차량 구매뿐 아니라 정비 인력 양성, 부품 공급망, 운영 안정성까지 함께 요구한다. 단순히 가격 경쟁력만 앞세우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차량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굴릴 수 있는 유지보수 체계를 제시해야 후속 수주전에서도 유리하다.
다만 O&M이 곧바로 높은 수익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20년짜리 유지보수 계약은 안정적인 매출원이 될 수 있지만 부품 가격과 인건비, 환율, 현지 정비 인력 숙련도, 차량 고장률 변화에 따라 수익성이 달라진다. 현지 합작법인 운영 능력과 부품 조달 체계, 예방정비 시스템 구축이 관건이다. 장기 계약인 만큼 초기 가격 산정과 원가 관리가 빗나가면 오히려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로템의 과제는 방산보다 큰 철도 수주잔고를 어떻게 이익 전환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다"면서 "조직개편으로 O&M 조직을 키운 것도 철도 사업을 단순 납품에서 정비·부품·기술지원까지 묶은 장기 서비스 사업으로 전환하려는 신호로 읽힌다"고 밝혔다.
현대로템이 최근 조직개편에서 철도 운영·유지보수(O&M) 조직을 격상한 것은 19조원에 육박한 철도 일감을 정비·부품·기술지원으로 이어지는 장기 수익사업으로 바꾸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8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이달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레일솔루션사업본부를 RS사업본부로 바꿨다. 철도 부문 조직은 기존 8실 체제에서 1사업부 8실 체제로 재편됐다. 국내 공공 발주와 민자사업을 담당하던 국내사업단은 RS고객경험사업부로 격상됐고, 산하 조직도 RS국내사업실, RS민자사업실, RS O&M사업실 체계로 정비됐다. 고객 대응과 운영·유지보수 역량을 철도 사업의 별도 축으로 키우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방산 부문도 함께 손질했다. 기존 디펜스솔루션사업본부는 AD&RH사업본부로 개편됐다. AD는 항공우주·방산, RH는 로봇·수소를 뜻한다. 기존 방산 조직에는 항공우주 사업 기능을 더하고, 방산·철도·에코플랜트 등 각 부문에 흩어져 있던 로봇과 수소 관련 조직은 RH사업부로 묶었다. 조직개편의 겉모습은 방산과 미래사업 강화에 가깝지만, 철도 부문에서는 O&M 조직 격상이 핵심 변화로 꼽힌다.
현대로템이 철도 O&M을 키우는 배경에는 수주잔고와 수익성의 불균형이 있다. 현대로템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4575억원, 영업이익 2242억원을 기록했다. 실적 개선을 이끈 것은 방산이었다. 디펜스솔루션 부문은 1분기 매출 8040억원, 영업이익 2188억원을 올렸다. 영업이익률은 27%대다. 폴란드 K2 전차 물량이 반영되면서 방산 부문이 사실상 이익의 대부분을 책임진 셈이다.
철도는 상황이 다르다. 레일솔루션 부문은 1분기 매출 5432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29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률은 0.5% 수준이다. 매출 규모는 작지 않지만 원가 부담과 프로젝트별 수익성 차이가 이익을 갉아먹는 구조다. 철도 차량 사업은 발주 규모가 크고 장기 프로젝트가 많지만, 원자재 가격과 환율, 현지화 조건, 납기 관리에 따라 마진이 크게 흔들린다. 공공 발주 비중이 높아 가격 경쟁도 피하기 어렵다.
철도는 현대로템의 가장 큰 일감이다. 1분기 말 전체 수주잔고 29조8181억원 가운데 레일솔루션 부문이 18조9365억원으로 60% 이상을 차지했다. 디펜스솔루션 부문 수주잔고보다 9조원 가까이 많다. 시장에서는 현대로템을 방산기업으로 보지만 회사 장부에 쌓인 물량은 여전히 철도가 중심이라는 얘기다. 현대로템 입장에서는 이 큰 철도 일감을 낮은 마진의 납품 사업에 머물게 둘 수 없다.
O&M은 이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사업이다. 철도 차량을 한 번 납품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운행 기간 내내 정기점검, 고장 수리, 부품 교체, 중정비, 기술지원까지 맡으면 매출이 장기간 반복된다. 차량 판매가 일회성 매출이라면 O&M은 차량이 굴러가는 동안 계속 발생하는 애프터마켓이다. 발주처의 운행 데이터를 확보하고 부품 공급망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후속 사업에 유리하다.
글로벌 철도 시장에서도 완성차량 제조사들은 차량 판매만으로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알스톰, 지멘스, 히타치레일 등 주요 업체들은 신차 공급뿐 아니라 장기 유지보수, 디지털 진단, 부품 공급, 성능개량을 묶은 생애주기 사업을 키우고 있다. 철도 차량은 수십 년간 운행되는 자산인 만큼, 초기 판매 이후의 정비와 부품 수요가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로템의 모로코 사업은 이런 전략의 시험대다. 현대로템은 지난달 모로코 철도청과 전동차 440량에 대한 7482억원 규모 유지보수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2월 따낸 2조2027억원 규모 2층 전동차 공급 프로젝트의 후속 계약이다. 유지보수 사업은 현대로템과 모로코 철도청이 설립한 합작법인을 통해 20년간 진행된다.
이번 계약에서 현대로템은 차량 정비와 보수에 필요한 예비부품 공급, 헬프데스크 운영, 중정비 기술 지원을 맡는다. 중정비는 시험검사와 수리, 부품 교체 등을 통해 차량 성능과 운행 안전성을 유지하는 종합 정비 작업이다. 단순히 전동차를 공급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차량 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비와 부품 수요까지 장기간 확보한 구조다.
이는 방산의 후속군수지원과 닮았다. 전차나 장갑차를 수출하면 이후 부품, 정비, 교육, 성능개량 등 후속 매출이 이어진다. 철도에서도 차량 납품 이후 정비와 부품 공급을 묶은 장기 서비스 사업이 커지고 있다. 현대로템이 철도 O&M 조직을 별도 사업실로 격상한 것도 철도 부문에서 방산과 유사한 후속 매출 구조를 만들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모로코 시장의 성장성도 작지 않다. 모로코는 2030년 스페인·포르투갈과 월드컵을 공동 개최한다. 이를 앞두고 고속철과 도시철도, 지역 간 철도망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모로코 국영 철도 운영사 ONCF는 프랑스, 스페인, 한국 업체로부터 총 168편성의 열차를 도입하기로 했다. 현대로템은 이 가운데 2층 전동차 공급을 맡았다. 모로코는 96억디르함 규모의 철도 확장 계획도 추진 중이다. 케니트라~마라케시를 잇는 430㎞ 고속철 노선과 주요 도시 연결망 확충이 핵심이다.
현대로템 입장에서는 모로코가 아프리카·중동 철도 시장 공략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 철도 인프라를 새로 깔거나 확장하는 국가는 차량 구매뿐 아니라 정비 인력 양성, 부품 공급망, 운영 안정성까지 함께 요구한다. 단순히 가격 경쟁력만 앞세우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차량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굴릴 수 있는 유지보수 체계를 제시해야 후속 수주전에서도 유리하다.
다만 O&M이 곧바로 높은 수익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20년짜리 유지보수 계약은 안정적인 매출원이 될 수 있지만 부품 가격과 인건비, 환율, 현지 정비 인력 숙련도, 차량 고장률 변화에 따라 수익성이 달라진다. 현지 합작법인 운영 능력과 부품 조달 체계, 예방정비 시스템 구축이 관건이다. 장기 계약인 만큼 초기 가격 산정과 원가 관리가 빗나가면 오히려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로템의 과제는 방산보다 큰 철도 수주잔고를 어떻게 이익 전환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다"면서 "조직개편으로 O&M 조직을 키운 것도 철도 사업을 단순 납품에서 정비·부품·기술지원까지 묶은 장기 서비스 사업으로 전환하려는 신호로 읽힌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