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챗GPT
글로벌 AI(인공지능)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대만 TSMC에 집중된 첨단 파운드리 공급망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첨단공정 생산능력 부족과 가격 상승 부담이 커지자 글로벌 빅테크들이 위탁생산 업체를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구글과 테슬라에 이어 생성형 AI 기업 앤트로픽과도 차세대 AI 반도체 생산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제품에는 삼성전자의 2나노 공정과 첨단 패키징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상당수 협력이 논의나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업계에서는 AI 반도체 고객사들이 특정 파운드리 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을 이원화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TSMC 독주 속 커지는 공급망 다변화
올해 1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는 72.3%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를 유지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6.5%로 2위를 기록했지만 양사 간 격차는 크게 벌어진 상태다.
다만 AI 가속기와 스마트폰용 고성능 반도체 주문이 첨단공정에 집중되면서 TSMC의 생산능력은 빠듯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일부 첨단공정의 가격 인상 가능성도 거론된다.
권명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TSMC의 첨단공정 생산능력 부족이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빅테크의 공급망 다변화 움직임이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객사로서는 안정적인 물량 확보와 공급 차질 위험을 줄이기 위해 복수의 생산 거점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구글은 차세대 AI 반도체 일부를 삼성전자 2나노 공정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도 차세대 AI 가속기 생산을 삼성전자에 맡길 가능성이 거론된다.
AI 반도체는 미세공정뿐 아니라 여러 칩을 하나의 제품처럼 연결하는 첨단 패키징 기술이 함께 요구된다. 고객사가 파운드리 업체를 선정할 때 공정 성능과 수율, 패키징 역량, 납기 안정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다.
◇관건은 수주보다 '양산 경쟁력'
빅테크의 공급망 다변화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반격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들과 AI 반도체 생산 협력을 추진하는 동시에 2나노 공정과 첨단 패키징을 결합한 수주 확대에 나서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도 북미 고객사 확보의 핵심 거점으로 꼽힌다. 테일러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삼성전자는 미국 현지에서 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어 공급망 안정성과 고객 대응 측면에서 유리한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
다만 파운드리 사업의 실질적인 회복 여부는 수주 발표보다 양산 경쟁력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첨단공정은 고객사 설계 검증과 시제품 생산, 수율 안정화, 양산 승인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협력 논의나 계약 체결이 곧바로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아니다.
삼성전자가 추가 고객을 확보하려면 2나노 공정의 수율을 안정시키고 충분한 생산능력과 납기 신뢰성을 입증해야 한다. 첨단 패키징 생산능력도 동시에 확대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TSMC의 첨단공정 공급 부족과 가격 부담이 삼성전자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공급망 다변화 움직임을 실제 수주와 실적으로 연결하려면 2나노 수율과 안정적인 양산 능력을 먼저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