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호실적 발표에도 시장 기대 못미쳐 시간외 급락국내 반도체 대형주도 타격…삼성전자 3%·하이닉스 5% 하락 마감피크아웃 우려 속 외국인 수급 악화…투심 위축 지속
  •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클린룸 전경 ⓒ삼성전자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클린룸 전경 ⓒ삼성전자
    인공지능(AI) 열풍을 주도하던 엔비디아가 시장 예상을 웃도는 2분기 실적을 내놨지만 시장은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간 시장이 엔비디아 실적에 주목하며 방향성을 모색해온 만큼 만큼 반도체 대형주들의 상승 기대감도 꺾이고 있다.

    엔비디아는 28일(현지시각) 뉴욕증시 장 마감 후 지난 7월 28일로 끝난 2025 회계연도 2분기 매출이 300억4000만달러로 전분기 대비 15%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122% 급증한 규모이자, 금융정보업체 LSEG가 조사한 전문가 전망치 287억달러를 4.7%가량 웃돈 수준이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전분기 대비 11% 증가한 68센트로, 전년 대비로는 152%나 늘었다. 이 역시 전문가 전망치 64센트를 약 6.3% 상회했다.

    전반적인 호조에도 매출 총이익률(gross margin)이 2년 만에 처음으로 전분기 대비 하락했다.

    이날 엔비디아는 차세대 AI 반도체칩인 블랙웰이 디자인 결함도 인정했다. 블랙웰의 매출 증대 규모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예상치를 웃돈 실적에도 엔비디아의 주가는 뉴욕 증시 정규장에서 2.10% 하락 마감한 엔비디아 주가는 실적 발표 후 시간 외 거래에서 6.9% 급락했다. 최근 폭발적인 실적으로 한껏 높아진 투자자들의 눈높이에는 미치지 못한 탓이다.

    CNN은 "엔비디아가 다시 월가의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했지만 지난 2년간 놀라운 성장세를 이어왔기 때문에 이 정도 수치만으로는 투자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반도체 비중이 높아 엔비디아의 주가 등락에 영향을 크게 받는 국내 증시도 출렁이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거래일 대비 1.02% 하락한 2662.28포인트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수를 끌어내린건 반도체 대형주다. 전일 엔비디아 실적 발표를 앞두고 6거래일 만에 동반 상승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3.14%, -5.35% 하락 마감했다.  

    SK하이닉스의 장비 공급사로 엔비디아 수혜주로 분류되는 한미반도체도 전 거래일 대비 -9.45% 급락한 11만1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실적은 잘 나왔는데도 빠진 이유는 주도주나 시장에서 유행하는 주식들이 숙명처럼 치를 수밖에 없는 기대치와의 싸움 문제"라며 "이미 엔비디아 주가에 2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 부분 선반영돼왔다"고 평가했다.

    이번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가 그간 증시 주도주 역할을 해온 반도체 테마의 주가 향방을 가늠할 주요 변곡점으로 평가돼온 만큼 반도체 업종을 둘러싼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우려감은 확산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낸드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피크아웃하고 연말부터 반도체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블랙웰에 사용될 고대역폭메모리(HBM) 수가 줄어들 것을 전망하면서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납품하는 HBM이 사실상 줄어드는 것으로,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AI 관련주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소식"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투톱 종목들에 대한 외국인의 수급도 악화하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지난 28일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1조5652억원, 7233억원 순매도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달 2조7691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최대 순매수 종목이었지만 이달 들어 분위기가 반전됐다. 

    이에 반도체 종목들에 대한 증권가의 눈높이도 낮아지고 있다. BNK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 탄력이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목표주가를 25만원에서 23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일각에선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고려할 때 피크아웃 우려가 시기상조라는 평가도 나온다. 불확실성이 제거된 이후에는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향상된 재고 수준과 설비투자 증가율, 영업이익률 등 펀더멘털이 부각될 것이란 분석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경기둔화에 따라 고점 우려가 나오고 있으나 시기상조에 가깝다"며 "내년에도 큰 폭의 증가세가 전망되는 빅테크 업체들의 AI데이터센터 집중 투자가 수요를 견인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주요 반도체 종목에 대한 '바이 앤 홀드(Buy & Hold)'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