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건 토스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토스 신논현 오피스에서 열린 보이스 피싱 등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주민등록증 진위확인 확대 업무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간편송금 서비스를 만든 치과의사 출신 창업자 이승건이 자산 41조원의 금융그룹 수장이 됐다. 혁신가 이승건에게 이제 새로운 과제는 성장보다 관리다. 금융복합기업집단으로 지정된 토스는 그룹 차원의 내부통제와 위험관리 체계를 갖춰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5일 토스를 2026년도 금융복합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했다. 이는 은행과 증권 등 복수의 금융업을 영위하면서 자산 5조원 이상인 금융그룹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로, 토스는 국내 핀테크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말 기준 토스의 총자산은 41조3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여수신업 자산은 33조원, 금융투자업 자산은 7조2000억원으로 금융복합기업집단 지정 요건을 충족했다.
앞서 토스는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며 창립 13년 만에 대기업집단 반열에 올랐다. 이어 금융복합기업집단에도 이름을 올리며 제도권 금융그룹으로 한 단계 도약했다.
◆ 여덟 번 실패, 아홉 번째 도전의 성공 '토스'
토스가 금융그룹으로 성장하기까지는 이승건 토스 대표의 연이은 도전이 밑바탕이 됐다.
이 대표는 1982년생으로,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 후 삼성의료원에서 전공의 생활을 했다. 이후 공중보건의사로 군 대체복무를 할때 사업을 구상했다고 전해진다. 
이 대표는 2011년 비바리퍼블리카를 설립한 이후 여러 사업에 도전했지만 여덟 차례 실패를 겪었다. 2013년 아홉 번째 도전인 '토스'를 설립한 뒤 2015년 간편송금 서비스를 출시하며 비로소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2018년 국내 핀테크 최초 유니콘 기업에 오른 이후에는 토스인슈어런스와 토스페이먼츠, 토스증권, 토스뱅크 등을 잇따라 출범시키며 종합금융플랫폼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토스는 간편송금 앱으로 확보한 고객 기반 위에 은행·증권·결제 서비스를 차례로 얹으며 하나의 앱 안에 금융 생태계를 구축했다. 업권별로 서비스와 앱이 나뉘어 있던 주요 금융그룹들도 이후 슈퍼앱 구축에 뛰어들면서 이승건 대표가 만든 토스식 플랫폼 전략을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 운영사 VCNC 인수와 알뜰폰 사업인 토스모바일 출범으로 비금융 분야까지 영역을 넓혔다. 
외형과 함께 실적도 빠르게 성장했다. 지난해 12월 말 비바리퍼블리카의 총자산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 10조2079억 원으로 전년 대비 77.4% 증가했다. 올해 1분기에는 12조1441억원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까지는 적자를 면치 못했던 비바리퍼블리카는 2024년 영업이익 907억원, 당기순이익 213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영업이익 3360억원, 당기순이익 2018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270.3%, 846.7%나 급증해 실적이 대폭 향상됐다. 
◆ 직원 평균 연령 30대…이승건式 수평적 조직 문화
업계에서는 이 같은 확장 속도의 배경으로 토스 특유의 조직문화를 꼽는다. 불필요한 과정은 생략하는 빠른 의사결정과 실험을 장려하는 조직문화가 새로운 서비스 출시와 계열사 확장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토스는 국내 금융권에서도 가장 젊은 조직을 갖춘 기업으로 꼽힌다. 직원 평균 연령은 30대 초반으로, 직급보다는 역할과 신뢰를 중시하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구축했다. 일반 기업에서 사용하는 직급 호칭 대신 직원들은 모두 서로를 '○○님'이라고 부르며, 이 대표 역시 '이승건 님'으로 통한다.
이 대표는 별도의 대표실을 두지 않고, 공식 행사에도 계열사 모빌리티 서비스인 '타다'를 이용하는 등 의전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I 활용도 조직문화의 일부다. 이 대표는 AI 활용 능력을 특정 조직이나 개발 직군만의 역량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갖춰야 할 기본 역량으로 보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매주 'AI Surf Day'를 운영해 직원들이 AI를 자유롭게 실험하도록 하고 있다. AI 활용이 익숙하지 않은 직원들을 위해서는 자동화 도구 제작 교육, 해커톤 등의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자연어만 입력하면 코드를 생성하는 '바이브 코딩(Vibe Coding)'도 적극 도입해 비개발 직군까지 직접 서비스를 구현하고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 이 같은 문화는 새로운 서비스를 빠르게 시도하는 토스의 성장 전략과 맞물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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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혁신보다 관리의 리더십이 필요할 때
스타트업 시절에는 빠른 실행이 경쟁력이었다면, 금융그룹으로 성장한 지금은 서비스 안정성과 위험관리 역량도 엄격히 평가받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최근에는 토스와 주요 계열사에서 크고 작은 시스템 오류가 잇따르면서 빠른 혁신에 걸맞은 전산 안정성과 내부통제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토스는 지난 6월 자동이체 서비스에서 동일 금액이 두 차례 출금되는 중복 출금 사고를 겪었다. 당시 약 38분간 발생한 오류로 고객 1만5000명의 계좌에서 2만1000건이 중복 출금됐고, 피해 규모는 약 21억4000만원에 달했다.
계열사에서도 전산 오류가 잇따랐다. 토스쇼핑에서는 정상적으로 배송한 판매자에게 배송 지연 패널티가 잘못 부과됐으며, 토스증권은 올해 미국 주식 주문이 지연되는 장애를 겪었다. 토스뱅크에서도 지난 3월 환율 정보 처리 오류로 엔화가 정상 환율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이른바 '엔화 반값' 사고가 발생했다.
토스증권에 편중된 수익구조도 풀어야할 과제로 꼽힌다. 지난해 토스증권의 당기순이익은 3339억원으로 그룹 전체 당기순이익(2018억원)을 웃돌며 실적을 사실상 견인했다. 
반면 토스페이먼츠는 당기순손실 16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적자 폭을 줄였지만 아직 흑자 전환에는 이르지 못했다. 토스플레이스도 당기순손실 801억원을 기록하는 등 일부 계열사는 아직 수익성 확보보다 사업 확장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금융복합기업집단으로 지정된 토스는 앞으로 대표금융회사를 중심으로 그룹 차원의 내부통제와 위험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 자본적정성과 내부거래, 위험집중 현황 등을 공시·보고하고 그룹 자본비율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해야 한다.
관련 의무는 지정일로부터 6개월간 유예되지만, 금융당국은 이를 계기로 빅테크 금융그룹에 대한 그룹 단위 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토스 관계자는 "관련 법령과 기준에 따라 대표금융회사를 선정해 기한 내 보고할 예정"이라며 "이번 지정을 계기로 그룹 차원의 리스크 관리와 거버넌스를 한층 고도화해 시장과 이용자에게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복합기업집단 지정은 토스의 성장을 보여주는 이정표인 동시에, 이 대표에게는 혁신을 넘어 그룹 전체의 건전성과 신뢰를 책임져야 하는 새로운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