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X은행 이용 고객인 A씨는 최근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통장 조회를 해 보니, 원래 들어있던 돈보다 100만원 정도 늘어나 있었던 것.
알고 보니, 은행원이 A씨의 통장으로 돈을 잘못 입금한 것이었다.
그 후, 은행원은 계속 A씨에게 전화를 해서 “돈을 돌려 달라”며 귀찮게 하고 있다. 하지만 A씨는 돈을 돌려주고 싶지 않다. 공돈을 날려버린다는 허탈감보다도, 실수를 저지른 건 은행 측이면서, 이제 와서 자신을 귀찮게 구는 게 너무나도 화가 난다.
그런 이유로 전화도 안 받고 계속 무시했더니, 은행 측이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반환 요청에 응하지 않으시면,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귀찮게 구는 걸로 모자라, 협박까지 한다. 뭐 이런 괘씸한 경우가 다 있을까. 그보다, 정말 이런 걸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긴 한 걸까? 고객에게 협박하는 은행원에게 내가 오히려 협박죄로 맞고소할 순 없을까?
이유야 어찌됐든, 잘못 들어온 타인의 재산은 잘 보관하고 있다가, 원래의 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이 옳습니다.
보관자가 반환을 거부한다면, 지급명령신청․민사재판 등의 절차를 이용해 이를 돌려받을 수 있겠지요.
이와는 별도로 형사적인 처벌을 가할 수 있느냐가 문제되는데,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A씨는 횡령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형법]
제355조 [횡령] ①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죄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문제는 이 사례처럼 은행이 고객의 통장에 돈을 잘못 입금한 경우, 고객을 [은행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볼 수 있느냐는 점인데요,
대법원은 여러 차례의 판례를 통해 이를 긍정하고,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일관된 결론을 내린 바 있습니다.
“어떤 예금계좌에 돈이 착오로 잘못 송금돼 입금된 경우에는 그 예금주와 송금인 사이에 신의칙상 보관관계가 성립하므로 송금 절차의 착오로 인해 피고인 명의의 은행 계좌에 입금된 돈을 임의로 인출해 소비한 행위는 횡령죄에 해당한다” (대판 2010. 12. 9, 2010도891)
“재물을 보관하게 된 원인이 반드시 소유자의 위탁행위에 기인한 것일 필요는 없다. 피고인이 자신 명의의 계좌에 착오로 송금된 돈을 다른 계좌로 이체하는 등 임의로 사용한 경우 횡령죄가 성립한다” (대판 2005. 10. 28, 2005도5975)
* 신의칙
[신의성실의 원칙]을 줄인 말. [신의성실]이란, 사회공동생활의 일원으로서 서로 상대방의 신뢰를 배반하지 않도록 성의를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한편, 잘못은 자신들이 해 놓고, 나에게 귀찮은 짓을 시키며, 응하지 않을 경우, 형사 책임까지 지게 된다는 사실에 분개한 A씨.
해당 문자 메시지를 보낸 은행원을 협박죄로 고소하고 싶어합니다. 과연 가능할까요?
[형법]
제283조 [협박] ① 사람을 협박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이 해악이 합법적인가, 불법적인가의 문제는 따지지 않습니다. 즉, “형사책임을 묻게 하겠다”고 말함으로써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경우에도, 협박죄가 성립한다는 것이죠.
그러나 은행원이 A씨에게 메시지를 발송한 정도로는 [협박죄]를 묻기 어려워 보입니다.
“정당한 권리행사나 직무집행으로서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때에는 협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나 외관상 권리행사나 직무집행으로 보이더라도 실질적으로 직무권한의 남용이 되어 사회상규에 반할 때에는 협박죄가 성립한다” (대판 2007.9.27, 2007도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