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살림살이를 376조원의 확장 예산으로 편성했다.
빚을 내서라도 경기 부양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나라 재정은 33조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국가채무는 570조원에 달한다.
내년 총지출 예산안 376조원은 올해보다 20조원, 5.7%가 늘어난 규모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당초 계획했던 3.5%, 12조원 보다도 훨씬 많아진 것으로 8조원 수준의 추가경정예산를 편성한 것과 같은 '슈퍼예산'이다.
복지 등 의무지출 예산이 늘어나는데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 재정을 확장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정부는 18일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이같은 내용의 2015년 예산안을 확정해 오는 23일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방문규 기획재정부 2차관은 "재정이 보다 적극적 역할을 헤 경기를 살리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라며 "일시적 재정 적자를 확대하더라도 과감하고 선제적인 재정 운용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예산은 △경제 활성화 △안전 △서민생활 안정 등에 집중했다.
경제활성화 부문에선 일자리 예산 1조1000억원과 창조경제 예산 1조2000억원 등이 늘어났다.
세월호 참사에 따른 안전 강화로 올해보다 17.9% 증가한 14조6000억원의 안전예산이 편성됐다. 분야별 증가율 중 가장 높다. 공공 시설물 안전 점검과 보수, 지방자치단체 소방장비구입, 재난통신체계 일원화 등에 쓰이게 된다.
복지 공약의 이행이 본격화되면서 복지 예산은 115조5000억원으로 올해 대비 8.5% 늘었다.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7%로 사상 처음 30%를 넘었다.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선 비정규직·실업자·저임금 근로자 지원 '3종 세트'가 도입된다.
우선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임금을 올려주면 임금 인상분의 50%, 월 최대 60만원을 1년간 주는 정규직 전환 지원금 제도를 시행한다.
실업급여 수급자에 대해서는 실업 기간에 국민연금 보험료의 75%를 지원하는 실업크레딧제도가 실시된다. 내년 7월 도입되는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에 가입하는 사업장에 대한 부담금 보조 예산도 반영했다.
창조경제 관련 예산은 8조3000억원으로 17.1% 늘어난다.
경기 회복을 위해 애초 줄이려고 했던 사회간접자본(SOC), 농림·수산·식품, 환경 예산도 3.0∼4.0% 늘렸다.
공무원 보수는 평균 3.8% 인상되고 사병 월급은 15% 오른다. 상병 기준으로 13만4600원에서 15만4800원으로 늘어난다.
정부는 확장적으로 예산을 편성하면서 일시적 재정 건전성 악화를 감내키로 했다.
내년 총수입은 382조7000억원으로 3.6% 증가하는데 그친다. 이런 증가율은 2013∼20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의 6.2%보다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내년 물가 상승률 2%, 실질 경제 성장률 4%, 경상 성장률 6%를 전제로 예측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33조6000억원으로 올해 25조5000억원보다 증가하고 국가채무도 570조1000억원으로 올해의 527조원보다 늘어난다.
내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 비율은 -2.1%로 2010년의 -2.4% 이후 5년 만에 최악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5.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현 정부 임기 내에 균형 재정 달성은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정부는 재정지출 확대가 경기 활성화를 통해 소득을 올리고 기업 활동을 활발하게 해서 영업이익을 만들고 그래서 세수를 좀 더 살리는 선순환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재부는 재정 건전성이 일시적으로 악화하겠지만 확대 재정에 따른 경기 회복과 강도 높은 재정 개혁 등으로 중장기 재정건전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고령화로 복지 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가운데 재정건전성 보다는 경기부양에 방점을 둔 내년 예산안의 성패는 결국 경기회복 여부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