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봉투, 터널 통행료까지 올려... 복지예산 쓰고 나면 자체 사업비는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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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뱃값 인상은 예고편에 불과했다.

     

    전국 17개 시도, 244개 시군들이 지방 공공요금 인상을 시작했다.

     

    버스와 도시가스, 상하수도 요금은 물론 쓰레기 봉투와 관광지 입장료, 터널 통행료까지 손을 대고 있다.

     

    주민세와 자동차세 인상만으로는 늘어난 복지예산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아우성이다.

     

    지방세로 공무원들의 인건비 조차 지급하지 못하는 자치단체가 전체의 절반이 넘는 127곳에 달하는데 복지비용은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무상보육과 무상교육, 기초연금까지 더해져 자치단체들이 부담하는 사회복지비용은 40조가 훌쩍 넘었다.

     

    예산 증가는 4%인데 반해 복지비용은 증가는 10%가 넘으니 지급불능 상태인 이른바 '복지 디폴트'가 현실이 되고 있다.

     

  • ▲ @제주특별자치도 홈페이지 캡처
    ▲ @제주특별자치도 홈페이지 캡처


     

    ◇ 복지 부메랑...공공요금 줄줄이 인상


    지방의 기본 공공요금들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강원도는 내달부터 버스요금을 인상한다. 춘천·원주 등의 시내버스 요금은 1200원에서 1300원으로 좌석버스는 1600원에서 1800원으로 오른다.

     

    경기도는 현재 2000원인 광역버스 요금을 2660원으로 인상하는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대전은 2011년 동결한 버스비 1200원을 인상할 예정이다.

     

    경기도 이천시는 내년부터 2018년까지 하수도요금을 최고 4.3배까지 인상한다.

     

    지난해 버스와 택시비를 올린 부산은 상수도 요금과 터널 통행료를 올릴 계획이고 세종시는 쓰레기 봉투값과 상하수도 요금 인상을 검토중이다.

     

    충북 제천시는 수돗물 요금을 10~20% 인상할 방침이다. 전남 순천시는 낙안읍성 관람료를 평균 86% 올려 10월부터 적용한다.

     

  • ▲ @제주특별자치도 홈페이지 캡처

     

    충북과 충남은 도시가스 요금 조정을 위한 용역을 진행 중이고 인천은 도시가스 요금을 6% 올리는 인상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도시가스 요금을 ㎥당 3.8원 올렸고 제주도는 시내버스 요금을 11.8~20% 인상한데 이어 문화회관 등의 대관료도 올릴 계획이다.

     

    대구시와 전남도 11개 시·군도 7월부터 도시가스 요금을 각각 5.4%, 0.55% 올렸다.

     

    당초 올 하반기 공공요금 조정계획을 세워 놓았던 곳은 서울과 부산, 경상남북도, 대구, 충청남북도, 대전, 세종, 전라남북도, 제주 등 모두 12곳.

     

    하지만 경기와 인천, 울산, 광주, 강원 등도 모두 공공요금 조정계획을 밝히면서 전국 17개 시도가 모두 공공요금 인상대열에 합류했다.

     

  • ▲ ⓒ뉴데일리 DB
    ▲ ⓒ뉴데일리 DB


     

    ◇ 복지예산 쓰고 나면 자체 사업비는 '0'


    #대구 남구는 전국 지자체 가운데 자체사업예산이 7.7%로 가장 낮다. 재정자립도 역시 10.12%로 최하위 수준이다. 올해 예산 2231억원중 57%인 1272억원이 사회복지 예산이다. 가용예산은 고작 10% 220억도 채되지 않는다.

     

    #한 해 예산규모가 2800억원 수준인 서울 금천구의 복지예산 비중은 49%. 기초연금 지급이 시작되면서 16억원의 추가재원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도시기반시설과 안전관련사업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결국 마이너스 예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대도시 자치단체가 이 정도다.

     

    상대적으로 고령인구가 많고 재정도 훨씬 열악한 농촌지역의 시군들은 아예 복지예산을 편성하지 못하는 곳이 부지기수다.

     

    복지비용을 지출하다보면 남는 돈은 거의 없으니 자체사업을 포기하는 곳이 속출한다.

     

    법령상 국고보조사업을 인건비 보다 먼저 예산에 편성해야 하니 인건비는 엄두도 못내고 디폴트를 선언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영유아 보육과 무상 급식까지만 해도 근근히 버티던 자치단체들은 7월부터 기초연금 지급이 시작되자 비명을 지르고 있다.

     

    만 65세 이상 노인중 소득하위 70%에 최대 20만원까지 지급하는 기초연금의 30%는 지방비다. 관련비용만 올해 7조원, 내년과 후년에도 각각 10조 원이 넘는 돈이 필요하다.

     

  • ▲ ⓒ뉴데일리 DB
    ▲ ⓒ뉴데일리 DB


    세출은 급격히 증가했으나 세입은 늘지 않는다.

     

    부동산 침체로 주요 세원인 취득세와 재산세의 수입은 갈수록 떨어지니 중앙정부에 하소연만 하고 있다.

     

    정부가 담뱃값과 지방세 인상, 공공요금 조정 등으로 부랴부랴 6조원 가량의 세수증대 효과 방안을 마련한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중앙정부의 입장도 딱하기는 매한가지다.

     

    지난 6월까지 정부의 총수입은 172조3000억원, 총지출은 196조6000억원으로 통합재정수지는 24조3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특히 당장 쓸 수 없는 사회보장성기금 흑자분과 공적자금상환소요를 빼면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43조6000억원으로 확대된다.

     

    진도율도 신통치 않다. 총수입 진도율은 예산(369조3000억원)대비 46.7%인데 총지출 진도율은 55.3%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다.


    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 복지비용은 경직성 예산으로 한번 편성되면 줄일 수도 손댈 수도 없다는 데 있다.

     

    세부족이 일시적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초연금 등 복지재원과 경기활성화를 위한 대규모 적자재정으로 세수부족이 만성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복지증세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든지 과감한 공약수정으로 복지수준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