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챗GPT
반도체 공장은 늘어나는데 PC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범용 메모리는 오히려 부족해지고 있다. AI(인공지능)용 HBM(고대역폭메모리)가 신규 생산능력을 선점한 탓이다. 낸드 역시 출하량 증가가 제한되면서 하반기 D램과 낸드 가격이 시장 예상보다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26일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 범용 D램 가격이 전 분기보다 15~25%, 낸드는 20~25%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3월 시장에서 제시됐던 전망치인 D램 3~8%, 낸드 8~13%보다 각각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상반기 가격 급등 이후 하반기에는 상승세가 빠르게 꺾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공급 부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메모리 업체들의 재고가 이미 낮아진 데다 새로 생산한 물량도 곧바로 소진돼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 이어지고 있다.
◇증설해도 범용 D램은 부족 … HBM이 생산능력 선점
삼성전자 평택 P4L과 SK하이닉스 청주 M15X의 가동 확대도 범용 D램 부족을 단기간에 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두 생산거점의 핵심 역할이 PC·모바일용 D램 증산보다 급증하는 HBM 수요 대응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HBM은 여러 개의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만든다. 일반 D램보다 많은 칩과 선단 공정 자원, 첨단 패키징 설비가 필요하다. 메모리 업체가 HBM 생산을 늘릴수록 같은 설비에서 만들 수 있는 PC용 D램과 모바일 D램, 일반 서버용 DDR5 물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낸드는 HBM과 생산라인을 공유하지 않지만 사정은 비슷하다. 한화투자증권은 3분기 낸드 비트 출하량 증가율이 전 분기 대비 한 자릿수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낮은 재고에 공급 증가까지 제한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범용 메모리 공급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시점도 아직 멀다. 박준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평택 P5와 SK하이닉스 용인 1기 팹인 Y1이 의미 있는 생산 확대에 들어가는 시점은 2028년 상반기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2026~2027년 신규 생산능력은 HBM에 우선 배정되고, 범용 D램 증산은 미세공정 전환과 수율 개선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 가격이 오르면 곧바로 증설과 공급 과잉으로 이어졌던 과거 메모리 사이클과 다른 흐름이다.
◇올해는 범용 D램, 내년에는 HBM4가 호황 견인
올해 메모리 업황은 범용 D램 가격 급등이 이끌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2분기 범용 메모리 수익성이 HBM과 비슷하거나 일부 제품에서는 더 높아진 것으로 추정했다.
내년에는 HBM이 다시 호황의 중심에 설 전망이다. 메모리 업체와 주요 AI 고객사 사이에서는 내년도 HBM 공급가격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관계자는 "3분기부터 가격이 더 높은 HBM4 출하가 본격화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매출과 수익성이 함께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AI·서버 고객과 맺는 장기공급계약도 가격 하락을 막는 안전판으로 꼽힌다. 과거에는 수요 둔화와 증설이 겹치면 메모리 가격과 이익이 동시에 급락했지만, 장기계약이 늘면서 공급 증가 국면에서도 가격 변동성이 완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과 HBM4 전환을 동시에 누릴 기회다. 반면 스마트폰과 PC, 서버 제조업체는 부품 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가격 인상분을 완제품에 반영하지 못하면 수익성이 악화하고, 수요가 약한 제품군은 출하량 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박준영 연구원은 “공급사 재고가 이미 바닥권까지 낮아져 있다”며 “낮은 재고와 긴 증설 리드타임, HBM의 생산능력 선점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어 가격 상승세가 급격히 둔화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