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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국내 투자 수요를 붙잡기 위해 야심 차게 도입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가 오히려 특정 종목의 변동성을 키우고 증시 왜곡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스피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겉으로는 완연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나 그 이면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투톱'으로의 극심한 자금 쏠림과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 삼전·하닉 제외하면 시총 216조 '증발' … 양극화된 국내 증시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코스피 지수는 장중 9000선을 돌파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철저한 '착시 효과'다. 
이달 1일부터 22일까지 국내 증시 전체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총 202조 원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SK하이닉스(396조 원 증가)와 삼성전자(22조 원 증가)의 시총 증가분을 제외하면 나머지 상장사들의 시총은 오히려 216조 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이 기간 주가가 상승한 종목은 전체 상장사의 13.9%(398개)에 불과했으며, 82.1%(2357개)에 달하는 종목은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22일 기준 국내 증시 전체 시총에서 두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54.11%까지 치솟았다. 
뿐만 아니라 코스피 지주사 지분을 포함한 시총 비중에서도 반도체 투톱의 비중은 69.6%에 달해 코스피 시장 전체를 두 기업이 좌지우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두 반도체 기업의 비중이 비대해지면서 대다수 우량 소외주는 수급 가뭄을 겪는 양극화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
◆ '우량주'라더니 삼전·하닉만 허용 … 쏠림현상 자초한 금융당국
이 같은 쏠림 현상의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무리한 제도 추진이 자리 잡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초 해외상장 ETF와의 비대칭 규제를 해소하고 환율을 안정시키겠다는 취지로 국내 우량주 대상의 '단일종목 레버리지(±2배) 상품'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분산투자 요건을 완화해 현대차, 네이버 등 다양한 국내 대표 우량주를 기반으로 한 상품이 출시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정작 지난 5월 27일 실제 상장된 16개 ETF 상품은 전부 삼성전자(8개)와 SK하이닉스(8개)만을 기초자산으로 삼았다. 
거래소가 시가총액(10%), 거래량(5%) 등 엄격한 파생상품 연계 기준을 적용하면서, 정작 제도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종목이 반도체 투톱으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레버리지 선호도'가 유독 높은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이 이 두 종목을 추종하는 고위험 상품에 집중되면서 수급 불균형을 당국이 자초했다는 '책임론'이 나오는 이유다.
◆ 사이드카만 10회, 금감원장 "도입 막았어야" 정책 실패 인정
상품 출시 후 부작용은 변동성 확대로 곧바로 나타났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분산 효과가 없어 개별 기업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다 일일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구조상 거래가 한 방향으로 급격히 쏠리기 쉽다. 
실제로 지난 24일 하루에만 이들 상품의 거래대금이 19조 3936억 원을 기록하는 등 연일 수십조 원의 과열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이로 인해 6월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만 프로그램 매매 호가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사이드카'가 무려 9차례(상장 이후 총 10회)나 발동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8년 10월(12회) 이후 최대치다. 
블룸버그 등 외신 역시 최근 한국 증시의 하락 변동성이 커진 핵심 원인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의 매도 쏠림을 지목했다.
시장 안팎에서 비판이 거세지자 금융감독원 수장도 고개를 숙였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해 "해외 국부 유출을 막기 위해 도입했으나 실익은 없고 부작용만 키웠다"며 "어떻게든 드러누워서라도 도입을 막았어야 했다고 개인적으로 깊이 반성하고 후회한다"고 이례적으로 정책 실패를 자인했다. 
아울러 "투자자는 이익이 없고 극심한 회전율로 증권사 배만 불리는 결과(수수료 수익)를초래했다"고 강하게 꼬집었다.
◆ 진입 장벽 등 추가 규제 불가피
업계 전문가들은 당분간 반도체 실적 주도 장세가 이어져 쏠림 해소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시장 안정을 위해 당국의 강제적인 보완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대부분의 증권사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한 신용융자를 차단하고 마케팅을 자제하는 등 자구책을 펴고 있으나 시장 과열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책적 판단 하에 시장 파급 효과에 대한 정교한 분석 없이 도입된 측면이 크다"며 "현재 1000만 원인 최소 기본예탁금 기준을 1500만 원 이상으로 상향하거나, 투자자별 1일 거래 한도를 강제로 설정하는 등 투기성 자금 유입을 억제할 강력한 추가 규제 장치가 검토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