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발 반도체주 패닉셀, 미·유럽 기술주 조정 연쇄 확산블룸버그·닛케이·WSJ도 레버리지 ETF발 변동성 증폭 주목기초자산 하락, ETF 기계적 매도 … 주가 하락 키운 악순환필라델피아 반도체 7.6% 급락에 마이크론 13.2%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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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급락을 증폭시키며 국내 증시를 넘어 글로벌 기술주까지 흔들었다. 기초자산 하락이 레버리지 ETF의 기계적 매도를 부르고, 다시 ETF 매도세가 기초자산 하락을 키우는 악순환이 나타나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든' 장세가 펼쳐졌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은 레버리지 ETF와 신용거래가 결합한 연쇄 청산 구조가 시장 불안을 키웠다고 보고 증권사 긴급 간담회를 열어 투자자 보호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24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 9.99% 급락한 뒤 이날 2%대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전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2.90%, 13.18% 폭락했으며, 이날은 낙폭 일부를 되돌리는 흐름이다.

    특히 전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들은 25~30% 안팎의 급락세를 보였다. 기초자산인 대형 반도체주 하락이 레버리지 상품의 손실 확대로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기계적 매도와 신용거래 청산 압력이 맞물리며 시장 충격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신들도 한국 증시에서 시작된 레버리지 ETF발 변동성이 글로벌 증시로 확산됐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통신은 23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 증시 하락을 두고 “기술주 과열에 대한 경고는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최근 하락세는 올해 세계 최고 실적을 기록한 시장인 한국에서 변동성이 증폭되면서 촉발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한국 증시의 소폭 하락으로 시작된 움직임이 급락으로 이어져 외국인 투자자들이 25억 달러 이상의 코스피 주식을 매도했다”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와 관련된 매도세가 겹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미국 나스닥 지수 종합 2.22% 하락, 반도체주 급락… 한국발 불안이 연쇄 확산’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발 불안이 글로벌 기술주 조정으로 번졌다고 분석했다. 닛케이는 “‘FOMO(소외 공포)’에 주식 투자자의 돈이 한 줌의 종목에 쇄도했다”며 “레버리지 ETF를 통한 기계적이고 순환적인 자금 흐름이 메모리주 움직임을 한층 더 증폭시켰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아시아 증시에서 시작된 폭락세는 한국 증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12%씩 급락하면서 본격화했다”고 평가했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의 상승 또는 하락 움직임을 배수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상승장에서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개인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었지만, 하락장에서는 손실 역시 배로 커지는 구조다. 

    레버리지 ETF의 폭락은 차입금을 활용해 투자하던 개인 투자자들의 청산 압력으로 이어졌고, 국내 증시 폭락과 글로벌 반도체주 급락을 동시에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반도체주 하락이 레버리지 ETF 매도 압력을 키우고, 다시 해당 매도세가 기초자산 하락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한국 증시 충격 여파로 간밤 미국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2.22% 하락했다. AI 관련 밸류에이션 부담과 고점 경계감이 겹치면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7.6% 급락했다.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하루 만에 13.2% 폭락했고, 퀄컴(-8.0%), 인텔(-6.1%), AMD(-6.0%) 등 주요 반도체주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레버리지 ETF를 둘러싼 시장 변동성이 한국을 넘어 글로벌 증시로 확산되자 금융당국도 긴급 대응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24일 오전 금융투자협회와 함께 리스크 관리 및 투자자 보호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10대 증권사 최고리스크담당자(CRO) 긴급 간담회를 개최했다.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는 레버리지 ETF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강도 높은 제도 개선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개인 투자자의 고위험 상품 접근성 제한,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 관리 강화, 고손실 투자자의 무리한 추격 매수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 등의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특정 대형주 하락을 얼마나 빠르게 시장 전체 충격으로 증폭시킬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라며 "상품 자체의 위험성뿐 아니라 신용거래와 결합됐을 때 나타나는 연쇄 청산 구조까지 감안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