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직원이 엔진시운전 설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여러분은 대한민국 항공 엔진의 산실에 와 계십니다"
지난 6일 장수명 항공엔진 초도시제 지상시험 착수식 사전 미디어 행사 참석을 위해 찾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
김선 한화에어로 항공사업부장은 기자단을 맞이하며 이같이 말했다.
행사 참석을 위해 버스를 타고 정문에 들어서자 공장동 외벽에 '새로운 기술로 미래를 개척하고 지속가능한 내일의 가치를 만들어 가는 초일류 혁신기업'이라는 문구가 시선을 끌었다.
이후 찾은 엔진 테스트의 최종 관문 시운전실. 한화를 상징하는 주황색 버티컬 차단기가 열리자 높은 층고를 자랑하는 시운전실이 모습을 드러냈다.
입구에는 '시운전은 고객에게 가는 마지막 관문'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고, 내부에는 엔진을 테스트하는 시험실과 운전실 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한화에어로는 1980년대 초반 구축한 시운전실을 현재 실내 7개, 야외 2개 등 총 9개 운영하고 있다. 제트엔진 시운전실인 제트셀에서는 최대 5만파운드급 엔진까지 시운전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내후년 상반기까지 무인기 전용 시운전실도 구축할 계획이다. 해당 시설이 완공되면 2만4000파운드급 엔진까지 시험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날 견학한 조립장 역시 향후 독자 항공엔진 양산까지 고려해 설비 등을 구축한 모습이었다.
한화에어로는 작년 4월 약 400억원을 투자해 1만6529㎡(5000평) 규모의 스마트 항공엔진 공장을 완공했다.
IT 기반의 품질관리와 자동화된 물류시스템을 갖춘 해당 시설은 F404, F414 엔진은 물론 향후 개발될 첨단항공엔진까지 고려해 설계됐다.
김승수 한화에어로 창원1사업장 생산기술팀장은 "1만파운드급 엔진부터 첨단항공엔진까지 현재 사업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F404, F414, LAH 양산 물량 증가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독자 엔진을 인큐베이팅하고 양산하는 것까지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조립동 내부 뒤편에는 향후 생산 확충을 고려한 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시운전실과 조립장 역시 첨단항공엔진 개발 일정에 맞춰 향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 창원1사업장에서 진행된 '국산 장수명 항공엔진 최초 공개 미디어행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날 행사는 7일 공개될 국방과학연구소와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장수명 항공엔진 초도시제 지상시험 착수식에 앞서 항공엔진 국산화 현황과 한화에어로의 추진 전략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착수식이 의미 있는 이유는 무인기 등에 장착할 수 있는 5500파운드급 엔진을 국내 기술로 개발해 관련 시장을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국들은 국가 안보와 첨단 기술 유출 방지를 이유로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등 국제무기거래규정을 통해 관련 기술 이전과 수출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어 개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또한 유도무기에 들어가는 엔진은 대부분 개발과 생산을 도맡아 왔지만, 수천 시간 이상 비행하며 정비·분해·재조립(오버홀)이 필요한 장수명 엔진 개발은 2020년대 들어 시작돼 이번 행사가 더 의미있다는 설명이다.
투어에 앞서 진행된 엔진 사업 소개 세션에서 김종호 한화에어로 항공사업부 첨단엔진사업팀장은 항공엔진 독자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팀장은 "현재 KF-21 전투기에는 미국의 GE F414 엔진을 면허 생산해 장착하고 있다"라며 "앞으로 KF-21이 완전한 스텔스형으로 성능 개량이 되고, 유무인 복합 체계·차세대 전투기 등 관련 정책이 발전해 나갈 때 기존 엔진을 그대로 확보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특히 F414 엔진의 전체 품목 중 36개 등 주요 부품과 고단가 부품 대부분을 국산화해 금액 대비 35%까지 국산화율을 갖췄지만, 원제조사의 항공 엔진 관련 기술 통제로 인해 수출에 제한이 생길 수도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이유로 향후 독자 기술 기반 첨단 항공엔진 개발에 성공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첨단 항공엔진은 보통 '미드사이즈 엔진'인데, F414와 F404 엔진 중에서도 가장 추력이 높고 효율이 우수한 엔진보다 약 15% 향상된 성능을 목표로 한다"라며 "현재 대형 엔진은 미국만이 운영하고 있고 개발에 성공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굉장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한화에어로는 이번에 지상시험에 착수한 5500파운드급 터보팬 엔진을 스케일업해 고고도에서 장기 체공할 수 있는 1만파운드급 터보팬 엔진으로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5500파운드 엔진에서 확보한 코어 엔진을 기술적으로 연계 활용해 1만파운드 엔진 개발 이후 '첨단항공엔진'으로 알려진 2만4000파운드급 엔진 개발로 이어나갈 전망이다.
이를 위해 고압 압축기·연소기·고압 터빈으로 구성된 '코어 엔진' 개발을 2010년대 후반부터 시작했다.
먼저 5500파운드 엔진은 이번 시제 1호기 지상시험 착수 이후 2030년 초반까지 시험 개발을 거쳐, 시험 개발 중 생산된 엔진을 체계에 직접 장착해 비행시험을 하는 계획이다.
김 팀장은 "만약 이 엔진의 개발에 성공하지 못하면 사실상 무인기 개발도 성공할 수 없다"라며 "저희가 미래 무인기 체계, 유무인 복합 체계, AI 등 미래 무인 체계를 많이 말씀드리는데, 결국 그 길로 가기 위한 기술적 초석이 된다"고 말했다.
1만파운드급 엔진은 올해 시제업체 선정을 거쳐 본격적으로 엔진을 설계·제작해 시험하게 될 전망이라며 김 팀장은 "아직 제안 전 단계라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관련 기술 등을 총망라해 1만파운드 고바이패스 설계안을 이미 갖고 있으며, 이를 제안에 활용해 사업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첨단항공엔진은 올해 8월부터 내년 초까지 사업 추진 심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팬의 직경을 키우게 되면 3만~4만파운드급 민항기용 엔진으로도 활용할 수 있으며 6세대 전투기용 엔진, 해군 함정용 엔진 등으로 다양하게 파생시키면 2060년대까지 최소 1500대 정도의 엔진 수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첨단 항공엔진 개발 로드맵에는 전체적으로 약 5조5000억원이 투입돼 14년간 개발이 진행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엔진 개발에 3조3000억원, 소재 개발에 약 8000억원, 시험 인프라 구축에 약 1조3000억원 등 총 5조5000억원이 소요되는 대규모 사업인 만큼 범국가적인 역량 결집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다.
▲ 김종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첨단엔진사업팀장이 국산 항공엔진 개발 현황 및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는 시설뿐 아니라 핵심 기술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김종호 팀장은 항공엔진 개발의 핵심 요소로 ▲핵심기술 ▲소재 ▲제조역량 ▲전문인력 등 네 가지를 꼽았다.
그는 "팬과 압축기, 터빈, 연소기 등 단위 기술을 체계적으로 통합하는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AI 기반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고 엔진 운영 데이터를 축적해 설계부터 운영까지 AI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재 자립도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그는 "엔진 소재는 대부분 협력업체가 생산하는 만큼 소재·부품 밸류체인을 확보하는 것이 엔진 국산화의 핵심"이라며 "국내 소재 업체들이 지속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KF-21 제작사인 KAI와의 협력도 확대하며 지분 투자도 병행하고 있다.
양사는 무인기 공동 개발과 국산 엔진 탑재 항공기 개발, 글로벌 우주 시장 공동 진출 등을 추진하기로 했으며 협력사 공급망을 공유하고 공동 연구개발을 확대해 항공우주 산업 생태계를 함께 키워간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