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배민라이더스쿨 개관 기념식'에서 이륜차 교육 전문 강사들이 시범을 보이고 있다.ⓒ뉴시스
세계 최대 모빌리티 플랫폼 우버가 배달의민족을 품으면서 국내 플랫폼 시장의 경쟁 구도가 새 국면에 들어섰다. 모빌리티와 배달을 결합한 우버가 쿠팡과 이용자·멤버십 경쟁까지 본격화하면서 플랫폼 주도권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17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우버는 배민의 모회사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와 기업결합 계약을 체결하고 DH 주주를 대상으로 주당 41.5유로의 현금 공개매수를 추진한다. DH 지분 100%를 기준으로 산정한 기업가치는 148억달러(약 21조9000억원)이며, 우버가 이미 확보한 지분을 제외한 실질 거래 규모는 137억달러다.
우버는 현재 DH 의결권 지분 24.77%를 직접 보유하고 있으며, 주식 파생상품을 통해 11.74%의 추가 경제적 이해관계를 확보했다. 여기에 DH 지분 약 17%를 보유한 프로수스가 공개매수 참여를 확약하면서 우버가 확보했거나 확보가 예정된 지분·경제적 이해관계는 약 53%로 늘어난다.
인수 대상은 한국 배민을 비롯해 중동 탈라밧과 헝거스테이션, 중남미 페디도스야, 동남아시아 푸드판다 등 DH가 50개 시장에서 운영하는 사업이다. 이들 사업의 지난해 거래액은 총 420억달러로 집계됐다.
우버이츠와 DH의 사업이 겹치는 스페인과 폴란드, 튀르키예, 스웨덴 등 14개 시장은 미국 투자회사 SSW파트너스에 약 14억유로에 별도 매각된다. 배민은 매각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거래가 마무리되면 우버 산하로 편입된다.
이번 거래로 우버가 모빌리티와 배달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시장은 기존 34개에서 58개로 늘어난다. 전체 사업 지역도 99개국으로 확대되며 우버와 DH의 지난해 합산 총거래액은 2360억달러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우버가 택시 호출 서비스 ‘우버택시’를 운영 하고 있어 배민 인수가 완료되면 이동과 배달 사업을 동시에 보유하게 된다. 2017년 우버이츠를 통해 국내 음식배달 시장에 진출했다가 2019년 철수한 우버가 시장 1위 사업자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8년 만에 배달 시장에 다시 진입하는 셈이다.
우버는 글로벌 시장에서 차량 호출과 음식배달 서비스를 하나의 앱과 구독 서비스로 연결하는 전략을 확대해왔다. 실제 우버는 두 서비스를 모두 이용하는 고객의 거래액과 이익이 한 가지 서비스만 이용하는 고객보다 약 세 배 많다며 DH 인수 이후 통합 플랫폼 전략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한국에서도 우버택시와 배민의 이용자 기반, 가맹점·라이더 네트워크를 연계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양사는 거래가 마무리되기 전까지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구체적인 서비스 통합이나 멤버십 연계 방안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우버의 자금력과 글로벌 플랫폼 운영 기술이 배민에 투입되면 쿠팡이츠와의 무료배달·할인 경쟁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쿠팡은 유료 멤버십인 와우 회원을 기반으로 배달과 쇼핑,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을 묶어 이용자를 확보해온 만큼 우버도 이동과 배달을 결합한 멤버십으로 맞설 수 있다.
배민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5조2830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22%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5929억원으로 7.5% 감소했다. 배달과 장보기·쇼핑을 합친 서비스 매출이 26% 증가하며 외형 성장을 이끌었으나 무료배달과 멤버십 경쟁에 따른 비용 부담으로 수익성은 2년 연속 뒷걸음질쳤다.
우버가 배민의 점유율 방어를 위해 마케팅과 배달망 투자를 확대하면 쿠팡이츠와의 경쟁은 더욱 격화하는 반면 요기요와 땡겨요 등 후발 사업자의 입지는 좁아질 가능성이 있다. 배민과 쿠팡이츠의 이용자 집중도가 9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플랫폼의 자본력까지 가세하면 국내 배달앱 시장의 양극화가 빨라질 수 있다.
거래는 독일 금융감독청의 공개매수 서류 승인과 각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 등을 거쳐 2027년 하반기 마무리될 예정이다. 공개매수 성립을 위해서는 우버가 보유한 지분을 포함해 DH 발행주식의 50%를 초과하는 지분을 확보해야 하며, 거래가 끝날 때까지 배민 등 DH 산하 법인은 현재 체제로 독립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