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거래처를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자영업자입니다. 평소보다 추석이 이른 탓에 벌써부터 거래처에 돌릴 추석 선물을 고심하고 있는데요, 은행에서 발행하는 '기프트카드'를 알게 돼 이걸 사 볼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주거래은행 창구를 방문한 후 마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은행 측에서 "기프트카드를 구매할 경우, 일정 기간 동안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내밀면서 서명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언제 돈을 빌려야 할 일이 생길지 모르는 자영업자라, 선뜻 이런 내용에 동의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창구 직원에게 "왜 이런 게 필요한 것이냐"고 물으니, 금융당국이 '꺾기' 행위를 강하게 단속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하네요.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금융당국의 의도는 이해합니다만, 이 때문에 소비자가 불편을 겪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요? 예·적금 상품 가입자나 기프트카드 구매자 중 정말로 대출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데 말이지요. 소비자 불편을 끼치는 이런 규제를 금융당국이 폐지할 뜻은 없는지 묻고 싶습니다.
'꺾기'란 대출을 받으려는 금융소비자에게 해당 은행의 상품 구매를 강제하는 관행을 일컫는 말입니다. 자금이 급하게, 절실하게 필요한 소비자의 심리를 악용해 매출을 올리려는 일부 은행과 은행원들이 만들어 낸 잘못된 관행이지요.
금융당국은 이같은 꺾기 관행을 단속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 중 하나가 바로 독자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은, 예·적금 가입자 또는 기프트카드 구매자에게 일정 기간동안 대출을 금지토록 하는 규제인데요.
시중은행에 확인한 결과 이런 규정은 실제로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은행들도 어쩔 수 없다며 울상입니다. 금융당국이 하지 말라니, 소비자들이 불평해도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이죠.
이런 문제와 관련, 금융당국은 "중소기업이 요청해서 만들어진 규제다. 중소기업이 요청하면 언제든 풀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최성일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의 설명에 따르면, 예전에는 꺾기 규제를 하면서도 예외 규정을 두었답니다. 원칙적으로 예·적금 등의 상품에 가입하면 일정 기간 동안 대출을 받을 수 없지만, 예외적으로 '은행의 강요가 아닌, 대출자의 자유 의사로 거래가 이루어 진 것'이라는 각서를 써서 내면 대출을 허용해줬다는 겁니다.
하지만 실효성의 문제가 생겼다고 해요. 은행 측이 각서를 쓸 것을 요구하면, 소비자 입장에선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죠.
이에 중소기업중앙회가 "예외 조항을 없애달라"고 요청해왔고, 금융당국은 이를 그대로 반영해 현재와 같은 규제가 생겨났다는 것이 최 국장의 설명입니다.
즉, 중소기업의 요청으로 생긴 규제니, 지금이라도 중소기업중앙회가 결의해서 해당 규제를 없애 달라고 요청하면 금융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언제든 폐지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모든 사람의 이해관계를 만족시킬 수 있는 규정을 만들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요. 꺾기로 인해 발생할 피해자를 막기 위한 규제인 만큼, 이를 당장 폐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