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 공시로 혼란 끼친 금융투자협회가 배상해야'투자유의종목' 해당하는 경우, 투자자 과실 일부 인정
  • ▲ 잘못된 부도공시를 믿고 투자했다가 손실이 발생한 경우,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요? ⓒ 연합뉴스
    ▲ 잘못된 부도공시를 믿고 투자했다가 손실이 발생한 경우,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요? ⓒ 연합뉴스

    [투자자 A] 

    잘못된 부도 공시 때문에 금전적 피해를 입었습니다.
    저는 0월 00일 오전 10시 경 주식투자를 위해 인터넷 주식투자 프로그램(HTS)을 실행한 후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주식을 산 D전자가 최종부도 처리되고 당좌거래도 정지됐다는 공시가 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했으나 확인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렇다고 그대로 갖고 있기엔 너무 불안했기 때문에 저는 이 주식을 팔아버렸습니다. 너도 나도 팔려고 내놓으니 당연히 주가는 팍 내려갔지요.

    몇 시간 후 더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D전자 측에서 부도공시가 오보라는 해명공시를 낸 겁니다. 알고보니 금융투자협회 직원의 실수로 인한 오류였다고 합니다. 이 회사는 작년에도 부도를 냈었는데, 그 당시 공시를 그대로 내보냈다는 것입니다.

    투자자의 입장에선 공시를 믿고 이를 토대로 투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잘못된 공시를 낸 투자협회, 이를 전달한 증권사 모두 손해배상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저는 누구에게 손해배상을 받아야 하나요?


    [증권사 B] 

    저희 회사 프로그램은 금융투자협회에서 공시 내용을 보내면 이를 바로 투자자에게 전송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번 사안의 경우, 내용의 오류에 대해서는 투자협회에 따지는 게 바람직합니다. 따라서 저희 회사에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건 부적절합니다.


    [금융투자협회]

    저희 직원이 실수를 한 사실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D전자는 실제로 1년 전에도 부도를 낸 적 있고, 현재까지도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된 상태입니다.

    그리고 부도관련 공시내용을 잘 살폈다면 과거의 내용임을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날짜가 작년 날짜로 기재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협회는 정보 제공만 할 뿐, 투자로 인한 손실에 대해 책임질 의무가 없습니다. 내용을 정확히 알고 투자했다면 손해를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해설]

    지난 1999년에 실제로 있었던 D전자 사건을 재구성해봤습니다. 그 당시 D전자에 투자했던 투자자와 공시 오류를 저지른 한국증권업협회(지금의 금융투자협회) 간의 분쟁이었는데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우선 증권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증권사가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공시 내용을 투자자에게 전달한 것은 사실이지만, 협회가 제공하는 정보를 투자자에게 전달하는 역할만을 했기 때문에, 자료의 진위 여부를 확인할 책임이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협회에 대한 책임은 인정했습니다. 협회가 제공하는 공시 정보는 투자자들의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확한 사실을 전달해 신뢰를 보호할 주의의무를 진다는 겁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경우 협회는 투자자에게 배상 책임을 진다는 게 금감원의 입장입니다.

    그렇다고 투자자의 손을 완전히 들어준 것만은 아닙니다. D전자가 과거에 부도 나서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됐다는 점, 부도관련 공시내용을 잘 검토하면 과거의 내용임을 알 수 있었던 점 등을 알 수 있었는데도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는 점을 참작한 것이지요.

    이런 이유로 금감원은 투자자 과실을 20%로 인정했습니다. D전자 주식을 팔았다가 다시 산 투자자에겐 매도가격과 재매수가격의 차액을, 다시 사지 않은 투자자에게는 매도가격과 부도공시 당일의 종가의 차액을 배상하도록 하되, 전액이 아닌 80%를 배상하라는 결론을 낸 것입니다.